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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 상징물 제작 추응식 교수 인터뷰 [등록일 : 2016-08-01]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7-03-27 11:36
조회/Views
2810

 




여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상징물이 있다.

 1996년 창립 이후 지난 20년 동안 남에서든 북에서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나타내는 표지 구실을 해 왔다. 상징물은 얼핏 보기만 해도 두 사람이 껴안고 있는 모습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리 동포들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길 바란다는 목적으로 창립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바람을 직관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상징물이 나타내고 있는 뜻은 이게 다일까? 또 다른 의미는 없을까? 혹은 창립 20주년을 맞은 상황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뜻과 의미를 더 확대해야 한다면 그 시작을 상징물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돌이켜 보면 매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상징물을 대하면서도 그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지난 6월 3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신구대학교를 찾은 이유다. 20년 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상징물을 제작한 추응식 교수를 만났다. 추응식 교수는 지난 1990년부터 신구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20년 전, 그러니까 1996년 초반이겠네요. 어떤 계기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상징을 제작하게 된 건가요?


 


“당시 서경석 목사님의 부탁을 받았지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라는 범국민 연대체를 만들고 있는데, 이 단체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필요하다 해서 만들게 되었어요. 서목사님이 소탈하고 편하게 말씀을 주셔서 가벼운 생각으로 제작을 했지요.”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상징물을 만들 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어떤 제품이라도 브랜드에는 그 제품의 특성이 있어요. 처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라는 단체 이름을 듣고 키워드가 무엇일까 고민했지요. 저는 ‘서로돕기’라는 표현에 주목을 했어요. 20년 전에는 우리 사회가 아직 수직적 위계질서를 벗어나지 못했을 때인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라는 이름은 당시의 시대 상황과는 맞지 않는, 상당히 파격적인 말이었어요. 이 말은 적어도 기관이나 집단 사이에 사용하는 공식적인 말은 아닌 것으로 생각했어요. 오히려 일상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단히 일상적인 관계에서 사용하는 것이죠.


 


 저는 또 ‘서로돕기’라는 말이 수직이 아닌 수평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았어요. 90년대 중반 시기를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가 산업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 상황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전반적으로 사회가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이행해 가는 과정이었고, 그렇게 본다면 ‘서로돕기’라는 표현은 그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했던 말이기도 했지요. 그래서 저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징물 제작의 중심 개념을 ‘서로돕기’에 두고 이 말이 일상용어이고 수평적 개념을 가지며 그래서 ‘실질적’, ‘실천적’, ‘구체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질적이고 실천적이라는 말은 일의 투명성도 담보한다고 생각했고, ‘서로돕기’라는 말을 사용하는 단체의 의도는 ‘공유’와 ‘탈권위’, ‘함께 하자’일 것으로 판단을 했지요,


 


- 우와! 로고나 상징물 제작에는 엄청난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네요.


 


“그렇지요?(웃음) 이야기거리가 더 있어요. ‘서로 돕는다’고 했을 때 ‘돕는다’는 행위에는 돕는 주체가 있고 대상이 있게 마련이지요. 누구를 돕고 무엇을 돕는다고 했을 때 저는 결국 ‘사람을 돕는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돕는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에게 가는 것이라는 거죠. 서로돕기는 또 집단성보다는 개별성이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결국 사람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이에 더해 돕는다는 데에는 당위성이라는 측면도 생각 안할 수가 없어요. 저는 우리 민족이 서로 돕는 행위를 통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상징에 이렇게 깊은 듯이 있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더불어 어떤 기업이든 단체든 하나의 상징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징물의 구체적 요소들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요?


 


“상징물을 보면 우선 동그라미 두 개가 있지요? 이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몸통 안의 한반도 모양은 지원의 당위적인 측면을 생각했는데, 사람이 한반도를 품고 있는 것이에요. 제가 보기에 민족이라는 것도 인류 보편적인 것이에요. 배타적인 의미의 민족이 아니라는 거죠. 상징을 보면 두 사람이 껴안고 있는 것이 보여요. 그런데 두 사람은 채워져 있고 한반도는 비워져 있어요. 민족이나 국가는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안을 비웠고 결국 이를 채우는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그리고 색은 녹색인데, 보통 녹색은 생명과 자연의 색을 의미합니다.”


 





 추응식 교수는 시각 디자인 전공으로 정치 홍보와 기업홍보, 마케팅 분야가 주된 관심사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다수 기업들의 로고 제작에 관여해 왔다. 기독교인인 그는 ‘세상 교회’라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섬김받는 교회에서 섬기는 교회로, …… 교역자 중심의 교회에서 공동체적 평신도 중심 교회로“ 발돋움하려 하는 새길교회의 지향이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녹아 있었다. 추응식 교수가 요즘 힘을 기울이는 곳은 ‘사회적 협동조합 착한장터’이다. 착한장터 홈페이지(www.goodmarket.or.kr)에 따르면, “중고용품과 조합원의 재능 기부, 그리고 조합 자체의 고용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위하고, 조합원들끼리는 중고용품의 교환을 넘어 생활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서로 돕는 진정한 도시 공동체로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라고 목적을 밝히고 있다.


 


 추응식 교수와의 대화는 2시간 이상 진행되었다. 2시간 내내 웃음과 감탄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는 곧 모든 사물과 현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어졌다. 홍보 전문가로 민간단체의 홍보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은 추교수는 성찰과 소통이 부족한 우리 사회를 아파하는 이 시대의 지식인이기도 했다. 그러한 고민과 깊이가 결국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상징물을 만들어낸 바탕일 것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6월 21일 열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20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민족이 기억하는 사람” 기념패를 추교수님께 드렸다.


 

-- 기획홍보팀 손종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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