아시아지역에서 최초로 열린 풋볼포피스 인터내셔널 공인 평화축구 코치 자격 프로그램인 ‘2015 스포츠를 통한 평화교육 코치 트레이닝’ 교육생들 및 초등학교 학생들, 그리고 영국에서 온 10명의 코치들이 9일 서울대 체육교육과 체육관에서 프로그램을 마친 뒤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싱크탱크 광장] 우리민족 ‘평화축구 코치 양성과정’
“이번 축구 페스티벌의 우승팀은 토트넘입니다.”
8월9일 오후 서울대 체육교육과의 체육관. 영국에 본부를 둔 풋볼포피스인터내셔널(football4peace.eu, 이하 풋볼포피스·F4P)의 팀 세티니츠 코치가 이날 펼쳐진 초등학생 축구대회 우승팀 이름을 부르자 체육관이 떠들썩해졌다. ‘토트넘’ 팀원 7명이 환호하며 앞으로 나간 뒤 자신들만의 멋진 골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그리고 첼시·맨유·리버풀 등 다른 다섯 팀 선수들도 우승한 토트넘 멤버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모두 토트넘팀이 실력뿐 아니라 매너도 최고였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축구 페스티벌은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3점을 얻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등 매너가 좋은 팀은 최대 5점까지 받는 ‘평화축구’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 축구 페스티벌은 ‘2015 스포츠를 통한 평화교육 코치 트레이닝’ 프로그램(8월7~9일)의 대미를 장식하는 행사였다. 대표적인 남북 통합 엔지오(NGO)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사무총장 강영식, 이하 우리민족)이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원장 박명규), 서울대 체육교육과(학과장 나영일)와 함께 주최한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지역에서 최초로 열린 풋볼포피스 인정 평화축구 코치 양성 프로그램이다.
2001년 영국에서 출발한 풋볼포피스는 축구교육을 통해 분쟁지역 아이들에게 평화를 가르치는 국제교육기관이다. 출발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아이들이었다. 테러와 학살이 빈번한 이곳에서 풋볼포피스 코치들은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쳤다. 아이들이 스스로 경기 규칙을 만드는 특별한 축구였다. 풋볼포피스 코치들은 또 아이들에게 경기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교육 참가자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평화축구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워밍업을 비롯해 패스·드리블·헤딩·슛 등 축구의 모든 기술교육에는 게임 요소를 더했다. 아이들은 게임을 즐기면서 축구 기술도 높여갔고, 그러는 사이 협동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배우게 된다.
한 예로 드리블 연습을 보자. 평소라면 손을 잡는 것을 꺼렸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아이 두명에게 함께 손을 잡게 한 뒤 드리블 연습을 시킨다. 호루라기 신호가 울리면 둘이 상의해서 팔목이나 엉덩이 등 신체 부위로 공을 함께 들어올린다. 아이들은 게임 같은 드리블 연습에 열중하는 사이 스킨십과 함께 협동심을 기르게 된다.
결과는 놀라웠다. 처음에 같은 자리에 앉는 것조차 꺼리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한 뒤에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풋볼포피스는 이 교육 방식을 요르단·아일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감비아·독일 등 분쟁지역으로 넓혀나갔다. 이 중 아일랜드와 독일은 남북한처럼 분단으로 인한 갈등을 경험했거나 현재도 경험하고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평화엔지오를 지향하는 우리민족에서는 지난해 분쟁지역에서 강습한 경험이 많은 풋볼포피스의 그레이엄 스페이시 코치 등을 초청해 한반도에서 이 평화축구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지 탐색했다. 결론은 긍정적이었다.
이런 검토를 바탕으로 풋볼포피스와 우리민족은 올해 우리민족 중심으로 ‘풋볼포피스 코리아’(F4P Korea)를 구성한 뒤 첫번째 코치 트레이닝 교육을 시작한 것이다. 영국의 풋볼포피스 본부에서도 행사의 중요성을 고려해 북아일랜드 국가대표 여자 축구선수 출신의 클레어 리아를 비롯해 10명의 코치를 파견했다.
