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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18) 오양열 대표, "문화 분야 접근으로 남북교류 물꼬터야"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2-12-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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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시리즈를 기획하고 현재까지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대북협력과 평화운동에 매진하는 민간단체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게 기본적인 목적입니다. 창립 26주년인 올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되살리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열여덟 번째 인터뷰 자리에 모신 분은 오양열 공동대표입니다. 오양열 대표는 지난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정년퇴직한 후 2012년 7월부터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남북한의 문예 정책과 남북간 문화 교류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해 온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오양열 대표와의 인터뷰는 11월 말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015년 개성 방문 당시)

- 대표님, 인터뷰의 첫 질문으로 근황을 여쭙고 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요즈음은 제가 1년 중 ‘유일하게’ 몹시 바쁜 시기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간하는 󰡔2022 북한문예연감󰡕(2021년도 대상) 원고를 쓰고 있거든요. 20여 년 전부터 제가 매년 말에 해오고 있는 작업인데, 지난해 북한 문학예술계의 성과와 동향을 총 정리하는 방대한 작업입니다. 특히 2021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 차여서 김정은 시대 북한 문화계 10년의 추세 변화도 함께 언급해 줘야 합니다.”

- 가장 바쁜 시간에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표님은 지난해 공동대표로 선임되신 이후 이번 인터뷰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후원회원 여러분께 처음 인사드리는 자리인 듯합니다.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행정학 전공자입니다. 대학 졸업 후 학계 진출을 목표로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해외 유학이 무산되면서 학계에 적을 두지는 않았고요, 대신 1984년 4월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27년 조금 넘게 근무했습니다. 1998년 8월에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남·북한 문예정책의 비교연구’로 행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1990년을 전후로 남한과 북한의 문예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2011년 6월 말에 예술위원회를 정년퇴직한 후, 잠시 서울문화재단 연구위원을 거쳐, 2012년 7월부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초빙연구위원(비상근)으로 적을 두고 있습니다.

 

(2010년 평양 방문 당시)

- 학계에 계시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 북한의 문화예술 정책과 북한 문화, 남북 간 문화 분야 교류에 대해 연구해 오셨네요. 지금까지 북한의 문화예술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북한 문화의 특징을 어떻게 정리하고 계시는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북한 문화의 본질적인 특징부터 우선 말씀드리면, 북한에서는 문화가 정치, 경제, 사회를 아우르는 통치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좁혀 말하면 문학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문화적 기능보다 중시한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문화정책의 기조는 김일성 주석 등장 이후 오늘날까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 노동당의 통치 방향이 곧 문화정책 방향이라 할 수 있는데, 문학예술이 북한 사회의 여러 선전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정책 기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북한 문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대중성, 즉 통속성입니다. 이를 북한에서는 ‘인민성’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데, 당성, 노동계급성과 함께 주체 문학예술의 기본이념 중 하나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그 결과 북한의 문학예술은 기본적으로 군중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이후 북한 문예정책의 변화과정을 간단히 살펴볼까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인 2012년 7월,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창단하고 기획한 모란봉악단 첫 공연을 통해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어서 2015년에는 경음악단인 청봉악단을 창단하고 대규모 놀이공원과 문화시설 건립 등, 문화계 전반의 혁신과 변화를 통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문명화된 사회를 누리게 하겠다는, 이른바 ‘사회주의 문명국’ 비전을 실천해 나가려고 했죠.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나고 코로나19 정국의 도래와 국제제재가 강화되면서, 외부세계와 단절하는 동시에 자력갱생 노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북한의 문화예술계는 이전에 비해 위축되고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근래 북한 당국이 우리 민족의 전통적 가치들을 강조하고 있는 데, 다만 예술의 형식에는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 그동안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접근이 정치 군사적인 부분으로만 편향돼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북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일부분에만 국한돼 있었고, 그에 따라 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요, 문화적인 측면으로 북에 접근하고 이해하는 것이 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문화적인 대북 접근이 향후 남북 간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대표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요즈음 남북이 정치·군사적으로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보니 같은 민족인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식마저 더욱 부정적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북한 TV에 나오는 북쪽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 간혹 이질감이 느껴질 때도 있죠. 하지만 북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공적인 자리와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행태가 많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일상생활에서의 행태는 우리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지요. 그들도, 어디선가 흥겨운 우리 가락이 들리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여지고 종국에는 덩실덩실 춤을 추게 되는, 피를 나눈 우리 민족, 한민족입니다.

김정은 시대의 문화적 특징 중 하나는, 그들이 ‘민족문화’라고 호칭하는 전통문화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유형적인 문화재에 대해서는 우리 못지않게 보존, 보호에 노력했으나, 무형문화재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후 2012년 8월 관련 법 제정을 통해 비물질문화유산, 즉 무형문화재의 계승, 보존, 복원에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남북교류에 있어 문화적인 접근은 남북 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선도적으로 물꼬를 터 나갈 수 있고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정치, 군사, 경제적 교류에 앞서 자본주의나 사회주의의 이념성이 배제된, 제한된 범위의 문화적 교류를 제시함으로써, 북측이 이를 보다 쉽게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문화분야 교류협력사업으로 제안하고 싶은 아이템은, 북한 각 지역에 비물질문화유산 전수 및 공연 시설을 지어주는 사업입니다. 비물질문화유산 보호의 역사가 짧은 북한에는 아직 이러한 시설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한 신축을 북측에 제안한다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0년 평양 방문 당시)

- 통일부는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해 통일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 북한의 언론출판방송의 국내 개방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분야부터 찾을 것이며 북한 방송 등을 (국내에) 먼저 개방하고 북한에 이에 상응하는 호응을 유도하는 쪽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 있었는데요, 현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대표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남북교류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봅니다. 다만 우리가 먼저 전면 개방하되, 북측의 개방은 좀 더 시간적인 여유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또 처음부터 전면 개방을 요구하기보다는 부분 개방, 선별 개방을 허용한 다음, 점진적으로 개방의 범위를 넓혀 나가도록 각종 유인책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과거 동독과 서독 간의 방송 교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 대북 협력단체로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최근 직접적인 남북교류 협력을 위한 기반조성 사업에 더해 평화교육과 국제회의 등의 국제연대, 다양한 정책 사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최근과 같은 남북관계 속에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국제적인 활동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봅니다. 북핵 문제로 꽉 막힌 정국 속에서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된 국면에 접어들수록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북한과 우선 대화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오랜 기간 북쪽과의 협력 사업을 통해 남북 양쪽에 인맥과 노하우를 쌓아 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남북간 중간다리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공동대표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년 전 남북문화소통위원회에 대한 논의가 있었죠. 제가 공동대표로 참여하게 된 것도 남북문화소통위원회를 만들어 이전과는 다른 접근을 해 보자는 취지가 있었는데, 코로나19 여파와 최근의 남북관계 경색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북한과의 활발한 문화적 소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할 사항과 단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은 우리 단독으로 재외동포들을 대상으로 문화적 접촉을 늘려나간 후, 어느 정도 경험이 쌓아지면 북측에 제안하여 남북 공동으로 재외동포들과의 문화적 접촉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남과 북, 그리고 재외동포 간에 교차적으로 문화를 교류하는 단계로 승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교류는 아무래도 공연예술이 중심이 될 텐데 여기서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교류 분야의 문제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한류가 부각되고 있지만, 북쪽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중예술보다는 우리의 전통예술, 나아가 서양의 고전예술부터 교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바쁘신데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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