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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특집 10: 북 '체네'약제사들의 일상 [등록일 : 2016-10-11]

[스토리]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7-03-27 11:54
조회/Views
2263
[창립 20주년 특집] 사진으로 보는 우리민족 10

체네약제사들의 일상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6년 9~10월의 조선적십자종합병원 약무청사 신축 현장입니다. 사진에 들것(담가, 擔架)을 들고 걸어가는 두 ‘체네’가 보입니다. 이들은 적십자병원 약무병동에 근무하는 약제사들로, 남쪽의 지원으로 신축되는 약무청사 신축 현장에서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들의 일상은 어떨까요? 그와 관련된 짧은 에피소드 하나 들려드립니다.

오늘로부터 딱 10년 전인 10월 11일, 중국 심양을 거쳐 평양에 들어갔습니다. 당시엔 한 달에 한 번꼴로 하는 방북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날만은 사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북한이 1차 핵실험을 단행한 10월 9일 이후 이틀 만에 하는 방북이었습니다. 동행한 기술진 중의 한 명은 가족에게 부산으로 일하러 간다고 이야기하고 나왔다고 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당시에도 국제사회와 한반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엔은 즉각적인 제재 결의안 채택에 돌입했으며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에 대한 정책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대북 포용정책을 폐기하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과 같은 경제협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의견도 양분됐습니다. 핵위기로 촉발된 남북간의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서라도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기 위해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습니다.

이러한 의견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술진은  당초 예정됐던 방북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북의 핵실험은 한반도 차원을 뛰어넘는 큰 사건이지만 우리는 민간 차원의 지원 단체로, 민간지원과 교류는 중단없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민간 차원의 지원과 교류는 또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남북간 신뢰의 최소 조건을 확보하는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후 5시경 도착한 평양비행장의 분위기는 평온했습니다. 착륙 전 하늘에서 내려다본 평양은 9월 말의 평양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만난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들은 우리를 이전보다 훨씬 더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민화협 관계자들도 핵실험 이후 남쪽의 분위기에 대해 무척 궁금해 했습니다. 저녁 식사 이후 이와 관련한 열띤 토론이 벌어진 것은 물론입니다.

당시 방문은 적십자병원 내에 진행되고 있는 약무청사 신축 공사를 위해서였습니다. 약무청사 건축 현장의 현장소장과 설비 담당, 철골 기술진 인력과 함께 북을 방문했습니다. 현장소장과 설비 담당은 이미 9월 말에도 열흘 동안 평양에 있다가 추석 명절을 쐬고 다시 평양에 들어가는 길이었습니다.

북의 핵실험으로 떠들썩한 남쪽과는 달리 평양의 주민들은 일상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핵실험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국제 사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야기 하나가 들려왔습니다. 당시 약무청사 건축 기술진들은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는 분들로, 최소 15일 많으면 40일 이상을 평양에 체류해야 했습니다. 기술진이 받은 북측의 사증도 체류일이 66일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사 일정을 맞추려면 토요일이고 일요일이고 구분없이 일을 해야 했습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 넘어 해가 떠 있을 때까지는 보통 일을 했으니 북쪽의 기준에서 보면 대단한 강행군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남쪽의 기술진들이 이렇게 일을 하니 현장에 나와 있는 적십자병원 약무병동 성원들도 토요일, 일요일 쉴 수가 없었습니다. 개인보다는 집단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국가이기는 하지만, 쉬는 날인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니 불만이 누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10월 17일은 타도제국주의동맹 결성 80돐로, 17일~18일 이틀간 휴일이 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약무청사 신축 현장은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제 23~24살 된 약제사 ‘체네’(처녀, 아가씨)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왔습니다.

“17일 남자 친구와 유보도(강변의 산책로)에 놀러 가기로 했는데, 이렇게 또 일을 하면 어떻게 해요?”



남이나 북이나 아이들은 자라고 처녀 총각들은 데이트를 하며 지냅니다. 보통의 일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핵실험 후라서 더 그랬을까요? 북쪽 ‘체네’들의 그러한 일상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남과 북의 주민들이 서로의 일상을 평화롭게 영위하게 하는 것, 그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지금 북쪽 함경북도 지역의 수재 지원에 나서는 것도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손종도 부장
 [편집자 註]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이어질 특집 ‘사진으로 전하는 우리민족’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다녀왔던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하려 합니다. 남북이 처한 현실의 벽을 조금씩 조금씩 넘어왔던 이야기, 사람과 사람의 만남 이야기가 녹아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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