올해 코치 트레이닝에는 모두 60명 가까운 시민들이 참석했다. 대학생에서부터 시민단체활동가·연구자 등 다양한 직업군에 나이도 20대에서 50대까지 폭넓게 분포돼 있었다. 여성들도 20여명 가까이 참가했다. 코치 트레이닝 참가자들은 첫째 날과 둘째 날 평화축구에 대한 이론교육과 함께 운동장에서 헤딩과 드리블 등 기술교육을 함께 받았다. 아이들에게 가르칠 내용 그대로 먼저 교육받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날 초보 코치들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드리블 등 배운 기술과 게임을 가르친 뒤 ‘축구 페스티벌’을 진행한 것이다.
코치 트레이닝에 참가한 유네스코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APCEIU) 교육연수팀의 김주원씨는 풋볼포피스에 대해 “팀 스포츠에 참여할 기회가 적은 여성들에게도 적합한 운동”이라고 평가한 뒤 “더욱이 단순히 운동만이 아니라 평화교육을 재미있게 접목할 수 있어 뜻깊다”고 평가했다. 축구 페스티벌에 참가한 김재헌(수원 황곡초등학교 6학년)군도 “모르는 아이들이었는데 축구를 통해 이렇게 빨리 친해진 게 신기하다”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 덕분인지 경쟁만이 아니라 서로 친해질 가능성도 높은 것 같다”고 밝혔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이예정 우리민족 정책팀 부장은 “앞으로 새터민 가정이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이 프로그램이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도 전파되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그러나 이 평화축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앞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남북의 어린이가 함께 교육에 참여해 남북의 갈등해소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가 엄혹해질수록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는 노력 또한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축구가 남북 평화 메신저 구실 하길”
[싱크탱크 광장]클레어 리아 코치 인터뷰
클레어 리아 코치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인들의 통일 염원이 크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풋볼포피스인터내셔널 코치진 중 특히 클레어 리아(사진) 코치에게 이번 방한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그 또한 유럽에 남아 있는 유일한 분단국인 북아일랜드 출신이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도 남북한처럼 식민과 분단이라는 경험을 하고 있으며, 특히 리아가 태어난 북아일랜드는 신·구교도의 갈등과 반목이 심각했던 곳이다.
‘유럽 분단국’ 북아일랜드 출신“생각보다 한국인 통일 염원 커”
구교도 가정에서 태어난 리아는 신교도들을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다 축구로 인해 그 벽을 허물게 되었다고 말한다. 북아일랜드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인 그가 바라는 것은 축구가 남북한에서도 평화의 메신저 구실을 하는 것이다.
-축구를 통해 평화를 교육해오고 있다.
“축구선수로서 신교 쪽 선수들을 접하면서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신·구교가 다른 학교를 다니는 상황에서 축구가 없었다면 그런 깨달음의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풋볼포피스에서는 언제부터 활동했나?
“2012년부터다. 축구 영재교육을 할 것인지, 평화교육을 할 것인지 고민하다 평화교육 쪽으로 마음을 잡은 뒤다. 북아일랜드에서 주로 평화축구를 가르쳤고, 2013년에는 아프리카 서북쪽 작은 나라 감비아에서도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같은 분단국가 출신으로 한국에서 받은 느낌은?
“남북한은 굉장히 오래 분단돼 있고, 서로 굉장히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로 알고 왔다. 그런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일하면서 한국인의 통일 염원이 생각보다 크다고 느꼈다.”
-남북한과 같은 분단국에서 아이들에 대한 평화축구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평화축구 교육은 어린아이들에게 정체성과 주인의식, 비판적 사고력 등을 기를 수 있게 한다. 위 세대들끼리 상대방에게 나쁜 감정이 있다고 할 때, 그런 나쁜 감정이 무비판적으로 전해지기 전에 아이들이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평화에 대해 사고할 수 있다면 갈등이 더 빨리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