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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2) 전쟁을 넘어 평화로

[함께읽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4-06-25 10:19
조회/Views
5397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와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 공동 칼럼을 발표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전쟁을 넘어 평화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한국전쟁 발발 74년을 맞았다. 핵무기를 제외하고 당시 최신의 살상 무기가 총동원됐던 한국전쟁은 장장 37개월 동안 이어지다 1953년 7월 27일 ‘중단’되었다. 몇 년 전, 한 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외국 재단의 한국사무소장은 “한국은 6월 25일은 기념하면서 왜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은 예사롭게 넘어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비록 전쟁의 완전한 종식은 아니었을지라도, 사람이 죽어 나가는 ‘열전’과 물리적 폭력이 끝난 7.27은 전쟁이 시작된 날보다 훨씬 더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전쟁의 발발을 휴전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절대로 잊지 말자는 자기 경고일까? 실로 전쟁의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남북 주민과 군인, 외국 참전 군인을 합쳐 200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10만여 명이 전쟁고아가 되었으며, 약 일천만 명이 이산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전 국토는 폐허가 되었다. 북의 경우 80%의 산업시설과 공공시설, 교통인프라, 가옥의 절반이 파괴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휴전일’을 오롯이 기뻐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휴전은 말 그대로 전쟁의 ‘중지’일뿐 ‘아직 평화는 오지 않았다’라는 인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니 기념할 평화도 없다.’



 

우리는 언제쯤, 이 땅에서 온전히 평화를 기념할 수 있을까? 상대를 비방하는 전단과 오물 풍선이 한반도 상공을 떠다니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날은 요원한 것만 같다. 게다가 남북 간 모든 대화 채널이 끊긴 채, 북은 연이어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하고 남은 남대로 크고 작은 연합군사훈련을 지속하고 있으니 정말 무슨 일이 날 것만 같다. 전문가들은 한순간의 오해와 오판으로 언제든 충돌이 일어날 수 있으며, 우발적인 충돌은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남과 북은 상대의 ‘도발’과 ‘적대 행위’를 이유로 군비증강을 정당화하지만, 한쪽의 군사 행동은 다른 쪽의 군사적 대응을 불러오고, 그 결과 한반도의 불안정은 더욱 증폭되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한 치 걸러 두 치’라고 했나. 전쟁이 나면 피난도 의미 없다는 작은 남한 땅 안에서도, 전쟁의 공포는 북과 얼마나 인접해 살고 있느냐에 따라 체감의 정도가 다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남북의 강 대 강 대치를 그저 ‘혀를 차는 수준’에서 걱정하는 반면,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전쟁의 공포는 매일매일 맞닥뜨리는 현실이다. 지난 1월, 시민단체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접경지역 주민은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우리”라며 정부에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대화를 시작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 3일에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대통령실 앞에 모여 “남북 간 긴장감이 높아져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라며 “제발 서로 멈춰 달라” 호소하기도 했다.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럼에도 군사력 세계 5위의 남한 당국과 핵을 가진 북한 당국의 대치 속에서,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국방과 군사 부분은 시민사회가 접근하기 어려운 국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전쟁의 공포와 물리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의 환경’은 국민이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아니 요구해야 하는 가장 최소한의 삶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지난 6월 25일, 500여 개의 남측 시민사회단체와 80여 개 국제 파트너 단체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행동’이 발족했다. ‘평화행동’은 지난 4년간 활동했던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을 잇는 플랫폼으로, 당장은 남북의 우발충돌 방지와 위기관리, 중장기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목표로 다양한 시민참여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국제 파트너 단체들과 함께 해외에 한반도의 상황을 알리며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한 국제연대 활동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시민평화포럼은 올 하반기 동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국회 정책캠페인을 추진한다. 지난 4월 총선 시, 각 정당의 남북관계 공약 평가와 시민사회 평화 제안으로 캠페인을 시작한 주최 단체들은 앞으로 국회 내에서 남북문제 해법이 심도 깊게 논의될 수 있도록 각 정당, 주요 국회의원과 긴밀히 소통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은 벽에 대고 소리라도 질러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는 한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남북의 대치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몇 사람의 호소, 몇 단체의 평화행동이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벽에 대고 소리 지르기’보다 의미 있는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인데 무슨 고민이 더 필요하겠는가.



 

사진 1) 한국전쟁 당시 피난 중인 아이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USAF 소령 R.V.스펜서)

사진 2) 2023년 7월 22일,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의 일환으로 진행된 평화대회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

 


* 단체 소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분단의 현장에 자리하고 있는 천주교의정부교구가 2015년 9월에 설립하였으며,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이웃 종교인들, 그리고 시민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이 땅의 화해와 평화 정착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의 식량난이 가장 극심했던 1996년 6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6대 종단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함께하는 국민운동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교류협력사업,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 시민참여활동, 국제연대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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