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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특집 8: 남북 기술자들의 주먹과 손바닥 [등록일 : 2016-08-18]

[스토리]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7-03-27 11:40
조회/Views
1998
[창립 20주년 특집] 사진으로 전하는 우리민족 8

남과 북 기술자들의 주먹과 손바닥

높이 솟은 H-빔 철골 위로

두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두 사람은 남쪽의 철골 기술자로, 평양 조선적십자종합병원 내에 약무청사를 신축하기 위해 평양에 갔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기다란 것은 기중기의 팔입니다. 기중기로 들어올려진 또다른 철골이 남쪽 기술자들의 손에 정확히 내려지고 있습니다. 이 기중기는 누가 조정할까요? 북쪽의 기중기 운전사입니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남과 북 기술자들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무전기가 없는 남과 북 기술자들이 지금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빈 손바닥과 주먹입니다. 2006년 10월의 일입니다.

대북 지원사업이 벌어지는 현장은 일방적인 시혜의 자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남과 북 주민간의 교류협력이 매우 구체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협력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융통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유무상통(有無相通)이 그대로 적용되는 곳이 바로 남쪽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 사업장인 것입니다.

2000년대 접어들어 남쪽의 민간단체들은 대북지원의 성격을 이전의 긴급 구호에서 개발지원으로 전환해 왔습니다. 90년대 중반 북이 고난의 행군을 거치고 있을 때 남쪽 민간단체들은 식량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긴급 구호성 지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일회적인 성격의 긴급 구호성 지원으로는 북한의 복잡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이후 민간단체들은 ‘물고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전해 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북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민간단체들의 지원사업장에서 남과 북 주민들의 협력이 가지는 의미가 강화된 것은 이렇게 민간단체들의 지원이 개발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십자병원 약무청사 신축 과정을 돌이켜봅니다. 건설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남쪽에서 갖고 갈 수는 없습니다. 사실은 그럴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남쪽보다는 오히려 북에서 풍부한 물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모래와 자갈입니다. 약무청사 신축을 위해 북의 적십자병원에서는 모래와 자갈 시멘트를 조달했습니다. 물론 신축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인력도 북측에서 내왔습니다. 남쪽에서는 철근과 판넬, 배관 등의 자재, 그리고 H-빔을 이용한 건축 기술이 제공됐습니다.

적십자병원의 약무청사는 H-빔을 기중기로 들어 올린 후 그것을 조립해 가면서 층을 올리는 공법을 취했습니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데는 이 공법이 유효하다는 게 건축 전문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기중기로 H-빔을 들어 올리고 조립한 후 다시 그 위로 올라가서 H-빔을 조립하는 철골 작업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H-빔을 들어올리는 기중기 기사와 남측의 철골 기술자와의 손발이 잘 맞아야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북측 주민인 기중기 기사와 남측 주민인 철골 기술자가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손바닥과 주먹입니다.

그런데 소위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하는 이 대화가 서로 통합니다. 남측 철골 기술자의 손짓에 따라 북측 기중기 기사는 정확한 자리에 H-빔을 들어 올립니다. 남측 철골 기술자의 익숙한 작업으로 H-빔은 높이를 올려 나갔습니다.



[개선문 앞에 선 우리민족 실무진과 남북 기술자들]

이렇게 두 달여 시간, 북쪽 기술자와 손발을 맟춰 본 남측의 기술자들은 일을 마무리하고 남쪽에 내려온 이후에도 북쪽 공사 현장에 대한 애정을 듬뿍 갖고 있습니다. 자신이 설치한 기계가 잘 돌아가는 지를 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도 물어옵니다. 북쪽 주민들과 구체적인 일을 갖고 협력한 경험을 가진 이들 기술진들이야 말로 남북간 민간교류협력 역사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손종도 부장
 [편집자 註]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이어질 특집 ‘사진으로 전하는 우리민족’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다녀왔던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하려 합니다. 남북이 처한 현실의 벽을 조금씩 조금씩 넘어왔던 이야기, 사람과 사람의 만남 이야기가 녹아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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