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00-정책]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민간대북지원활동의 방향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7-03-22 13:57
조회/Views
689
서경석(집행위원장)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북한동포돕기운동은 더욱 활성화될까, 아니면 위축될까?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확실한 전망을 하기 어렵고 사람들의 생각도 다분히 엇갈리는 것 같다. 실제로도 두가지 가능성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한편으로 위축된다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첫째 이제는 정부가 앞장서서 식량과 비료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민간의 역할은 끝났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정부가 민간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규모로 대북지원을 하면 민간모금은 당연히 빛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모금이 불가능해진다. 둘째로 민간에 대한 북측의 태도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민간모금운동의 북측 창구는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였는데 지금 몇 달째 북경에 대표가 나오지 못하고 있어 북측과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금년도 프로젝트의 진행이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주된 이유는 아태평화위가 남북회담을 담당하고 있어 그 일로 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고 북한당국의 민간기구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다른 한편으로 민간모금운동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견해는 현실보다는 당위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전망의 근거로는 첫째로 높아진 우리 국민의 관심사를 들 수 있다. 사회 각계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을 위해 일단 무엇을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큰 교회, 병원, 대학,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사회 각계는 자신의 관심영역을 남한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한반도 전체를 염두에 두면서 앞날을 계획하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사회각계는 일단 북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두 번째 근거는 한국정부가 정부 예산만으로는 대북지원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모금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해야 하며 정치적으로도 민간모금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햇볕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국민적 지지기반이 구축되므로 한국정부가 민간모금운동을 틀림없이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예측이다.
위의 두 가지 전망은 다같이 오늘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앞으로의 한국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즉 앞으로 한국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는가에 따라 민간모금운동이 활성화되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하기 때문에 한국정부의 현명한 정책적 판단이 가장 중요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민간모금운동이 위축되는 것이 남북관계의 앞날을 생각할 때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활성화할 정부의 정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적어도 다음의 여섯 가지 방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로 정부는 민과 관이 손을 잡고 공동협력을 할 때에만 대북지원활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따라서 남북협력도 잘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민간지원활동이 꾸준히 계속되어야 남북화해와 협력이 성공할 수 있다. 민간모금은 비록 액수는 적어도 순수한 동포애에 기초하고 있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한 분위기조성에 민간차원의 대북지원활동이 큰 역할을 하였다면 이러한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이제 간신히 남북관계가 조금 열렸는데 지나치게 경제잇속을 챙기는 분위기로만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요즈음 대북지원을 위한 모금운동의 열기가 매우 낮아 과거와 같이 ARS에 의존하는 모금은 더 이상 성공할 수 없으며 보다 이해관계에 입각한 모금이 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어떻게 하면 민간차원의 대북지원활동을 활성화시킬 것인가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
둘째로 한국정부는 ‘한국의 방식은 민관협력 방식이어야 하고 이러한 방식이 북의 입장에서 볼 때 당장은 성가실지도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대북지원을 보장하는 길’임을 북에게 설득해야 한다. 북한은 민간단체가 많이 돕지도 못하면서 북한방문 등 요구만 크므로 성가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견이다. 민간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햇볕정책의 견고한 지지기반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셋째로 큰 틀에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민간단체 사이에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은 정부가 떠맡아야 한다. 이를테면 SOC투자와 에너지, 비료 및 식량지원은 정부가 감당해야 하고 남북경제협력은 민간기업의 몫이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농업협력, 보건의료지원, 그 외 다양한 지원활동들은 누구의 역할로 되어야 할 것인가이다. 우리는 이것이 민간의 몫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농업협력과 보건의료지원사업은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힘에 부치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선 한국정부는 보건의료지원과 농업협력에 대해 민간NGO, 국제NGO, 국제기구 등과 공동으로 협력하고 최종적으로는 북한당국자와 공동협의하여 이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농업협력 사업에 있어서는 사업주체는 지방자치단체, 기업, 종교단체 등을 포함한 민간부문으로 하고 한국정부당국이 이에 협력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즉 정부는 비료와 식량을 북한에 지원할 때 직접지원하지 않고 민간부문을 통해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민간이 북의 어느 군과 농업협력 계약을 맺고 종자, 농약, 트럭터, 기름, 비닐막 등을 지원한다고 하면 이에 상응하여 농업협력에 필요한 비료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민간단체들을 대북농업협력사업에 끌어들일 수 있다. 또 나무심기사업에 대해서도 민간단체가 특정지역에 나무를 심기 위해 묘목을 지원하면 나무심는 인력을 위한 식량공급을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식량은 민간단체를 경유해서 북에 전달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의 지원형태는 이미 선진국의 경우 보편화되어 있으며 최근 미국정부는 북한에 보내는 식량의 일부를 미국NGO를 통해 지원한 바도 있다. 한국정부는 전량은 아니더라도 북에 지원하는 식량과 비료의 4분지 1가량은 NGO를 통해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한국의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 종교기관, NGO, 학교, 기업, 실향민 등이 농업협력사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보건의료사업에 대해서는 더욱더 정교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우선 보건의료사업을 위한 종합대책이 민간차원에서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이 문제를 가지고 한국정부와 민간단체들이 함께 협의하여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WHO, Unicef 등 국제기구, 그리고 북한관계당국과도 의논하여야 한다. 이러한 대책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① 한국내 병원과 북한병원 사이에 자매결연을 맺어 한국의 병원들이 병원기자재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② 몇 년 내로 집중퇴치해야 할 병을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결핵, 간염, 소아마비, 말라리아, 기생충, 소아영양실조, 비타민결핍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선 집중적으로 결핵을 퇴치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한국정부, 북한 당국, 한국NGO, 국제기구 사이에 이루어져야 한다. ③ 북의 제약회사가 잘 가동될 수 있도록 의약품원료를 지원하는 일과 의료기자재를 생산하는 회사를 건설하는 일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방침 발표는 민간의 의욕을 저하시킨다.
