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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정책]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대북 지원 현황과 과제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7-03-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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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대북 지원 현황과 과제

이종무(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기획조정실장)

1. 들어가는 말
북한 식량난은 우리 민족의 비극적 사건이면서 또한 냉전의 두터운 얼음벽을 녹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 동안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 활동은 북한의 기근으로 인한 고통을 부분적으로나마 직접 도울 수 있었다는 점 이외에도 하나의 사회운동으로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다행스럽게도 국제사회와 남한의 지속적인 대북 지원에 힘입어 북한의 식량난이 최근 들어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북한의 식량 절대 부족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원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의 󰡐99년 식량 생산량은 332만톤이며, 1999/2000 양곡연도의 순 식용 부족량은 174만톤에 달하고 있다. 이 부족량 중 116만톤은 WFP 등 국제 사회와 한․중․일 등 한반도 주변국의 식량지원과 북한의 상업적 수입으로 충당될 것으로 예상되어 그럴 경우 순 식용 부족량은 58만톤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1)
돌이켜 볼 때 지난 5년간 대북 지원은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뤄왔다. 초기에는 옥수수 등 긴급 식량지원이 대종을 이루다가 98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비료, 종자 등 영농자재의 지원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지원단체들이 북한의 농업 생산력 회복을 위한 지원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어 남북간 교류와 협력이 농업분야에서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대북 지원은 활발하지 못한 실정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굶는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주는 것이 1차적이어서 의약품 지원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었고, 둘째, 이 분야의 특성 상 보건 의료에 대한 전문성을 갖지 않으면 지원사업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은 식량난만큼이나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현재 북한은 약품 및 의료 기자재의 부족으로 보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된 상태이며, 북한 동포들은 저개발국에 창궐하는 여러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앞으로 북한의 식량난이 점차 완화될수록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관심은 높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보건의료 지원분야는 농업개발 지원분야와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의 양대 중심 축으로 될 것이다.

