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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주년 - 정전을 종전으로, 종전을 평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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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3-04-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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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이예정 사업국장이 한반도 종전과 평화를 주제로 기고한 글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소식지인 <민족화해>에 실렸습니다. 아래 글은 <민족화해> 121호에 실린 글 전문입니다.


정전 70주년 - 정전을 종전으로, 종전을 평화로


이예정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업국장




2023년도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났다. 어느 해이건 첫 한두 달은 눈 깜짝할 새 지난다지만, 정전 70년,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올 해는 특히 마음이 급하다. 하지만 상황은 여러모로 암울하다. 유럽 끝자락에서는 포성이 끊이지 않고,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을 덮친 끔찍한 지진은 5만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갔다. 동북아에서는 무력시위가 또 다른 무력시위로 이어지며 연초부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그저 ‘조금 있으면 잦아들겠지...’ 했을 것이다. 군사적 충돌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직전까지도 정말 전쟁이 날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일 뿐, 이 땅에서 ‘결코’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2년 전의 나는 그렇게 확신했겠지만 이제는 자신이 없다. 정전 70주년을 맞는 올 해, 먼 타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을 목도하며 우리가 발 딛은 이 땅은 충분히 안전한지, 충분히 평화로운지 되묻게 된다.

예전 한 회의에 참석한 외국 발제자는 “평화는 분명 가능하다. 그러나 오직 우리 모두가 함께 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는 호주 출신의 캄보디아인도 기꺼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데, 당사자인 남북이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해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남북 당국간 관계는, 그러나,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악화일로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 민간이라도 움직일 여지가 있으면 좋으련만, 지난 3년간 지속된 코로나는 인도지원, 사회문화교류를 추진하는 민간단체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버렸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을 한탄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우리 상황이 그리 한가하지 않다.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움직여야 할 때다.



(지난 12월 6일 미국 워싱턴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개최한 한미 시민단체 간담회)

평화는 모두 함께 할 때 가능하다

지난 1월 27일, 통일부는 3대 기본방향과 7대 핵심과제를 담은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7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통일미래 청사진’을 마련하겠다며, 그 구체적 사업으로 한반도 평화와 민족 번영을 위한 ‘신통일미래구상’ 수립,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업그레이드, 통일미래를 위한 민관 협업 플랫폼 구축을 제시했다. 다가올 통일의 상을 그리고 그 과정을 충실히 시뮬레이션 하는 것은 어느 때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정부의 책무다. 그러나 미래는 수많은 현재가 모여 이뤄진다. 남북 공히 번영을 누리는, 평화로운 통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평화를 향한 발걸음은 오늘도 계속돼야 한다.

우리 정부는 공고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뤄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미동맹 강화에 대해 제 자리로 돌아왔다고 반기는 사람도 있고, 일방에 기대는 외교가 결국 우리 발목을 잡을 거라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한미동맹이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역내 긴장을 높이는 군사동맹 중심이 아니라, 북한과의 대화와 관계 개선을 위한 소통과 외교 채널을 확대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12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대북 인도지원과 협력사업 활성화를 주제로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미국에서 만난 한반도 전문가들과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정부가 북한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미국 사회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피로도가 너무 높다’는 한 마디로 워싱턴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고 보면 미국 정부의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라는 말도 시간이 흐르며 그 함의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어떤 의제든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면, 이제는 북이 ‘조건을 붙인다면 대화는 어렵다’라고 읽힌다.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안이 많은 역량을 투입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 문제의 주요 이해 당사자인 미국의 인식은 문제 해결에 있어 결정적이다. 나는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 이슈를 다시금 미국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로 끌어올리고, 미국 정부와 함께 북한과의 대화 재개와 한반도 평화 정착, 그리고 담대한 구상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전 70년을 평화의 원년으로

민간도 흩어진 역량을 모아 정전 70년을 평화 원년으로 바꾸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다행히도 지난 3년간 맹위를 떨쳤던 코로나가 드디어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다. 특히, 중국의 상황이 호전되며 중국으로의 여행도 용이해 지는 추세다. 북한은 작년 신의주-단동간 열차 운행을 재개하였고, 올 2월 초에는 훈춘-나진 육로를 열며 조심스럽게 국경을 재개방하고 있다. 코로나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고 중국 입국이 자유로워지면, 민간의 북측 카운터파트들도 중국 사무소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오랜 기간 단절됐던 민간의 대북채널도 재가동될 것이고, 코로나로 중단됐던 인도지원, 교류협력사업도 다시금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과거 민간의 대북지원사업, 교류협력사업은 남북 주민간 직접 접촉을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당국간 관계가 어려워질 때마다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민간은 코로나와 대북제재 환경이라는 현실 뒤에서 너무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민간의 역량은 남북관계 개선, 교류협력에 대한 사회와 정부의 지지에 힘입어 발휘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물론 민간의 독립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간의 영향력은 분명 사회와 정부의 지지에 비례한다. 그런 점에서 통일부가 업무계획에서 밝혔듯 정부가 민간의 대북접촉 재개 및 다양한 분야의 사회문화교류를 지원할 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마중물로서의 민간 역할은 다시금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 공무원을 포함해서 -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남북 당국간 관계가 어려울 때는 민간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이 아무리 무력시위에 둔감해졌다고는 해도,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아무도 지금과 같은 긴장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방증일 것이다. 더불어 사람들은 더 넓어진 민간의 활동 반경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 정부에게도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게 되리란 걸 경험으로, 또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민간과 정부는 연결돼 있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 과정에서 민과 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지난 2월 14일, 735개의 종교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의 시작을 알리는 출범대회를 개최했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라는 슬로건 아래, ‘평화행동’은 올 일 년 동안 한반도‧동북아 평화를 위한 국내외 여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서명운동, 국제회의, 문화제, 지역 차원의 다양한 평화사업들을 진행할 계획이다. 출범대회에는 평화행동의 주요 참여단체들과 함께 청소년, 청년 세대들도 함께했다. 그 중 청소년 대표로 참여했던 한 중학생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 읽었던 아기 돼지 삼형제라는 책이 있습니다. 세 형제 중 막내는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튼튼한 벽돌집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늑대도 그 집을 허물지 못했습니다. 평화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우리 모두는 평화의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합니다.”

평화는 목표이자 수단이다. 비록 더디나, 오로지 평화를 통해서만이 평화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한다면 평화의 시간을 조금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정전 70년을 맞는 2023년,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평화의 벽돌을 쌓아올리는 한 해가 되기를, 그래서 정전을 종전으로, 종전을 평화로 전환시키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한다.



출처: 민화협 블로그 (새 링크로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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