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은하수를 이루는 그 별들처럼 한국과 볼고그라드를 이어주는 별 다리가 되자는 의미에서 은하수의 순 우리말인 “미리내”라는 이름 아래 볼고그라드의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그동안 청년들의 활동이 소속, 지역, 나이 등에 따라 소규모로 산발적으로 활동하며 흩어져있었는데 올해는 “미리내”라는 이름으로 결집되어 새로운 동력으로 가지고 각종 문화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 시작의 중심에 볼고그라드 고려인 축제가 있었는데요.
올해는 이 친구들과 함께 고려인 현지 단체(hka)가 중심이 돼서 축제준비회의부터 프로그램 구성, 실외장소 세팅, 리플렛 작업 등 볼고그라드 고려인축제를 준비했습니다.
▲ 고려인 축제를 위한 미리내 회의
▲ 고려인 축제를 위한 마을 대표자회의
이번 축제는 광복절의 의미를 더해 8월 15일, 크라스나르 옥짜브리 라이온에 소재한 “데까 가가리나”에서 “한국김치와 고려김치의 맛 대 맛”이라는 테마로 김치축제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축제에는 약 800여명의 고려인들과 타민족(따따르,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그루지아,우크라이나,독일,벨로루시,러시아,카자크), 주▪시정부 관계자, 라스토프 관계자 등을 포함하여 축제자원봉사로 신청한 자원봉사자와 참가단 2명,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사무처직원 손종도 부장님과 라황균 간사님이 함께 했습니다. 작년에는 볼고그라드에 있는 동포들에게 한국전통의 김치를 알려주었다면, 올해는 한국의 김치를 동포들에게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볼고그라드에서 우리 동포들이 한국의 음식, 모국의 음식인 김치를 어떻게 만들어서 먹고, 어떤 맛으로 이어오고 있는지를 한국에 알리기 위해 한국김치 대 고려김치라는 테마로 준비했습니다. 비록 우리네 입맛과는 다르고 쓰이는 재료 또한 다르지만 고려반찬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이 만들어 먹고 있는 오이김치, 양배추 김치, 가지김치, 배추김치등은 희미해지고 옅어지고 있는 모국에 대한 기억 중에 얼마 남지 않은 기억일 것입니다.
▲ 축제에 참가한 타민족 대표의 축하인사
행사장 한 쪽에는 마을별 김치경연대회(노보니꼴스크, 라이고르, 레닌스키)를 통해 각 마을에서 가져온 김치를 맛보고 어느 마을의 김치가 가장 맛있는지 시식 겸 투표를 통해 최고의 김치를 선정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각종 김치들을 전시 해놓았습니다. 마을별 김치경연대회는 거의 노보니꼴스크 마을이 압승이었어요. 마을 어머니들이 김치뿐만 아니라 김치하고 같이 먹을 수 있도록 김밥이며, 떡이며 맛있는 것들을 한상 그득히 준비해가지고 오셔서 사실 많은 분들이 맛있게 시식할 수 있었지요. 사실, 김치 시식회 할 때 김치만 먹으면 너무 매울 것 같아서 한글교실 류선생님과 저, 그리고 자원봉사자 지선이, 심이리나 모두 출동해서 축제 전날 밤, 200여명이 먹을 수 있는 주먹밥을 늦은 새벽까지 밥알을 굴리고 또 굴리며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마을에서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해가지고 오셔서 사실 우리가 밤새 만든 주먹밥은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밤새 밥알에 김 가루 묻혀가며 주먹밥 만들었던 기억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남을 것 같습니다.
김치경연대회 및 김치전시 행사가 끝난 뒤에는 모두 실내 공연장으로 모여 한국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고 직접 담궈 보는 것으로 김치행사가 진행 되었고요.
▲ 고려인 축제 '김치담그기' 및 마을별 김치 경연대회
실내에서 문화행사 및 김치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실외에서는 미리내 팀이 준비한 한국문화전시, 한글로 이름 써주기, 젓가락으로 사탕집기,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미리내 활동사진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 축제 행사장 밖에 설치된 '미리내'팀이 준비한 참여행사
1부 문화공연과 2부 김치행사가 끝난 뒤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롯데리아(경품행사)를 끝으로 고려인축제를 마무리 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고려인축제를 지속적으로 이어오는 이유는 고려인들에게 민족정체성 회복이나 볼고그라드 지역사회 내에서 고려인들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사회 속에서의 새로운 문화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고려인들에게 신명나게 한바탕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바로 그 공간에서 고려인들이 주체가 돼서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새로운 정보를 교환하며 서로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매년 축제를 치르는 가장 큰 목적이자 이유가 될 것입니다. 벌써 2년 째 라스토프 <금강산>무용단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마다하지 않고 멋진 공연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고려인축제를 통해 볼고그라드 뿐만 아니라 라스토프, 아스트라한 등에서 더 많은 고려인들이 모여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