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 정전 70년을 하루 앞두고, 미국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Frank Aum) 박사는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이 북한에 양보해야 하는 이유(Why the U.S. should offer concessions to North Korea)'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습니다.
기고문에서 엄 박사는 '한반도 정전 7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외교의 잠재적 힘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와 남북한 정부는 한반도 운명을 둘러싼 협상을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억지력보다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아래는 프랭크 엄 박사 기고문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양보해야 하는 이유 Why the U.S. should offer concessions to North Korea
By Frank Aum
July 26, 2023 at 6:30 a.m. EDT
미국평화연구소의 동북아 선임 전문가인 프랭크 엄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국방부 한반도 담당 선임 고문을 역임했습니다.
70년 전인 1953년 7월 27일, 미국과 북한의 군 사령관들은 한국전쟁의 적대 행위를 종식하는 정전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양측은 외교를 통해 3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혈 분쟁을 종식시킨 것입니다.
오늘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록 미국의 일방적인 양보가 필요할지라도, 외교에 대한 새로운 헌신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전쟁 자체는 1953년에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에는 여전히 적대 상태가 존재하며, 안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는 듯 합니다. 남과 북은 서로를 불신하며 지난 30년 중 가장 긴 기간인 거의 4년 동안 대화 단절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대신 양측은 억지력이라는 기치 아래 군사력과 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였고, 올해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한미는 합동군사훈련을 확대하였고, 기존보다 훨씬 많은 핵잠수함, 폭격기, 항모 타격단을 한반도에 전개했으며, 핵 억지력 강화 캠페인의 일환으로 핵협의그룹을 설립했습니다. 한국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증가, 일본의 선제 타격 능력 추구, 중국의 급속한 군사 현대화로 인해 동북아시아는 군비 경쟁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러한 무력시위와 군사주의의 강화는 자칫 한반도를 핵전쟁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북한의 행동을 개선하는 데 더 효과적인 접근 방식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이에 대한 경험적 증거는 강력합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협상하던 시기, 북한은 훨씬 더 긍정적으로 행동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연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진행했던 기간과 북한의 도발이 감소한 기간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 2017년부터 현재까지의 데이터가 포함되었다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에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실험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외교가 결렬된 2019년부터 2023년 사이에는 100회 이상의 미사일 실험이 있었다는 사실도 다뤄졌을 것입니다.
문제는 양측 모두 대화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겉으로는 김정은 정권과 여러 차례 실무급 회담을 모색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공격적인 군사력 증강과 김위원장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극히 간결한 메시지가 뒤섞이며, 북한은 미국의 접근을 진정성 없는 냉담한 대화 제의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형식적인 대화 시도 대신, 먼저 북한에 양보하며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한 연구는 강대국이 먼저 화해 제스처를 취하면 상대방의 호혜적 행동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제시합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1990년대 초에 효과가 있었습니다. 미국은 먼저 남한에 배치된 핵무기를 철수하고 대규모 군사 훈련을 취소했으며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고위급 회담에 합의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한국과의 비핵화 및 화해 협정, 핵안전보장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비평가들은 종종 미국이 모든 것을 시도했지만 아무것도 효과가 없었다며 외교를 무시합니다. 이는 근시안적인 시각입니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양국이 제네바 기본합의를 준수하고 외교, 군사, 인적 채널을 통해 집중적으로 관계를 맺었을 때 북한은 미사일 실험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핵실험도 플루토늄 재처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그 기간 동안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사실이며, 이것이 비록 합의 문구를 위반한 것은 아닐지라도 분명 합의의 정신을 위반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이 취해야 했던 생산적인 대응 방식은 대화를 완전히 깨기 위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대화를 이용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워싱턴에 널리 퍼져있는 ‘공포에 기반한 관점’을 고려할 때 북한과의 관여보다 억지를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현상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닙니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접근법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북한과 기타 악의적 행위자들에 대해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억지력이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측면은 바로 시간, 즉 외교적으로 분쟁을 해결하여 더 이상 억지력이 필요하지 않게 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것이 바로 정치 지도자들이 지속적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1953년 휴전에 합의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바로 오늘날 더 큰 관심과 시급성이 요구되는 원칙입니다.
한반도 정전 7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외교의 잠재적 힘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남북한 정부는 한반도 운명을 둘러싼 협상을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억지력보다 외교력을 강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