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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정성의약종합쎈터 종합품질관리실 공사 현장에서의 10일 [등록일 : 2008-03-11]

[스토리]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7-03-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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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기술자의 환상호흡이 겨울을 녹이는 곳,

평양 정성의약종합쎈터 종합품질관리실 공사 현장에서의 10일

이예정 부장 | 남북협력사업 2팀

구정 설을 며칠 앞둔 1월 23일부터 2월 2일까지 정성의학종합쎈터 종합품질관리실 공사를 위해 5명이 평양을 다녀왔습니다.
추운 날씨와 열악한 환경에도 불평없이 공사를 진행해 주신 남북의 기술진들, 그리고 늘 따뜻한 관심과 성원으로 기초의약품생산공장 지원사업을 도와주시는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평양의 순안 공항, 겨울 칼바람이 살을 엔다. ‘혹시’하며 챙겨온 담요로도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과 함께 열흘간의 방북 일정은 시작되었다.
1월 23일부터 2월 2일로 잡힌 이번 출장은 정성의학종합쎈터의 종합품질관리실 설치 공사 중 냉난방기와 전기설비 설치를 위한 것으로 2명의 냉난방 기술자, 한 명의 전기기술자, 한 명의 총괄 기술자, 그리고 내가 함께했다.
최소한 2주는 필요하다는 공사를 꾸역꾸역 열흘에 맞춘 터라 첫날부터 맘이 급했다. “우리, 떡국은 각자 집에서들 먹읍시다!” 북쪽 참사들이 차려준 환영만찬 자리는 그렇게 굳은(?) 각오로 끝났다.

둘째 날, 아침 일찍 정성으로 향한다.
거리 곳곳에는 ‘신년공동사설을 관철하자’는 구호가 나붙어 있고 두꺼운 외투에 잔뜩 몸을 웅크린 사람들이 차창 밖의 날씨를 실감케 했지만 그래도 평양의 거리는 활기차 보였다. 국토대장정을 나선 북측 학생들의 긴 행렬을 지나 도착한 현장은 벌써부터 드릴 소리며, 여기저기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선 남쪽에서 들여온 자재를 확인하고 전반적인 공사 진행상황을 체크한 후 전체 기술자들이 모여 10일간의 공사 일정과 각자의 역할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자자, 원래 2주는 필요한 공사라구. 빨리 빨리 진행해야 시운전까지 다 할 수 있어.” 북쪽 책임자의 독려 때문이었는지 처음 우려와는 달리 공사는 빨리 진척돼갔다.
그러고 보니 지난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사는 내부 판넬공사며 배선, 배관 등 거의 80% 이상이 진행된 상태였다.
열명 남짓의 북쪽 기술자들이 그 공사를 다 진행했다니, 수액약품공장과 알약품공장 건설을 경험했던 정성의 기술자들이 워낙 탁월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어쨌든 그 기간동안 추위도, 밤낮도 잊은 채 공사를 진행해 왔을 정성 기술자들을 생각하니 열흘은 그저 짧은 시간으로 느껴졌다.

정성의학종합쎈터 종합품질관리실 공사중인 남북의 기술자

많은 기술진 방북에서 느끼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며 살고 있는 이기(利器)들은 누군가의 땀으로 만들어진다.
이번 냉난방기 설치 공사 전에는 천장에 설치된 냉난방기에서 나오는 차가운 바람, 뜨거운 바람은 그냥 전원만 누르면 나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최종적으로 보게 되는 실내기는 공사의 거의 마지막 단계에 설치하는 것으로 비교적 설치가 쉽지만 그 전에 기술자들은 좁은 천장을 기어가며 냉매관, 배수관, 전선 등을 연결한 후 실외기 설치, 용접, 압력 테스트, 진공잡기 등의 긴 공정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한 사람이 실수 없이 용접을 한들 다른 한 사람이 신경 써서 용접을 하지 않으면 진공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냉매관의 어느 한 부분은 틈이 생겨 결국 모든 용접 부분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사에서 남북 기술자들은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고 특히, 공사를 선두 지휘했던 남쪽 박장호 주임과 북쪽 김영철 반장이 큰 역할을 했다. 용접 공사가 한창이던 날, 박장호 주임과 김영철 반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용접하는 기술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이 재밌어 사진을 찍으려니, 박 주임이 “아, 찍지마세요, 초상권 침해야”한다.
옆에 있던 김 반장도 덩달아 “내 얼굴 비싼데...”하면서 뒷걸음치는 모습이 서로 닮았다. 박 주임은 아직 혈기 좋은 27살 청년이고 김 반장은 박 주임의 아버지뻘쯤 된다.
둘 다 무뚝뚝한 성격에 말도 없고 해서, ‘저렇게들 말이 없어서야 공사 잘 진행될까’하고 처음엔 신경도 좀 쓰였었다.
하지만 그건 기술과 전문성을 공유하는 기술자들의 소통방식에 익숙지 않은 실무자의 기우였다.

사실, 기술진과 방북하면 동행한 실무자의 짐은 한결 가벼워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케줄을 체크하고, 협의하고, 사진 찍고, 받아 적고 하는 것을 모두 혼자 감당해야 하는 대표단 방북과는 달리, 기술진 방북에서는 출장의 ‘주된 미션’은 기술진들 몫이기 때문에 실무자는 좀 더 차근차근 상황을 파악하고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간도 보통 방북보다 훨씬 길었던 이번 출장은 정성의학종합쎈터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북쪽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느꼈던 것은 정성에 대한 사업이 이제는 “지원”을 넘어 진정한 “협력”으로 가고 있으며, 정성이 자구노력을 갖춘 진정한 협력사업의 파트너가 되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물론, 북한은 여전히 모든 물자가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의 지원이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옆에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정성의학종합쎈터의 성원들은 공장을 돌렸고 의약품을 생산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을까. 남쪽에서라면 금방이라도 시장에서 사왔을 작은 부품, 작은 부속 하나에 발을 구르고 고민했을지 모를 일이다.
정성의학종합쎈터의 직원들이 볼트 하나 너트 하나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그들의 노력을 반증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내 자신에 대해 잠시 반성 모드(?)로... 더불어, 정성이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온 선배들이 다시금 존경스러웠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번 방북은 ‘임무 완수’된 방북은 아니다. 공사가 거의 7일만에 끝나 시운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했지만 시운전 단계에서 실외기의 압축기가 돌아가지 않았던 것. 뭐가 문젠지 기다려도 보고, 뜯어도 보고,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도무지 압축기는 돌아갈 줄을 몰랐다.
결국, 서울에 연락을 취해 문제 지점을 찾아낼 수는 있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모두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랬듯이 머지않아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리고 올 해가 가기 전에 종합품질관리실이 준공되면 정성의학종합쎈터는 명실 공히 북한 최고의 종합제약사로 거듭날 것이고, 북한 주민들은 보다 안전한 의약품을 보다 많이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공사현장에서 북측 관계자와 기념촬영

인천 공항, “너무 수고하셨어요. 월요일에 연락드릴게요.” 기술진들과 작별 인사 나눴다.
지난 10일간의 평양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러나 정성의학종합쎈터, 품질관리실, 냉난방기 생각은 잠시 잊기로 했다. 다만 집에 있는 화초들이 열흘 동안 무사했기만을 바라며 나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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