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70%가 물로 이뤄져 있는 인간은 1%의 탈수만 와도 갈증을 느끼고, 10%의 수분 손실로 사망에 이릅니다. 이렇듯 물은 인간 생활에 있어 필수 요소입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물 공급과 위생적 환경에 익숙한 남한 국민들은 물의 중요성을 잊고 살아가기 쉽습니다. 이에 비해 북한의 식수/위생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상태입니다.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이 공동으로 ‘2012 식수/위생 분야 보고서(progress on drinking water and sanitation 2012)’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여덟 개의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 중 식수와 위생 분야에서 각국의 상황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밝히는 조사 보고서로 2년에 한 번씩 발간됩니다.
올 해 보고서에서 북한은 식수 분야에서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달성하기 위한 궤도에 오르지 못한 국가’로 분류됐습니다. 지난 2000년 북한 주민 100%가 상수도, 공공 배수탑, 위생적인 우물 등 안전한 식수에 접근 가능한 것으로 조사된 반면, 올 해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98%로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지역별로는 도시에 비해 농촌의 상황이 조금 더 나빠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반면, 위생 분야에서는 하수도, 정화조, 수세식 변기, 환기장치와 뚜껑 있는 재래식 변기를 사용하는 인구가 2000년 61%였던 것이 2010년에는 80%로 대폭 증가하면서, 북한은 ‘새천년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궤도에 오른 국가’로 분류됐습니다.
비록 이번 조사에서 북한의 식수/위생 환경이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것이 북한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잦은 가뭄과 벌목, 화학 비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식수원의 고갈과 오염, 상수도 시설의 노후화로 안전한 식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수인성(水因性) 질환이 여전히 북한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이러한 사실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국내외의 많은 단체들이 식수/위생환경 개선사업을 펼쳐왔습니다. 독일 ngo인 저먼에그로액션(german agro action, welthungerhilfe)의 경우, 2002년부터 평안북도 구장군(인구 5만 명), 강원도 안변군(인구 4만 명)의 250여개 사회시설(병원, 유아원 등)에 오수정화 시설을 지원하였으며, 그 결과 이 지역의 수인성 질환 발병률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남한의 기아대책기구도 2004년, 평양 적십자병원과 황해북도 봉산군 젖염소 목장의 지하수 개발사업을 펼치는 등 식수/위생 개선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 년간 계속되고 있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대부분의 대북지원사업이 중단되면서 식수/위생사업도 표류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물과 위생적인 환경은 건강한 삶의 바탕입니다. 하루 빨리 지원사업이 정상화되어 북한 주민들이 맘껏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