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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분위기(Atmospherics for Peace) - 에리히 와인가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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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8-05-08 17:51
조회/Views
3378


※ 최근 열린 ‘2018 남북 정상회담’이 국제사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97년 평양에 상주하면서 식량원조 연락사무소장을 역임했던 에리히 와인가트너가 글을 보내왔습니다. 캐나다에서 캔코(CanKor)라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편집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이 글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이라고 하는 이유를 조금은 색다른 시각으로 설명하면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지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가 강조하고 있는 점은 ‘분위기(atmospherics)’입니다. 당분간 북한에 대한 제재는 지속될 것이고 인권 침해와 핵무기, 미사일도 여전히 남아있겠지만, 그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가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합니다. 에리히 와인가트너는 지난 2016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20주년 백서 – 나눔과 평화 그 스무 해의 여정」을 발행할 때에도‘한반도에서 ’나눔‘이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라는 제목의 긴 글을 보내와 백서에 싣기도 했습니다. 와인가트너가 이번에 보내온 글을 아래에 번역해 원문과 함께 싣습니다.


영어 단어 ‘atmospherics’는 원래 번개처럼 대기 중의 전자적 교란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오래된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지지직거리는 성가신 소리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곧 ‘atmospherics’는 듣기 싫은 잡음을 유발하는 원인입니다.

1973년 미국의 마케팅 이론가인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이 단어 ‘atmospherics’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제품 판매 확률을 높일 목적으로 고객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소매 공간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 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정의에서 ‘atmospherics(분위기)’는 상점의 구획과 배치, 조명, 온도, 벽지, 향기, 소리, 제품이 전시된 방법, 심지어 판매원의 외모와 행동까지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이 두 번째 의미가 외교에서 채택됩니다. 분위기(atmospherics)는 정부 간 협상을 진전시키거나 억제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의 평창동계올림픽은 거대한 규모의 외교적 분위기였습니다.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발표됐던 판문점선언이 대부분 정당한 이유로 찬사를 받거나 비난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지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국가 지도자들의 정상회담은 기본적으로 분위기를 이행하는 것입니다.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문이 발표되든 그것은 이미 지도자들이 공개적인 악수를 하기 전에 동의된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이는 두 지도자에게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정상회담의 목적은 국제사회의 관련국들뿐만 아니라 자국 국민들에게 일종의 합의를 “판매(sell)”하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정상회담은 분위기의 편곡(orchestration)입니다. 그 목표는 모든 관련국들이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협상 과정을 “구매하도록(buy into)” 권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원하지 않는 잡음을 없애 간섭음 없는 좋은 음악이 분명하게 들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외교가 군사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 이상을 성취할 수 있다는 기대의 분위기를 확립했습니다.

물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회의론자들도 많습니다. 오른쪽과 왼쪽의 분석가들은 불충분한 지점들을 강조합니다: 말은 행동이 아니다; 한쪽 혹은 양쪽의 지도자들 모두 신뢰할 수 없다; 외부의 힘(특히 미국)이 화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등등. 많은 측면에서 이러한 분석은 맞습니다: 당분간 제재는 지속될 것이고, 인권 침해도 계속되고 핵무기와 미사일도 여전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위기의 이행으로서, 이번 정상회담은 임박한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적대감의 하향 나선형을 대체하면서 평화로 나아가는 기대감의 상향 나선형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저는 전쟁으로 향해 있는 듯한 궤도에서 그 어느 쪽도 먼저 발사를 하지 않도록 기도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이제 이 새롭게 발견된 평화의 궤도를 그 어느 쪽도 먼저 방해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도 이번 긍정적인 결과에 신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종류의 평화가 성취되도록 하기 위해 그 과정의 일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평화가 역사에서의 자기 자리를 확고하게 해 줄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방향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그 공로를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긴장을 마무리할 평화로운 해결책을 방해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분위기가 평화를 증진하는 방법이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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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ospherics for Peace

The word “atmospherics” was originally coined to explain those annoying scratchy sounds you could hear in old pre-digital radios caused by electrical disturbances in the atmosphere, like lightning strikes. In other words, atmospherics caused undesirable static interference and noise.

In 1973 the American marketing theorist Philip Kotler adopted the word atmospherics for a different use. He was looking at how retail space might be designed to influence a customer's mood so as to increase the odds of selling a product. In his definition, atmospherics included a store's layout, lighting, temperature, wall covering, smell, sound, the way products are displayed, even the appearance and behaviour of sales personnel.

This second meaning has been adopted in diplomacy. Atmospherics can be used to advance or inhibit inter-governmental negotiations. The PyeongChang Olympics in February were diplomatic atmospherics on a grand scale.

Although the final declaration of the 27 April Korean summit has been praised and criticized for mostly valid reasons, we should not miss the most important point: Summits of national leaders are primarily an exercise in atmospherics. Whatever accords come out of a summit have usually been agreed even before the leaders engage their first public handshake. It would be politically dangerous for either leader if this were not the case.

The purpose of the summit is to “sell” any agreement to their own respective populations, as well as to the relevant parts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 successful summit is an orchestration of atmospherics. The aim is to encourage all relevant parties to “buy into” a process of negotiation toward a certain goal. In other words, to be successful, the summit must sweep away any undesirable noise so that reassuring, hopeful music can be clearly heard without static interference.

In this sense, I would say that the Kim-Moon summit was a resounding success. It has definitely established an atmosphere of expectation that diplomacy can achieve more than military posturing.

Of course, as usual, the skeptics abound. Analysts on the right and left highlight the inadequacies: words are not actions; one or both leaders cannot be trusted; external powers (particularly the USA) will not allow rapprochement, etc. In many respects they are right: for the time being, sanctions will continue, human rights violations will continue,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will remain in place.

However, as an exercise in atmospherics, this summit has created an upward spiral of expectation toward peace, replacing the downward spiral of hostility and the fear of imminent war. Last year I prayed that no side will take the first shot in a trajectory that seemed destined toward war. Now I pray that no side will be first to sabotage this new-found trajectory toward peace.

Even President Donald Trump claims credit for this positive outcome. If any sort of peace is to be achieved, he wants to be part of it. He knows it would assure his place in history. And in order to continue to guide him in the same direction, President Moon Jae-in has even proposed that Trump should be given the Nobel Peace Prize. After all, Mr. Trump is less likely to sabotage a peaceful resolution to the Korean conflict if he is given credit for it.

And that is how atmospherics can promote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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