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공지

박 이고리와 타찌야나 가족 이야기 - 우크라이나 고려인 긴급 지원사업(4)

[스토리]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3-05-11 17:14
조회/Views
2950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현지 고려인 동포 대상 긴급구호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구호 물품이 고려인들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말씀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의 박 이고리(Пак Ігор)씨와 타찌야나(Пак Татьяна)씨 가족을 통해 전쟁을 직접 겪고 있는 현지 고려인 동포들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다음은 박 타찌야나씨가 전하는 이야기 입니다.




(사진: 박 이고리씨와 박 타찌야나씨 가족)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 후원하기 (링크)


전쟁 발발 후 2주가 채 되지 않은 어느 날, 제가 사는 마을에 심한 폭격 소리가 울렸습니다. 이에 남편이 혼자 남아 집을 지키고, 저는 두 딸을 데리고 숲으로 피신하기로 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2주 후, 남편과 통화하는 중에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 현관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 다음 날, 남편은 무너진 집 안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제 남편 박 이고르는 과거 소련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 후손입니다. 1982년 우즈베키스탄 치르치크 시에서 태어난 그는, 2000년에 가족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이주했습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하르키우(하리코프) 주의 르찌쉐브 마을에 정착했고, 온실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습니다. 한번은 남편이 부모님과 함께 하르키우 주의 그라코보 마을에 사는 제 친척을 찾아왔습니다. 마침 저도 그곳에 잠시 머물고 있던 터라 그때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이후 우리는 결혼했고 두 딸을 낳아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꾸려나갔습니다. 어느덧 큰 딸은 18살, 둘째는 12살이 되었습니다.

이고르는 매우 부지런하고 심성이 고운 사람이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게 누구든 자신을 아끼지 않고 도왔습니다. 가족 간의 사랑을 중요하게 여긴 남편 덕에, 우리 가족은 항상 남편의 다른 가족과도 가깝게 지냈습니다. 남편이 떠난 지금도 그들은 제게 듬직한 버팀목이자 가장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사진: 폭격으로 파괴된 이고리와 타찌야나씨의 집)

하지만 전쟁은 이런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을 한순간에 앗아갔습니다. 이고리의 사망 소식을 들은 날, 마치 제 인생도 함께 끝난 것 같았습니다.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고,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다시 절망에 집어삼켜지는 기분이 듭니다. 남아있는 딸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보지만, 남편과 집을 잃은 상황에서 앞으로 삶을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현재 저는 딸들과 함께 파괴된 마을을 떠나 하르키우 시로 피신하여 지내고 있습니다. 하르키우 시로 넘어온 후 우리 가족은 한국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아사달을 통해 보내주신 구호 물품을 네 번 받았습니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직업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내주시는 식료품과 위생용품은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따로 지내고 있는 남편의 부모님도 하르키우 시로 피난 와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긴급구호 물품을 받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고려인들을 잊지 않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다른 고려인들을 대신해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 후원하기 (링크)

전체 1,315
번호/No 제목/Title 작성자/Author 작성일/Date 조회/Views
공지사항
[캠페인][모금] 네이버 해피빈 콩으로, 우크라이나 고려인에게 구호 물품을 보내요!
관리자 | 2024.04.18 | 조회 2084
관리자 2024.04.18 2084
공지사항
[연대]22대 총선, 각 당은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협력”에 대해 어떤 공약을 내놓았을까요?
관리자 | 2024.04.04 | 조회 1925
관리자 2024.04.04 1925
공지사항
[알림]북민협 결의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근간인 남북 교류협력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관리자 | 2024.02.27 | 조회 5242
관리자 2024.02.27 5242
507
[스토리]울란바토르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이야기하다
관리자 | 2023.06.28 | 조회 1620
관리자 2023.06.28 1620
506
[스토리]정전 70년, 민간 남북협력사업을 재조명하는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관리자 | 2023.06.23 | 조회 1805
관리자 2023.06.23 1805
505
[스토리]국내 체류와 생계, 건강보험 문제 해결 시급...우크라이나 고려인 지원 간담회 열려
관리자 | 2023.06.20 | 조회 1814
관리자 2023.06.20 1814
504
[스토리]우리민족 경기지부, 수원 초등학생 대상 탄소중립 교육 진행
관리자 | 2023.06.20 | 조회 2037
관리자 2023.06.20 2037
503
[스토리]간절함 속 설레임 넘쳤던 평양탐구학교를 마치며
관리자 | 2023.06.20 | 조회 3053
관리자 2023.06.20 3053
502
[스토리]"여전히 남북 관계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 5.24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토론회
관리자 | 2023.05.31 | 조회 2598
관리자 2023.05.31 2598
501
[스토리]“평화축구 또 언제 해요?” 유현초 4학년 아이들과의 평화축구 마무리
관리자 | 2023.05.25 | 조회 2489
관리자 2023.05.25 2489
500
[스토리]선생님들의 참여에 마음이 든든해진 5.20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 거리 서명!
관리자 | 2023.05.24 | 조회 2120
관리자 2023.05.24 2120
499
[스토리]평화나눔센터 정책연구위원회, 다시 도약합니다!
관리자 | 2023.05.23 | 조회 2752
관리자 2023.05.23 2752
498
[스토리]우리민족은 한글 도서 수거 중! 중앙아시아 고려인 지원을 위해 도서 3,251권 기증
관리자 | 2023.05.12 | 조회 2563
관리자 2023.05.12 2563
497
[스토리]박 이고리와 타찌야나 가족 이야기 - 우크라이나 고려인 긴급 지원사업(4)
관리자 | 2023.05.11 | 조회 2950
관리자 2023.05.11 2950
496
[스토리]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진행한 장애인식개선교육
관리자 | 2023.04.26 | 조회 1558
관리자 2023.04.26 1558
495
[스토리]평화축구가 시흥 계수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찾아갔습니다~
관리자 | 2023.04.17 | 조회 2179
관리자 2023.04.17 2179
494
[스토리]러시아 볼고그라드 고려인 한글문화센터 23년도 1학기 한국어 말하기 수업 시작
관리자 | 2023.04.04 | 조회 1682
관리자 2023.04.04 1682
493
[스토리]우리민족 경기지부, 수원 제일중학교에서 자원봉사 기본 교육 진행
관리자 | 2023.04.04 | 조회 1909
관리자 2023.04.04 1909
492
[스토리]주북 영국대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방문
관리자 | 2023.03.08 | 조회 2376
관리자 2023.03.08 2376
491
[스토리]이신화 대사-대북협력민간단체 간담회 진행
관리자 | 2023.03.07 | 조회 2094
관리자 2023.03.07 2094
490
[스토리]인턴 후기: 우리민족과 함깨한 8주간의 동행 (이예진 인턴)
관리자 | 2023.02.14 | 조회 1843
관리자 2023.02.14 1843
489
[스토리]우리민족의 오래된 인연 웨스턴테크닉을 소개합니다
관리자 | 2023.02.14 | 조회 1345
관리자 2023.02.14 1345
488
[스토리]러 볼고그라드 고려인센터 미리내, 국제 한국문화경연대회에서 2등 및 3등 수상 쾌거
관리자 | 2023.01.19 | 조회 1489
관리자 2023.01.19 1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