2. 대북 보건의료 지원의 현황과 과제
대북 보건의료 지원은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등 유엔기구가 큰 역할을 담당하였고, 국내에서는 지원단체의 수도 적고 지원규모도 매우 적은 편이다. 전문적으로 보건의료 지원활동을 전개해 온 단체로는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유진벨재단󰡑, 󰡐한민족복지재단󰡑 정도가 있으며, 󰡐월드비전󰡑이 부분적으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의사, 약사, 병원, 제약 부문의 보건의료 단체들이 참여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보건의료협력본부󰡑가 구성되어 범국민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분야의 지원사업은 긴급 의약품 지원사업, 질병 퇴치사업, 의료기관 설립사업으로 나눠 볼 수 있지만 아직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지원단체를 중심으로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긴급 의약품 지원사업을 중심적으로 추진해왔다. 1997년 6월 의사, 약사, 한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 전문인들이 함께 모여 결성한 이 단체는 북한 어린이에게 긴급히 필요한 의약품을 지원하는 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총 4차에 걸친 의약품을 지원했다. 작년 9월에는 대표단이 방북을 하여 조선의약협회와 향후 지원사업과 관련된 협의를 하고 돌아왔다. 그 외에 월드비전이 금년 5월부터 평남 개천인민병원 아동병동을 지원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이 병원에 기초의약품과 의료장비, 담요와 함께 환자들을 위한 급식을 개천 국수공장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의약품 지원사업은 1997년 남북적십자 합의에서 북한의 반대로 의약품이 지원품목에서 제외되면서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제약원료, 시약, 실험기기 등으로 지원품목을 다변화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유진벨재단󰡑은 순천기독재활원과 협력해서 결핵퇴치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재단은 1997년 1월 평양적십자병원에 앰블런스를 기증한 이후 9월에 북한의 보건부로부터 결핵퇴치를 위한 지원을 요청받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1999년 10월까지 4개 결핵병원2)에 이동 X-Ray 검진차를 기증하고 30여개의 결핵요양원에 동절기 채소 재배를 위한 온실 자재를 공급하였다. 유진벨 재단은 앞으로 북한의 시․도 단위의 13개 결핵병원과 60개 결핵요양소 전체를 지원할 계획으로 있다.
󰡐한민족복지재단󰡑은 나진선봉에 병원과 제약공장의 건립을 추진하여 왔다. 이 단체는 평양 제3병원에 미국의 기독의료인 단체를 통해 의료장비와 의약품을 지원해 온 󰡐사랑의의약품나누기운동󰡑과 󰡐한민족통일준비모임󰡑이 통합하여 1996년 11월 창립되었다. 창립 후 한민족복지재단은 1997년 11월 북한과 󰡐선봉병원 현대화 사업에 관한 협력의향서󰡑를 체결하였고, 1998년 1월에는 북한의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라진로뎀제약 공장 설립에 합의하였다. 이 제약공장은 1999년 9월 현재 1단계 공정을 완료한 상태이다.
그리고 작년 10월에 결성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보건의료협력본부󰡑는 2000년 사업계획으로 󰡒북한 어린이 구충 캠페인󰡓3), 󰡒말라리아 방역 및 치료󰡓, 󰡒소아마비 백신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 중 특히 질병 퇴치 프로그램의 경우 자금이 막대하게 소요된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의 경우 1999년에 북한에서 10만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북한에서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치료제, 방역비, 의료요원 훈련비 등을 감안하면 약 27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간 차원에서는 남북 당국간 협력이 이뤄지기 전단계에서 제한적이고 시범적 규모의 사업으로 전개할 수밖에 없다. 남한에서도 휴전선 인근의 군부대 장병을 중심으로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남북한이 공동 협력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할 이유가 있다.
2000년을 맞아 대북 보건의료 지원이 활성화되고 발전하기 위한 과제와 그 방향은 대략 다음의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보건의료인의 참여를 확대시키는 것이다.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보건의료인은 북한 동포의 열악한 건강과 위생 상태에 대해 보다 쉽게 공감하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보건의료인이 대북지원의 필요성을 설득할 때 일반인들이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기도 하다. 현재 남한에서의 보건의료인은 61만명에 이른다.4) 이들이 대북 보건의료 지원운동에 적극 나설 때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다양한 지원 및 협력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구체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 추진하는 것이다. 유진벨재단의 결핵 퇴치 사업과 같이 구체적인 지원 프로그램은 많은 기부자들을 참여케 하는 동기가 된다. 소아마비, 간염, 말라리아 등 세부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건의료 분야의 단체뿐만 아니라 일반 단체들도 대북 보건의료 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셋째, 북한의 보건의료 실상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고 범국민 캠페인을 조직하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방송 매체 및 지원단체의 각종 홍보 활동을 통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에 북한의 보건의료 실상은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그렇지가 못하다. 그 동안 국내의 언론들은 북한의 식량난에 관심을 보여 왔고, 최근 2년 동안에는 중국의 꽃제비와 탈북자들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제는 언론과 국민들이 북한의 보건의료 실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다양한 홍보와 함께 범국민 캠페인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대북 지원사업이 장기화되면서 유엔기구와 국제 NGO의 대북 지원규모가 축소되고, 일부 단체의 철수가 이뤄지고 있다. 국제적십자사(IFRC)는 올해 대북 지원규모를 전년 대비 80% 정도로 축소하였고, 유엔아동기금(UNICEF)의 경우 99년 대북지원 모금목표액의 30% 정도를 모금하는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국제 NGO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여 98년에 943만불 지원에서 99년에는 72만불로 급감하였다. 이와 같이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축소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그 동안 이들 기구들이 대북 보건의료 지원의 중심적 역할을 하여 왔다는 점에서 국내 지원단체들이 보건의료 지원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3. 맺는 말
통일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남북한의 합의에 의한 평화적인 통일이며, 그 과정은 독일과 같은 급진적 방식이 아니라 점진적 방식일 것이다. 상호 다른 이질적 체제를 급진적으로 통일시켰을 때 나타나는 후유증과 문제점들은 이미 독일 통일의 사례에서 충분히 확인되었다. 점진적 통일과정은 남북한 주민 사이의 상호 이해의 심화, 민족동질성 회복, 남북한 경제체제의 상호 보완 및 협력체계 구축 등을 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동포돕기운동은 통일 이후를 생각할 때 없어서는 안될 운동이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는 북한동포돕기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북한의 어린이가 만성적인 영양결핍으로 신체발육이 늦고 성장 장애를 입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적시에 각종 예방접종이 이뤄지지 않아 질병을 앓게 되는 경우 그 피해 또한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소아마비가 된 어린이가 자신의 생을 마칠 때까지 입게 될 고통과 그에 대한 사회적 비용의 지불을 생각하면 대북 보건의료 지원은 한시도 늦출 수 없다.
지금은 북한동포돕기운동을 통해 당장 어려운 동포를 도우면서 민족화해의 길을 조금씩 닦아나가야 한다. 우리의 선의에 북한이 당장 선의로 응답할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조급함으로는 평화로운 점진적 통일의 길을 열어갈 수 없을 것이다.


1) 1인당 1일 소비량은 WFP 권고량인 600~800g(2,400kcal)의 최소량인 607g(2,100kcal)을 기준으로 소요량을 추정한 것이다.
2) 4개 병원은 평양만경대 제3예방원, 함경북도 결핵병원(원산), 평안북도 결핵병원(신의주), 함경남도 결핵예방원(함흥) 등 이다.
3) 기생충이 있는 경우 영양 섭취가 제대로 될 수 없어 북한에서는 회충을 󰡐쌀 도둑󰡑이라고 하며 기생충 구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4) 1998년 통계로 의사 65,431명, 치과의사 16,126명, 한의사 9,914명, 약사, 46,998명, 간호사 359,812명, 조산사 8,590명, 의료기사 106,570명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