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평양을 방문해서 만경대(萬景臺)에 올랐습니다. 대동강 하류변에는 만경봉이라 불리는 자그마한 구릉이 있습니다. 만경대는 봉우리에 있는 누각의 이름입니다. 누각에 서면 대동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으로 펼쳐진 평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습니다.
주변에 만경대유희장이 있어 평양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만경대에 오르니 누각 옆에 전에 못보던 간이매대를 설치해서 다과며 간단한 선물용 물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달려갔더니 마침 야외학습을 나온 중학생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우르르 간이매대로 달려와서는 물건을 사려고 서로 돈을 내밀었습니다. 역시 아이들이 찾는 것은 남쪽에서는 아이스크림이라 부르는 얼음보송이 였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남이나 북이나 똑같았습니다.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서있자 먼저 사시라고 양보를 하는데 약간 감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아이들 모두에게 얼음보송이 하나씩 사주고 싶었지만 우리 일행을 안내하던 북측 안내원이 만류를 하는 통에 우리 일행 것만 사고 말았습니다. 얼음보송이를 먹고는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인솔하는 교원에게 요청을 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학생들은 당시 열두세 살쯤 되었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모두들 해맑고 예쁜 얼굴들이었습니다. 어디 중학교 학생인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지금은 모두들 늠름하고 아름다운 처녀 총각으로 자랐겠지요. 2005년 꽃피는 만경대에서 만난 평양의 중학생들이 생각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하루라도 빨리 만경대를 찾아 해맑던 학생들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응답하라, 2005년 평양의 중학생들!!!
[편집자 註]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이어질 특집 ‘사진으로 전하는 우리민족’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다녀왔던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하려 합니다. 남북이 처한 현실의 벽을 조금씩 조금씩 넘어왔던 이야기, 사람과 사람의 만남 이야기가 녹아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