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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눔운동의 개척자 이종무 [등록일 : 2015-11-05]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7-03-24 17:49
조회/Views
1791
평화 나눔 운동의 개척자 이종무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이종무 소장 인터뷰-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고비를 넘어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동북아의 평화와 북한 지원에 앞장섰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이종무 소장도 그랬다. 3년 전 생각지도 못한 뇌출혈이 그의 인생을 덮쳐왔을 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주위의 도움으로 그는 새롭게 펼쳐질 인생의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저기가 북한이래

이종무 소장은 학창시절 문학을 좋아하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는 중고등학교 재학 당시 문예반에서 서정시를 주로 쓰며 문학적 감수성을 채워나갔다. 그런 그에게 북한은 그저 신기한 곳일 뿐이었다.

 

"외가가 김포였는데 바로 건너에 있는 동네가 북한 땅이었어요. 친척들이 '저기가 북한이래' 그러면 '아 그래?'라고 신기해하는 정도였죠. 그리고 당시 김포에는 북한 방송이 전파에 잡혔었어요. 그래서 가끔 그걸 들으면서 '희한하다, 신기하다'는 정도의 느낌을 가졌죠"

 

그러던 그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달라졌다. 성균관대 80학번으로 입학한 이 소장은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한창이던 때, 당시 대학생들이 으레 그랬듯 학생운동에 열심이었다.

 

1983년에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감옥에 가기도 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시위였는데, 집시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운동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북아 평화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이 소장이 '동북아 평화'라는 큰 그림을 고민하게 된 것은 리영희 선생의 저작들 때문이었다.

 

"리영희 선생의 책을 많이 읽었어요. 당시 <10억 인의 나라>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을 보면서 시야가 넓어졌죠. 또 베트남 전쟁에 대한 책도 읽었구요. 리영희 선생의 책들을 보면서 동북아 전체의 평화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노동운동을 거쳐 대북지원 전도사가 되기까지

그는 졸업 후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동북아 평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의 행보라는 생각이 들 법하다. 하지만 당시'학생운동-노동운동-사회운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 속에 노동운동 투신은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 공장에서 일했고 노동법률상담소를 만들어서 노동 3권을 지키려는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도 했어요"

 

1987년 6월 혁명 이후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을 포함해 자신들의 권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상담소도 매일 찾아오는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상담을 받던 분들 중에 택시 운전을 하는 노동자 한 분이 계셨어요. 연세도 많았는데 이분이 노조를 만들다가 해고되신 거예요. 그래서 도와드렸는데 결국은 복직됐고 아직까지 노동운동을 하고 계세요. 저는 노동운동을 떠났는데 아직도 현장에서 일 하시는 것을 보면 약간 죄송한 마음도 들고 그래요"

 

이 소장은 노동자들이 소송에 걸릴 경우 서류 작성부터 전반적인 재판 준비를 도맡아 했다. 사측에는 변호사가 붙어서 철저하게 소송 준비를 하는데, 그때만 해도 노무사라는 직업이 없어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송을 준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는 대학교 때부터 줄곧 고민해왔던 동북아 평화문제를 본격적로 다루기 시작한 건 1992년 '동북아 평화센터'를 만들면서부터다. 동구권이 무너지고 남한이 중국, 러시아와 수교를 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에 관심을 두고 동북아 평화를 논의하는 국제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북한이 고립돼있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나라도 좀 관심을 갖게 하자는 생각에서 국제회의를 열게 됐어요. 중국, 일본 등 이웃나라의 반응이 좋았어요"

 

주로 중국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한국의 여러 인사들이 참여했다. 한번은 연길에서 열린 회의에 긴급 구호활동을 주로 벌이는 월드비전의 오재식 회장이 함께했다. 당시 오 회장은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설명했고 그때 이 소장은 다시 한 번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

 

"당시 회의 주제가 북한의 식량난이었어요. 북한이 이른 바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주민생활이 심각하게 어려워졌는데, 국제사회가 잘 모르고 있으니까 알리자는 취지였죠."

 

오 회장과 대화하면서 이 소장은 북한의 식량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남북이 직접 도움을 주고받는다면 동북아 평화를 만드는데 좀 더 이로울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1996년, 이소장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창립에 참여하면서 대북지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대북지원, 퍼주기라고 할 정도로 퍼주지도 않았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이 소장이 처음으로 맡은 역할은 정책실장이었다. 이후 본부안에 ‘평화나눔센터’를 만들고 직접 소장을 맡았다. 평화와 나눔이라는 콘셉트를 동북아 평화에 적용해, 어떤 식으로 상호 지원을 이어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이와 관련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자리였다.

 

그런데 2000년 이후 활발히 이어지던 대북지원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끊어지기 시작했다. 남북관계 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남북관계가 막히면 대북지원은 어려워져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단체나 개인의 후원금으로 대북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사람들의 관심이 없으니까 후원금도 이전만큼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북한에 물자를 퍼주고 있다는 '퍼주기' 논란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대북지원 사업을 벌이는 민간단체들에게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늘어났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퍼준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퍼주지도 않았다"라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대북지원이 것이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로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통해 남북이 서로 도왔던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저희가 예전에 북한에 딸기 모종을 매년 지원했는데, 어느 해인가는 남쪽의 딸기 농사가 잘 안된 거예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북한에서 딸기 모종을 보내줬어요. 우리가 먼저 지원했지만 다시 우리에게 도움이 된 것이죠. 이런 게 우리 민족이 서로 돕는 일 아닐까요?"





 

갑자기 찾아온 불행, 하지만 그는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평화나눔센터에서 한창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이 소장은 2012년 9월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졌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겹친 탓이었다. 뜻하지 않게 자리에 눕게 된 이 소장은 이후 2년여 동안 사실상 외부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 소장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여러 곳에서 물적으로, 심적으로 많은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덕분에 이 소장도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시 일어서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그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나의 셋째 행운은 언어능력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주변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소통할 수 있었다. 요새 내가 자주하는 말이 내가 대단한 행운아라는 말이다. 뇌졸중 이후 나의 첫째 행운은 죽지 않고 살아났다는 것이다. 둘째 행운은 좌측마비만 왔다는 것이다" -2013년 11월6일 이종무 소장 페이스북에서

 

이후 꾸준한 재활치료를 거쳐 이 소장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 평화나눔센터에서 주관하는 국제회의를 비롯해 각종 외부 모임에 모습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뇌출혈로 쓰러지기 직전 거의 마무리했던 박사 논문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한쪽 몸이 무거워 활발한 활동은 힘들지만,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다시 사회 속으로 나가려는 이 소장의 의지만큼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다.

 

운동과 독서를 병행하면서 재활치료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 소장에게 향후 계획을 물어봤다. 그는 "후배들이 잘하고 있어서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다시 일해야죠. 직장 생활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운전면허를 갱신했어요. 시력이랑 근력검사가 좀 걱정됐는데 다행히 발급 됐어요. 이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아요.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됐어요"라고 웃어 보였다.

 

이 소장은 뇌출혈이라는 큰 장벽을 만났지만, 다시 본인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람을 위해 느리지만 한 걸음 씩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 소장의 바람처럼, 뇌출혈이라는 '악재'가 이 소장의 또 다른 인생을 여는 '반전'의 기회가 되길 기원해 본다.


 

* 위 인터뷰는 한반도평화포럼 홈페이지(www.koreapeace.co.kr)에서 퍼왔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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