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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 정부와 한반도 평화의 길(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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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2-03-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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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서 격월로 발간하는 '민족화해' 115호(2022년 3-4월호)에 실린 손종도 사무국장의 기고문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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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 정부와 한반도 평화의 길

새 정부의 남북교류협력, 한반도 평화로 나아가는 지속가능성 확보해야

손종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국장

2022년 2월 말 현재 한반도의 남쪽에는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전이 한창이다. 오는 5월 10일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그 여파로 발생한 다양한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게 된다. 국민들의 주거 안정과 양극화 해소,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을 제고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더는 미룰 수 없는 핵심 과제, 그것은 바로 이제 곧 80년을 맞게 되는 한반도 분단을 종식하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한편 그 전망을 구체화할 수 있는 대북 정책을 펼쳐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와 민간교류 현황을 돌아보고 새로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냉탕과 온탕을 반복한 지난 5년의 남북관계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 남북관계는 냉온탕을 오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은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태였다. 당시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남북간의 긴장이 최고 수위로 올랐다. 하지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180도 바뀌었다. 실제로 2018년 한 해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진전의 측면에서 ‘대전환’이라고 할 만한 많은 일들이 있었다. 4월의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의 두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다”고 천명했다.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자고 합의한 9월의 평양공동선언은 한반도 평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역사적인 선언이었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을 합의하고 군사 분야 합의로 구체화한 것 역시 가시적인 성과였다. 군사 분야 합의는 현재 일부만 이행되었지만 상호 적대행위 전명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등 실제 남북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탕으로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었다. 북미 정상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통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에 포괄적으로 합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의미를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하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남북과 북미의 합의들은 이후 실질적인 이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북미간의 상응 조치에 대한 합의가 불발되면서 대화도 단절되었다. 트럼프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의 선 비핵화를 요구했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에도 대북 제재조치를 계속 추가했다. 2018년 여름 유예했던 연합군사훈련은 2019년 규모만 축소한 채 재개되었다. 대규모 군사훈련이나 무력 증강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역시 구성조차 되지 못했다. 결국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북미가 합의한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에 대한 합의나 행동 없이 선 핵무기 폐기만 집중해온 것이 상황 악화의 한 원인이 되었다.

한반도 평화의 진전을 위해서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들의 실질적인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동계올림픽 단일팀 구성 등 2018년에는 특히 문화와 체육 분야에서 남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올림픽은 물론 국제행사에서 남북 공동 참가가 이어졌으며 경의성, 동해선 철도•도로 현지 공동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도 재개되었다. 그러나 북미 협상 교착과 함께 남북간의 교류협력도 더 이상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이 합의한 사항들조차 이행되지 못했으며 경제협력도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코로나19와 장마로 인한 수해 등 긴급 재난에 대한 인도적 협력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보건의료나 방역 분야에서도 협력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 인도적인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은 2018년 한 차례 진행된 후 지속되지 못했다. 대북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았던 화상 상복 역시 남북관계 경색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이산가족 상봉이 각 두 차례씩 이루어진 것과 비교했을 때도 매우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남북과 북미 대화가 이른바 ‘하향식’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민간 교류는 한때 ‘민간 패싱’이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제한적이나마 이루어지던 민간의 교류협력을 크게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제약 요소는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였다. 2018년 11월 출범한 한미워킹그룹은 2019년 대북 타미플루 지원이 결국 무산된 사례처럼 제재를 내세워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으며, 유엔사 역시 비무장지대 관할권을 과도하게 행사, 남북간의 교류협력에 제동을 거는 일이 많았다. 결국 한반도 평화의 진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했던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실질적 추진이 미국의 반대와 대북 제재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지난 5년간의 남북관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남남갈등 해소, 통일국민협약 추진

반면 통일공감대 확산과 대북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통일국민협약을 추진한 것은 나름대로 평가할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평화•통일 비전 사회적 대화 전국시민회의(통일비전시민회의)와 협력하여 ‘평화•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다. 7대 종교와 보수•중도•진보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통일비전시민회의는 통일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과 협력하여 평화•통일 사회적 대화를 확산하고, 남북•남남 갈등 해결과 바람직한 한반도의 미래상 등 평화•통일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제도화하는 활동을 수행했다. 그 결과 2020~2021년, 전국의 시민 100여 명을 표본으로 선발해 국민들과 국가가 합의하고 실천해야 할 바를 도출한 ‘통일국민협약’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은 한반도 평화와 대북 정책과 관련, 남남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수와 중도, 진보 시민사회가 남북관계와 같은 갈등 사안을 두고 4년 동안 사회적 대화를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일반적 숙의 모델로 사용해 온 공론조사형 대화 모델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완성된 협약안을 도출하는 합의도출 모델을 개발하고 적용하기도 했다. 다양한 전문가와 활동가가 함께 참여, 공정성이나 편향에 대한 우려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의제와 기초 정보 설명 자료 등을 개발하고 전문가들의 사회적 참여를 촉진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온라인으로 사회적 대화를 중단 없이 추진해 협약을 채택했다. 한반도 평화와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견과 갈등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과정에 더욱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전협정 70주년과 한반도 분단 80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와 관련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새로운 정부를 이끌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다. 새 정부의 임기에는 2023년의 정전협정 70주년과 분단 80년을 맞는 2025년이 포함되어 있다. 새 정부는 정전이라는 한반도의 현 상태와 분단을 어떻게 해소하고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수립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새 정부는 우선 일관되고 지속적인 대북 정책 수립을 위해 남북관계와 대북 정책에 관한 법 제도 개선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남북 인도적 협력에 관한 법률을 제정, 인도적 분야의 대북 협력이 정치군사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인 활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개정돼 온 교류협력법에 남북관계 규율의 책임을 맡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대북 정책 추진을 위해 남북관계에 관한 기본법 제정도 적극 검토해 나가야 한다.

앞서 상술하기도 했지만,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기 만들어진 ‘통일국민협약’의 내용을 더욱 확산 공유하고 이와 관련한 대화를 전국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새 정부는 또 한반도 평화와 한반도 구성원의 안전과 건강권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인도적 대북협력은 한반도 구성원 전체의 안전과 건강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는 인도적 대북협력을 어렵게 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 정부는 한반도 구성원 전체를 위해 추진하는 인도적 문제를 주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면제가 확대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한편 한반도 평화와 남북간의 교류협력은 정부만의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더욱 절실한 지점이다. 새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교류협력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새로운 민관 거버넌스 기구를 만들 필요도 있다. 가칭 ‘남북교류협력재단’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기구는 민관협력을 포함한 다자간 협력의 공간을 마련하고, 이전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협력 방식과 제도 개선으로 다양한 대북협력을 주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새 정부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지속가능한 대북 정책을 펼쳐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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