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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11) 공멸의 경쟁으로부터 전환하기 - 공동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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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5-01-0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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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8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와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 공동 칼럼을 발표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공멸의 경쟁으로부터 전환하기 - 공동안보


이대훈 (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 소장)


2022년 한국에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우크라이나 내분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자 국내외에서 많은 정세분석 세미나와 모임이 만들어졌는데, 그 중 하나가 ‘동아시아 공동안보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모임이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유럽의 국제평화사무국(IPB)과 1950년대부터 미국에서 반핵운동, 반전운동을 전개해 온 비핵공동안보캠페인, 필리핀의 평화운동 지도자들, 한국의 피스모모, 그리고 중국, 일본, 인도 등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이 모인 그룹이었다.

2022년 말부터 이 그룹은 세계는 다수의 전쟁을 불사하는 대결적 국제정세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고, 동북아시아에서의 전쟁 위기가 급격히 고조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 위기는 단순히 군사적, 정치적 위기에 국한되지 않고 AI 무기화, 핵 경쟁 재개, 기후변화, 군사주의 확산, 글로벌 거버넌스의 혼돈, 극단주의 득세, 민주주의의 위기, 인종주의 득세, 젠더 불평등 심화 등과 결합되어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복합위기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모임의 중론이었다. 이러한 정세 인식 속에서 모임의 이름을 ‘동아시아 공동안보프로젝트’로 정했다. 동아시아라 함은 남중국해-타이완해협, 한반도, 서태평양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전쟁 발화지점(hot spot)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공동안보라는 이름은 1982년 냉전의 절정기에서 따온 것이다. 핵미사일 근접 배치로 실제 핵전쟁 발발 가능성의 두려움에 떨던 1982년, 올로프 팔메(Olof Palme)라는 출중한 정치인은 ‘군축과 안보 문제에 관한 독립위원회’라는 국제전문가 기구를 구성해서 최초의 공동안보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핵 경쟁이 가져올 끔찍한 결과를 폭로한 이 보고서는 당시에, 그리고 한반도에서는 아직까지도 거의 상상조차 못하는 첨단의 논점과 제안을 담고 있었다.

  • (적대국이라고 할 지라도) 모든 국가가 안보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

  • 군사력은 국가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정당한 수단이 아니다.

  • 현대의 진영간 군사대립은 핵전쟁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 핵 억지력이 안보를 제공한다는 주장은 허구이며, 핵전쟁은 어느 쪽에도 승리를 가져오지 못한다 – 모두에게 재앙만 가져올 것이다.

  • 안보는 (적대국, 경쟁국을 포함하여) 상호적으로 보장될 때에만 보장된다.

  • 군비 축소 및 군비 통제가 상호 안보를 위한 필수이다.

  • 한 국가와 국민과 동시에 다른 국가와 국민이 동시에 안전하다고 인식할 때 안보가 성립된다.


유럽의 국제질서가 핵전쟁이라는 심각한 도전과 대립의 위기에 처했던 시점에서 하나의 대안적인 안보 철학과 외교노선이 ‘공동안보’의 이름으로 제시된 것이다. 경쟁국의 안보와 자국의 안보가 공동으로 보장되는 것이 국가와 시민에게 더 나은 안전을 보장한다는 취지이다. 이를 계기로 1985년 유엔총회에서는 “현재의 편의적인 군비를 통한 억지는 공동안보 독트린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국제평화는 상호파괴 위협이 아니라 공동생존에 대한 의지에 기초해야 한다”는 사무총장보고서가 채택되었다. ‘적국과 함께 협력하는 공동의 안보가 최선의 안보’라는 공동안보 원칙이 잠깐 국제적으로 공인된 것이다.

1980년대 유럽에서의 공동안보 개념은 무한 핵군비경쟁과 상호확증파괴라는 냉전시기 군비전략과 억지전략의 한계에서 대두되었다. 전통적 안보의 실패(위협 경쟁, 동맹-세력균형, 억지 균형)를 인정하고 그 안보딜레마를 거부하고자 하는 실천적 의지가 바탕이 되었다. 그 개념은 단일하게 정식화되지 않았지만, 그 원칙은 여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적대국, 경쟁국의 안보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들을 동등한 국가로 인정하며 서로 안보를 위해서 협력하는 방향이 최선의 안보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을까?



2022년 만들어진 동아시아 공동안보프로젝트 그룹은 2년간의 세미나와 논의 끝에 올해 11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최초로 ‘인도태평양 지역 공동안보’라는 이름의 정세보고서 및 정책 제안서를 발간하였다 (아래 링크). 이 보고서에서는 전쟁 확산, 글로벌 안보위기, 진영 대립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공동안보 원리에 입각한 평화운동과 시민들의 요구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구 생명공동체와 인류의 운명을 보호하기 위해 시급하고 포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그러한 구체적인 제안을 세세히 담고 있다. 공멸을 향한 경주로부터 서로 안전을 보장하기로 전환하기 위해서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 인도태평양 지역 공동안보 보고서 링크

* 이미지: 사진 1) 올로프 팔메(Olof Palme)  사진 2)「2024 인도태평양지역 공동안보 보고서」(2024 Common Security in the Indo Pacific Region)


* 단체 소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분단의 현장에 자리하고 있는 천주교의정부교구가 2015년 9월에 설립하였으며,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이웃 종교인들, 그리고 시민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이 땅의 화해와 평화 정착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의 식량난이 가장 극심했던 1996년 6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6대 종단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함께하는 국민운동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교류협력사업,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 시민참여활동, 국제연대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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