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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12) 유완영 대표, "남북 만남 가능한 새로운 공간 활용해야"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2-03-23 13:28
조회/Views
5984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12) 유완영 대표, "남북 만남 가능한 새로운 공간 활용해야"

[편집자 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시리즈를 기획하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대북협력과 평화운동에 매진하는 민간단체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게 기본적인 목적입니다. 창립 26주년인 올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되살리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열두 번째 인터뷰 자리에 모신 분은 유완영 공동대표입니다. 유완영 대표는 작년에 공동대표로 선임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새로운 얼굴이기도 합니다. 지난 3월 11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회의실에서 열린 유완영 대표와 사무처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 작년에 공동대표로 선임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후원회원 여러분께는 아직 새로운 얼굴로, 공식적인 인사를 드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네, 반갑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주로 국내외 기업들의 북한 및 해외 투자에 관한 컨설팅 업무를 주로 해 왔습니다. 제 사회생활은 90년 초 소비에트연방(구소련)에서 보드카 수입 무역을 시작하면서 동독을 경유해서 소련을 드나들면서 시작됐습니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이었는데, 동베를린에서 컨설팅 업무를 했었고요. 소련이 해체되기 전 모스크바를 다녀온 것이지요. 90년대 중반에는 주로 미국 뉴욕과 L.A.에서 활동하면서 북한을 다녔습니다. 미주 한인들이 북한과 경제교류를 하기 시작했고, 제가 여러 차례 북한을 다니면서 미주 한인들의 대북 투자에 관한 컨설팅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북쪽에서는 저를 재미교포로 알고 사업을 시작한 셈입니다. 국내에 들어온 건 97년입니다. 당시 미국교포가 설립한 ‘EZ컴퓨터’ 한국법인의 기조실장을 맡았습니다. 계열사가 10여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인 컴퓨터 모니터 공장을 인수하게 됐습니다. 이 공장을 기반으로 북쪽에서 모니터를 조립 생산해 국내에 들여오는 사업을 했습니다. 2000년대 넘어서는 일본에서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도 했고요. 몇 년 전에는 남북간의 체육 교류를 성사시키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국내 한 기업의 고문 자격으로 여전히 러시아 진출과 관련한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기업들의 북한 진출과 해외 투자에 대한 컨설팅을 주로 하면서 지난 30여 년간 아주 다양한 영역에서 북한과 관계를 맺어 왔다고 할 수 있겠네요.”

- 북한과의 사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구체적이라는 말이 참 어려운 건데(전체 웃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해외 교포의 자격으로 북을 다녔고요, 미주 한인들의 대북 경제교류를 연결하면서 북한과 관계를 맺었습니다. 90년대 후반에 컴퓨터 모니터 공장을 인수하면서 회사 규모가 커졌죠. 컨설팅만 하던 사람이 어쩌다가 제조업을 하게 된 셈인데, 평양에 모니터 공장을 진출시키면서 본격적으로 북한과 경협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한 해 동안 제가 북한을 14번 정도 다닌 기억이 있네요. 당시 모니터 공장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꽤 많은 자금을 축적할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생산 제품의 품질 인증 절차와 과정에 대해 북쪽 사람들에게 제대로 교육을 했었다는 점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모니터를 생산하다 보니까 포장에 필요한 발포수지를 평양에서 생산하기도 했었네요. 사업이 잘 될 때는 일본에서 ‘유니코텍 재팬’이라는 기술회사를 만들어 음성인식 자동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빠른 시도였죠. 소프트웨어 가격이 너무 높아 대중화되지는 못했습니다. 2000년대 넘어서는 잠시 북쪽의 경협 파트너와 연결이 안 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반면 그때는 국내 대북 지원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시기여서 제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도움으로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었지요. 2010년까지 IT 관련 도서와 학술지들을 국내 기업들과 학회들의 지원을 받아 북에 보낸 적도 있고, 과학기술 분야의 학술토론회도 해외 학자들까지 불러 평양에서 개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전반적인 대북 교류가 위축되기 시작했는데요, 그런 와중에도 태권도 교류도 하면서 북한에 휠체어도 보내고, 나중에는 남북간의 장애인 스포츠 교류가 성사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 북쪽과 일을 하시면서 가장 성공했다고 생각하시거나 보람 있었던 일이 있으면 말씀을 해 주시지요.

“90년대 후반 국내에 들어와서 기업을 해서 주식 시장에 상장도 해 보고 돈을 좀 벌었죠. 당시 그 자금을 북에 투자할 수 있었다는 게 보람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 있을 때는 이곳저곳 다니면서 강연을 200여 차례 이상 했는데,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북쪽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일본의 총련계 신문인 <조선신보>에 저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식당에서 제 밥값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요. 북쪽에서도 저를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는 평가를 해 주는 등 나름대로 후회되지 않을 일들을 한 것 같습니다.”

- 그동안 북한과 여러 사업을 하시면서 꾸준히 지켜 온 원칙 같은 것이 있나요?

“생각해 보면 저는 남이 하는 건 손을 안 댄 것 같습니다. 제 원칙이 새로운 프로젝트입니다. 그동안 제가 한 것은 다 새로운 프로젝트인데, 다른 곳에서는 해보지 않은 것들만 해왔습니다. 2019년의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지금은 제가 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일을 하고 있네요.”

- 코로나19 확산 이후 북한이 최근 몇 년간 외부와의 교류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법이나 해외동포법 등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북한의 이런 모습은 어떤 의미일까요?

“단편적인 정보 몇 가지로 북의 전체 모습을 판단할 수는 없을 텐데요, 다만 무역법의 개정은 인도지원 단체나 경협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부분이 많을 듯 합니다. 달라진 상황을 보면 이제 인도적 지원 등 외부의 물자들은 그 나라에 주재한 대사관을 통해서만 들여보낼 수 있습니다. 가령 이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북에 물자를 들여보내고자 한다면 블라디보스톡의 총영사가 그러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예전에는 북한의 다양한 기관들이 무역 권한을 갖고 외부와 무역이나 물자 교류를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북한의 중앙 당국이 지정을 한다는 거예요. 무역이나 물자 교류와 관련해 북한 당국의 권한과 통제가 더욱 커지는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네요. 해외동포법도 이야기가 있었는데, ‘해외 동포’의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 정의가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조금은 더 지켜봐야 하는 시점인 것 같네요.”

-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오는 5월 10일에는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게 됩니다. 향후 남북관계를 조금이나마 전망할 수 있을까요?

“아직 깊이 있게 생각해 보지는 못했는데,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크기는 하죠. 다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무엇이든 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정부의 대북 정책을 잘 살피고 대책을 세우는 게 맞지 미리부터 된다 안된다를 예단해서 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정부도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키웠지만, 이후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잖아요. 이전과는 분명 달라진 상황과 환경에서 남북간의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야 하는 거죠.”

- 민간단체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해 나가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공간에 대한 생각을 좀 하게 되는데요. 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남과 북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어디일까? 분명 우리가 이전에 접근하지 않은 공간이 있을 텐데요. 저는 1차로 러시아가 새롭게 남과 북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역으로서는 스포츠 교류가 남과 북의 만남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의 입장에서도 스포츠라면 해외에 나오는 데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공동대표로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주로 개인으로 일을 해 온 측면이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한 개인으로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적지 않은 일을 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는데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라는 조직 차원에서는 훨씬 더 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남과 북의 만남은 물론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가를 키우고, 남과 북이 지속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러시아에 이전에 없던 제재가 가해지고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죠. 새로운 공간을 기회의 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저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 네, 긴 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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