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인도적대북지원이 전면 중단 된 상황속에 지난 6월 17일, 프레스센터에서는 ‘남북정상회담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스님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우리단체 박경조(대한성공회 대주교) 고문, 인명진(갈릴리교회 담임목사) 상임공동대표, 박남수(동학민족통일회 대표의장) 공동대표가 참석하여 남북정상회담과 현 정부의 인도적대북지원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였습니다.
박경조 고문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한국전 60년이 되는 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집안싸움을 말릴 사람이 없었다. 종교인들도 '북진통일', '때려잡자 김일성' 구호를 외치면서 이 사회의 증오를 확대재생산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지금도 북진통일 부르짖던 시절로 회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 시대 우리 종교인들이 할 일은 집안싸움을 뜯어말리는 것이다. 모든 종교가 말하는 사랑과 자비를 꿈꾸면서 새로운 세상을 위해 헌신해야겠다.”며 말했습니다.
또 인명진 상임공동대표는 기자와의 질의응답 자리에서 “정부는 망신 당하기전에 바꿔야한다. 북한 동포들이 다 죽고 나면 그 다음에 뭐하겠나. 몇 사람이 성명서 낭독하고 끝난 것이라고 정부가 심상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현 정부에 대한 쓴소리와 함께 인도적 대북지원 촉구를 강조했습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기자회견>
<손피켓을 들고 퍼포먼스 중인 종교인 대표>
<인사말 중인 박경조 고문(사진좌)과 기자와의 질의응답 중인 인명진 상임공동대표(사진우)>
기자회견 중 낭독된 성명서 전문
“남북정상 회담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며”
지금 우리나라에는 분열과 대결,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 팽배해 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남북 간에는 물론이고 남한 사회 안에서도 서로를 불신하고 반목하는 상황이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일부 종교·사회·정치인들은 북한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품고 북한을 상대로 전쟁까지도 불사해야 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행위는 나라와 민족의 역사 앞에 큰 잘못을 저지르는 일입니다. 남북 간의 대결 구도가 극대화되면 6.25와 같은 민족의 불행이 또 다시 일어날 수도 있고, 그 결과 민족 공멸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6.2 지방선거 결과로 보건데,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현 정부의 대북강경일변도정책을 강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는 일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 받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과 동시에 국군포로와 이산가족상봉, 그리고 인도적 지원문제 등을 협의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깃들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 북한은 1990년대 후반기와 같은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에 봉착하여 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남북 군사 대결 구도로 말미암아 우리마저도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외면함으로써 지금 북한 동포들은 남북 갈등의 최고 희생자가 되어 아사 직전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는 조건 없는 동포애적인 ‘인도적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이러한 인도적 지원이야말로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입니다. 그러므로 이 일에 우리의 모든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정부는 남북 교류 협력 및 인도적 대북지원 전면 중단 정책을 즉시 철회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인도적 대북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 북한 정부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의 고통을 신속히 해결할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정부의 대북 지원 정책은 오는 11월에 개최될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게 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며, 대한민국이 선진 도덕 강국으로 성장하는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한국 국민에게 세계 속의 선진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또한 6.25의 불행을 기억하며 역사적인 교훈으로 삼되 분노와 대결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북이 6.25 참전 중국인들을 북에 초청하여 대남 경계와 적대를 강화하고 우리 남이 미국인들을 비롯한 6.25 참전 외국인들을 남에 초청하여 대북 경계와 적대를 강화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6.25 60주년을 맞아 지난날 남북간의 적대적 감정과 상처를 덧나게 할 것이 아니라 서로 싸매고 치료하여 화해와 평화가 깃드는 새로운 민족의 미래를 여는 결단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며 동북아의 점증하는 불안정을 해소하는 평화정착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그동안 자비와 사랑을 나누는 종교인으로서의 삶을 제대로 살지도 못했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의 선도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한 것을 가슴 깊이 뉘우치고 참회하면서 이제 우리 사회의 평화와 남북의 화해를 도모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겸허하게 다짐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국가적 위기에 처했을 때 각자의 종교를 뛰어넘어 민족의 독립과 화합과 평화를 위해 한마음 한 뜻으로 단합했던 3.1정신을 이어받아 혼란과 대결로 치닫고 있는 남북한 사회를 화해와 평화가 깃드는 통일 한국으로 만드는 일에 신명을 바칠 것을 엄숙하게 다짐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민족통일을 위한 화해와 평화의 일꾼들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제물들이 되기를 엄숙하게 다짐하며 소원합니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 하소서.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