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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정책]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한국NGO 운동과 정부/UN 관계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7-03-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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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집행위원장)
1. 아직도 한국사회는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흥분에 쌓여있다. 분명히 정상회담의 결과는 만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대성공이 아닐 수 없다.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는 그 이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고 이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흥분하여 완전히 새 세상이 온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모처럼의 화해국면을 최대한으로 살려내어 완전한 평화정착과 남북교류, 협력을 실천해 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국의 목표가 북한을 무너뜨리는데 있지 않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북한이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산가족 만남이나 교류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유가 체제위기에 대한 염려에서 비롯되었고,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은 체제위기의 염려가 없는 범위 내에서만 김대중 대통령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이 급속도로 이산가족 만남과 남북교류, 개혁개방을 이룩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맞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북의 김정일 정권이 정상회담을 체제유지를 위한 정치 선전물로 이용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북의 체제가 흔들리지 않아야 김정일 정권이 교류협력을 꾸준히 밀고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북의 소프트 랜딩을 도와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산가족 만남, 교류협력, 개혁개방을 계속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남측이 협력하여야 한다.

2. 우리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일차적으로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의 공로라고 생각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1997년부터 봇물 터지듯 일어난 북한동포돕기운동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북한동포돕기운동은 한국국민으로 하여금 북을 함께 살아가야 할 동포로 인식케 하는 전환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김대중 정부는 소신있게 햇볕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었다. 또한 조건 없는 북한동포돕기운동을 통해 북한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이 완화되고, 북한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믿음을 쌓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동포애발휘운동이야말로 남북협력을 꾸준히 밀고 나갈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정상회담 이후 상호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은 조금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3.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민간모금운동은 어떤 의미에서 상당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북한정부당국과 직접 상대하면서 1조원 이상의 엄청난 예산으로 대북지원을 행할 경우 민간모금운동은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민간모금운동이 위축되면 한국정부는 모든 대북지원을 정부예산으로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며, 나아가 햇볕정책에 대한 민간 지원세력의 약화를 초래할 수가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민간모금운동이 오히려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사려 깊은 조처를 취하여야 한다. 한국NGO들은 한국정부를 향해 매칭펀드(matching fund)제도를 도입하여 누구든 대북지원활동에 나서면 일정비율의 매칭펀드를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한국정부는 매칭펀드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몇몇 중요 NGO만을 중점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하였고, 그것도 계속사업일 경우에만 지원하였다. 그 결과 통일부의 이러한 방침은 오히려 민간의 창의적 사업을 가로막는 결과를 빚었다. 모금이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단체가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업을 위해 자원을 배분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다. 한국정부가 미국이나 EU처럼 정부예산을 집행할 때 민간에게 위임하여 대신 집행토록 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매칭펀드제도의 도입이 먼저 선행되어야 민간모금운동이 활성화될 수 있다.

4. 또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로의 창구 집중화, 창구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거 김영삼 정부는 고집스럽게 적십자사로의 창구단일화정책을 견지하였고 그 결과 모든 민간단체는 북과의 어떤 접촉도 금지되었다. 다행히 김대중 정부는 창구단일화정책을 폐지하고 민간대표가 직접 북과 접촉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그런데 정상회담 이후 한국정부가 모든 것을 북한당국과 협의하게 되면 대북민간지원활동, 보건의료사업, 농업협력, 이산가족만남, 경제협력, SOC 및 에너지 지원 등 모든 활동을 전부 총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산가족만남만 해도 이미 다양한 창구를 통해 만남이 이루어져 왔는데, 이번에 정부채널로 창구가 단일화되면 이산가족 만남의 수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조차 있다. 이산가족만남은 기존의 창구가 더욱 활성화되면서도 신규로 정부창구가 새로 생기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점은 인도적 지원이나 경협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대북협력사업을 정부가 할 일, 기업이 할 일, 그리고 민간단체가 할 일을 구분하여 그 영역을 과감히 넘겨주고 대신 이를 뒤에서 지원하여야 한다.

5. 이제는 한국정부가 1조원의 규모로 대북지원에 나서게 되는 만큼 북한개발을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우선 한국NGO로서는 한국정부와 공동협의를 하면서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 국제NGO와 국제기구 간의 네트워킹을 통한 정보교류와 종합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가지고 북한당국과 최종조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끊어진 경의선을 잇는 작업과 같은 SOC 투자나 에너지 지원 등은 한국정부의 몫이다. 그렇지만 농업협력사업, 보건의료협력사업, 나무심기사업 등과 같은 일들은 한국정부 단독으로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러한 일들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한국정부와 한국NGO, 국제NGO, 국제기구의 공동협력이 필수적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지난 6월 1일에서 3일까지 서울에서 북한 보건의료협력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하였다. 여기서 한국NGO, 국제NGO, 국제기구, 한국정부간의 공동협력 없이는 보건의료협력사업이 성공할 수 없음을 확인하고 이를 위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공감한 바 있다.

6. 특별히 농업협력사업과 보건의료협력, 나무심기 등은 한국정부와 한국NGO간의 합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모든 종교계, 지방자치단체, NGO, 교육기관, 의료기관 등이 함께 협력하여 북한의 지원지역을 나누어 분담하는 일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중간역할을 하여 10개군(郡)에 각 군별로 1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하는 농업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대신에 일년에 두 차례 한사람씩 그 군을 방문하여 협력사업을 확인하게 된다. 내년에는 이러한 자매결연을 통한 농업협력사업이 전 군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민간차원의 결연활동을 지원함으로써 보다 활발한 민간참여를 유도해 내어야 한다.
7. 북한주민뿐만 아니라 중국 동북3성에서 유랑하는 탈북자에 대한 지원문제도 인도적 차원에서 우리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이념을 초월한 북한주민돕기운동이라면 그들이 북한내부에 있든 바깥에 있든 상관하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북의 소프트 랜딩(soft landing, 연착륙)을 지원하는 것이 대북지원 NGO들의 확고한 입장임을 북이 신뢰하게 되면 우리의 이러한 인도적 입장에 대해 크게 개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NGO이든 국제NGO이든 다같이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등록일 : 2002-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