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5도청 안주군민회, 대북지원단체에 500만원 전달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고향이 물바다가 됐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힘을 보태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최근 폭우로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북한 평안남도 안주시 출신의 실향민들이 고향을 돕기 위해 나섰다.
이북5도청 산하 평안남도 안주군(안주시의 옛 행정구역명) 군민회 소속 실향민 60여 명은 최근 고향이 폭우로 물에 잠겼다는 소식을 접하고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500만원의 성금을 마련했다.
70대 이상의 고령자가 대부분인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지만 어려움에 처한 고향을 향한 안타까움에 모두가 선뜻 동참했다.
스물두살에 고향 안주를 떠나 남쪽으로 피난을 왔다는 양해원(85)씨는 "고향이 80% 정도 물에 잠겼다는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물난리가 나 고향 사람들이 비참하게 지낸다고 하는데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안주 출신의 실향민 A(88)씨는 "안주는 원래 지대가 낮은 탓에 비가 많이 오면 피해가 클 것"이라며 "다들 고향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아 수재의연금을 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실향민 2세인 최용호(54) 안주군 명예군수는 "최근 군민회 모임에서 '고향이 물에 잠기는데 뭔가 도움을 줘야 하지 않느냐'는 제안이 나와 현장에서 바로 성금을 모았다"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렇게나마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명예군수는 "남북관계가 경색돼 과연 성금이 전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기로 했다"며 "정부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1세대 실향민들의 노력을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실향민들의 성금 기탁을 계기로 안주시에 긴급 구호 식량을 보내기로 하고 지난 2일 통일부에 지원물자 반출 신청을 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현재 북한의 수해 상황을 확인하는 단계로, 민간 차원의 수해지원 승인 문제는 실태 파악 이후에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실향민들의 '마음'이 당장 고향에 전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민간 차원의 대북 수해지원은 남북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도 중단된 적이 없었다"며 "정부는 북한의 수해상황을 확인중이라는 당당하지 못한 태도를 버리고 민간의 대북 수해지원을 조속히 승인하라"고 촉구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아시아태평양 사무소와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에 따르면 최근 집중호우로 북한에서는 33명이 숨지고 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안주시의 경우 지역의 80%가 물에 잠기고 가옥과 건물이 파괴되는 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