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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특집 16: 13년 전 룡천, 재난에서 배우는 지혜

[스토리]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7-04-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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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특집] 사진으로보는 우리민족 16

13년 전 룡천, 재난에서 배우는 지혜



오늘은 사진 두 장으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합니다. ‘긴급 운영위 회의’라는 벽보 앞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과 이를 취재하는 카메라의 모습입니다. 이 모습을 사진 두 장으로 나누어 보여드릴 수밖에 없는 건 회의실이 너무 좁아 카메라의 한 앵글에 이 모습을 다 넣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좁은 회의실에서 진행된 회의에 여러 방송사의 카메라가 출동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2004년 4월 24일 오전 10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좁은 회의실에서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지원을 위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긴급 운영위 회의”가 열렸습니다(다행히 지금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회의실이 조금 더 넓어졌습니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은 국내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의 협의체이고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당시 북민협의 회장 단체를 맡고 있었습니다. 2004년 당시 북민협의 회원 단체는 약 30여개였고요, 지금은 56개 단체가 북민협에 가입해 있습니다.

룡천역 폭발사고로 북한의 재난 상황 발생

이날 북민협의 긴급 운영위 회의가 열린 이유는 이틀 전인 4월 22일, 북쪽 평안북도의 룡천역에서 큰 폭발사고가 발생해 엄청난 피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북쪽 언론인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보도에서 룡천역 반경 4km의 공공건물과 산업시설 30여채, 주택 1,850여 가구가 파괴됐고 이로 인해 8,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재산손실액이 3억 유로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인명 피해도 매우 커, 폭발사고로 최소한 154명이 숨지고 1300여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러한 피해를 야기한 룡천역 폭발사고는 한 마디로 재난이었습니다. 당시 (사)민족문학작가회의는 모금운동을 제안하는 호소문에서 “인간이 사는 마을 하나가 지상에서 사라져버렸다”라는 말로 이 재난의 크기를 묘사했습니다.

북쪽의 이러한 재난에 대해 당시 국제사회와 남쪽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룡천역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사회가 우선 신속한 대북지원에 나섰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당시 북한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일본 정부도 10만 달러 상당의 의약품을 긴급 지원키로 결정했으며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던 미국의 부시 행정부도 10만 달러를 지원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재난에 대해 적극 지원이라는 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룡천 지역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각각 성금을 모으는 등 지원에 동참했습니다.



북민협, 룡천동포돕기본부 구성으로 긴급 구호 나서

룡천역 폭발사고에 대한 긴급구호 지원에서 발군의 힘을 발휘한 것은 역시 90년대 후반부터 대북지원에 나섰던 국내 민간단체들입니다. 북민협은 룡천역 폭발사고가 있었던 4월 22일 우선 룡천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24일 10시 긴급 운영위 회의를 통해 룡천지역에 긴급 구호물품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이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범국민운동조직을 구성키로 결의했습니다. 긴급구호물품의 우선 지원과 관련, 북민협은 의약품과 시설물 복구 장비 등의 긴급 구호물품을 중국에서 구입, 단동에서 신의주를 거쳐 룡천 사고현장에 전달키로 했습니다. 이는 룡천이 신의주에서 15km 떨어진 중국 접경 지대라는 점은 감안한 것입니다. 북민협은 또 범국민운동조직으로 ‘북한 룡천역폭발사고피해동포돕기운동본부(약칭 룡천동포돕기본부)’를 결성했는데, 북민협 회원단체를 포함 총 55개 단체가 룡천동포돕기본부 참여단체로 동참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룡천역 폭발사고 지원은 남북간 긴급구호 차원에서 많은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우선 북한 지역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재난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물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의 언론도 모금 운동에 적극 나선 가운데 사고 발생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 정부와 대한적십자사, 민간단체가 룡천역 현장에 지원한 구호물품은 대략 121억5,000만 원 상당에 달했습니다. 북쪽 당국도 이재민 지원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북민협의 요청으로 룡천 현장을 방문하면서 지원 물품을 전달했던 한 재중동포는 “룡천역 피해대책 본부에서는 룡천의 이재민들을 피해 정도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누고 그에 맞춰 구호물자를 차등 배분하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이재민 가족 중에 생일이나 환갑 등 경조사가 있으면 이들에게는 특별히 구호물자를 더 많이 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원활한 민관협력, 긴급재난 발생시의 민관합동 매뉴얼 작성 등 거버넌스 구축의 계기 돼

두 번째로는 민관협력이 원활하게 작동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룡천재해대책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룡천재해대책 실무기획단;을 구성해 실무적으로 처리하는 등 체계적으로 룡천 지원에 대응했습니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속에서 북민협과 정부간에 긴밀하게 협력이 이루어졌습니다.

민간과 정부간의 이러한 협력은 이후 북한에 긴급한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공동으로 대처하는 데 필요한 민관합동 매뉴얼 작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부와 북민협의 대북지원 정책협의체인 ‘대북지원민관정책협의회(민관협)’는 2005년 12월 ‘긴급재난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 시설 피해시 최단 시간에 북측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전달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북 긴급재난구호활동 관련 민관합동 매뉴얼』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룡천역 폭발사고 지원은 이에 더해 북한의 재난에 대한 지원이 긴급 구호에서 복구 지원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는 초기의 긴급 구호에서 이후 장기적인 복구 지원으로 지원의 내용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북민협은 초기 긴급구호 성격의 ‘룡천동포돕기본부’를 시간이 지나면서 ‘룡천소학교건립위원회’로 전환, 룡천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룡천역 폭발사고 발생 1년이 지난 시점인 2005년 4월에는 남쪽의 민간 대표단이 룡천 현지를 방문, 복구 상황을 살피고 향후 지속적인 지원 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후 관리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크나큰 아픔을 발전의 동력으로 승화시킨 지혜

룡천역 폭발사고는 참으로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13년 전 우리는 이를 그냥 비극으로 버려두지 않았습니다. 큰 아픔을 우리가 좀 더 나아지는 발전의 계기로 삼았습니다. 당시의 우리는 그러한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13년이 지나, 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무시로 등장하는 지금 한반도에서는 그러한 지혜를 찾을 수 없는 것일까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손종도 부장
 [편집자 註]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2016년부터 이어지는 특집 ‘사진으로 전하는 우리민족’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다녀왔던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하려 합니다. 남북이 처한 현실의 벽을 조금씩 조금씩 넘어왔던 이야기, 사람과 사람의 만남 이야기가 녹아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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