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탐구학교 졸업생들이 5월 28일과 29일, 1박2일로 답사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서해 평화구역의 봄 길을 걷다’라는 주제로, 한강하구 김포의 조강(애기봉평화생태공원)부터 강화도 연미정, 고려천도공원을 거쳐 교동도 까지 DMZ를 끼고 서해와 북녘 땅을 돌아보았습니다. 망원경 속 북녘 땅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었습니다.
남북을 갈라놓은 바보같은 철책선 너머에 담담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한강하구와 서해 평화구역을 이틀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졸업생들은 마음속으로 함께 생생히 그려 보았습니다. “한강하구과 서해에 펼쳐졌던 천 년 전 통일 고려(Korea)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문화의 꽃이 다시 피리라. 세계를 선도하는 아름다운 평화와 번영의 문명으로...”
17세에 황해도 연백군에서 전쟁을 피해 교동도로 넘어왔다가 평생 동안 건너편 고향마을을 그리워하시는 최종대(87세) 선생님이 답사기행을 함께 했습니다. 교동 망향대에서 개성탐구학교 졸업생들에게 천년의 사랑을 이어온 은행나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머니, 전쟁이 끝나면 곧 만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고향을 지척에 두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지금도 고향이 보이는 지척인 교동도 무학리를 찾아 갑니다. (중략) 그곳에 가서 고향땅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울다가 돌아가기를 해 왔어요.
어머니, 제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드릴께요. 교동도 무학리에 1000년 넘은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암나무에요. 지금도 열매가 잔뜩 열려요. (중략) 북에 있는 숫컷 은행나무에서 매년 꽃가루가 날아와 수정을 하니, 은행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에요.
우리 살던 고향집 뒤에 있던 은행나무가 생각났어요. 그 은행나무도 천년은 된 건데요 바로 그 나무가 숫나무였어요. 나무는 떨어져 있어도 서로 정을 나누고 사네요. 어머니, 재미있게 들으셨어요?“
최종대 선생님은 살아계실지도 모르는 북녘의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고향 땅의 누구든 단 한번만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