넷째로 한국정부는 국제기구 및 국제 NGO들이 북한에서 철수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대처를 해야 한다. 최근 MSF, Oxfam 등 국제NGO 들이 철수하고 있다. 원조피로 현상도 있고 투명성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 한국정부가 큰 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제 NGO들이 더 이상 남아있을 필요를 못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앞장서서 국제기구, 국제 NGO 까지 포함하여 대북지원활동을 공동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 특별히 농업협력이나 보건의료분야는 전문성과 경험, 사전 예비조사 등이 매우 필요하므로 전부터 이 분야에서 활동해 온 국제NGO들의 협력과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다섯째로 민간의 대북지원활동 ─ 농업협력, 보건의료지원, 기타 생필품지원 ─ 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이 원칙없이 이루어져서는 안되고 일률적인 매칭펀드 지원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민간을 지원할 때 어느 단체는 지원하고 어느 단체는 지원하지 않고 하는 식의 자의적인 결정을 하면 민간운동을 크게 약화시키게 된다. 그렇게 하면 수혜를 받지 못하는 단체들은 실망하여 대북지원활동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 민간활동 중에 지속적인 사업만을 지원하면 민간단체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가로막는 결과를 빚는다.
다만 매칭펀드에 있어서 지원비율은 지원단체, 모금방식, 품목에 따라 차등을 두어야 한다. 지원비율 및 지원방식을 결정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방식을 제안해 본다.
①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이 지원을 할 때보다는 순수 민간단체가 모금을 할 때 더 높은 매칭펀드 비율을 적용한다. 종교가 직접 모금을 할 때에는 일반 모금단체보다 모금이 수월하므로 일반 NGO보다 약간 낮은 비율을 적용한다.
②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 단체들이 잉여 농수축산물을 북에 보낼 때에는 매칭펀드의 비율을 크게 낮추되 매칭펀드로 운송비의 일부를 지원한다.
③ 농업협력사업과 나무심기사업, 의료지원사업의 경우에는 우선순위가 높으므로 높은 매칭펀드 비율을 적용하되 가급적 식량이나 비료로 지원할 수 있게 한다. 생필품지원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약간 낮은 비율을 적용하되 운송비를 정부가 돕도록 한다.
매칭펀드의 비율을 결정하는 일은 민간을 어느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정책사안인 만큼 통일부 내에 민관합동 위원회를 두어 거기서 충분한 정책적 검토를 한 후에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비율이 결정되면 모든 NGO에 그 방침이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정부는 민간을 끌어들여 같은 예산을 가지고 두 배이상의 지원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정부가 민간과 경쟁하는 방식으로 북에 대규모 지원을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민간운동을 위축시키고 최종적으로는 소멸시키는 결과를 빚는다. 다만 있을 수 있는 무질서와 혼란을 피하기 위해 대북 접촉창구만큼은 10개 이내의 믿을 수 있는 민간단체에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
여섯째로 앞으로 통일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통일교육은 그동안의 대북지원활동 단체들을 중심으로 행해져야 한다. 통일교육은 근본에 있어서 나눔교육이 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통일교육은 알맹이 없는 말의 성찬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동포를 위해 자기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만이 통일을 논할 자격이 있다. 따라서 북한동포돕기운동기구들이 한편으로 모금운동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 통일교육의 주체로 등장하여 교육의 성과가 나눔운동의 확산으로 나타날 수 있어야 한다.



등록일 : 2002-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