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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관련 기사, ''남·북 기초자치단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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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17-03-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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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기초자치단체간 교류 물꼬 텄다

전남남북교류협의회,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교류합의

이주빈기자

"전남남북교류협의회"는 북한을 방문해 평안남도 지역과 교류협력사업을 하기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합의했다. 중앙 차원이 아닌 기초자치단체가 방북해 남북지방간 사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5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전남남북교류협의회"(이하 협의회) 대표단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와 함께 남북 지방간 교류협력사업을 논의하고 "남북교류협력사업 합의서"를 교환했다.

대표단은 북측과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맞게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농업기술분야 및 상호 관심분야에서 서로 협력"한다는 교류사업의 원칙과 방향에 뜻을 같이 했다.

남·북 지방간 교류는 최초…상호신뢰 구축 기대

협의회 대표단의 방북과 합의서 교환은 중앙 중심으로 이뤄졌던 남북교류의 축이 지방으로 이동되어 지자체, 민간단체, 지역민이 함께 주도적인 남북교류사업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전남지역과 평안남도간 공통의 관심사인 농업분야 교류는 남북간 농업협력사업의 모델을 만들고 신뢰관계를 형성하여 남북화해 무드를 조성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에 작성한 합의서 역시 전라남도와 평안남도간 농업협력에 관한 합의사항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번 대표단이 북측과 작성한 합의서에는 "평안남도는 농기계 수리공장을 오는 6월까지 건설하고 남측은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전달"하는 한편 "농장운영에 필요한 영농기자재를 남측이 전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측의 자재를 전달받아 북측이 평안남도 대동군에 건설할 농기계 수리공장은 연간 500대의 천리마28호(트랙터), 콤바인과 이앙기 등을 수리할 수 있다. 북측은 수리공장을 남측과 공동 운영될 예정이어서 북한의 실질적 농업생산성 향상에 상당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평안남도 공장에서는 농기계 공동개발 연구시험사업을 통해 남북공동의 "민족농기계" 개발사업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남측 방식으로 경작되는 500㏊ 규모의 시범농장을 운영함으로써 북한의 "주체농법"에 새로운 변화를 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교류 협력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북측은 "필요한 시기마다 남측 관계자들과 기술진들의 현지방문과 기술협의를 보장한다"고 합의서에 명시해 남북지방간 교류협력사업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북측 교류협력 의지 확인 큰 성과

대표단의 방북일자가 다가올 즈음 대북감시용 정찰위성을 일본이 발사하는 한편,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등 남북관계를 둘러싼 정세가 밝은 편은 아니었다. 주변에서는 "자극을 받은 북한이 교류사업을 동결시키는 것 아닌가"는 우려가 일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단의 방북활동은 시종 따뜻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전개돼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대표단과 북측은 남북 지방간 교류의 의의와 중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한편 지방간 교류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분야의 협력사업도 계속 추진키로 합의해 본격적인 남북 지방간 교류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전남지역 22개 기초자치단체와 민간단체, 기업들로 결성된 "전남남북교류협의회"는 앞으로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사업들을 발굴하여 북한의 평안남도와 활발한 교류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지방간 교류 합의서" 어떻게 나왔나

서로 "일정 보이콧" 신경전 끝에 출발 당일에야 서명

"지방간 교류" 문구 삽입 놓고 한치 양보없는 심야대결

남북이 공동의 사업을 원활히 추진한다는 것은 아직은 힘든 일이다. 남북 지방간 교류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받는 전남남북교류협의회(회장 조충훈 순천시장)의 교류협력 합의서 작성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이미 작년 의향서를 상호 교환한 남북의 합의서 작성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이미 낯이 익은 남북 실무자들은 평양공항에서부터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기도 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의 방북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방문단에 대한 예우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북측의 대남 교류사업 고위 책임자가 공식만찬 석상에 두 차례 참석한 것은 물론 "상호이해를 증진"하는 차원에서 일정에 없던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 같은 북측의 "배려"는 한 실무 참사관으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북측 참사관은 "아무리 민간교류 차원에서 방북했지만 지위가 지위인 만큼 신경이 각별히 쓰인다"며 "정세가 엄혹해서 일정을 연기하려는 일부 내부의견도 있었지만 단체장 자격으로 집단으로 방북한 첫 사례여서 원래 일정대로 (방북을) 승인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남북 교류협력사업 합의서 작성시점이 다가올수록 양측 사이엔 미묘한 긴장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4월 2일 농기계연구소에서의 실랑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북측은 남측이 "필요한 부품이 아닌 엉뚱한 부품을 보내 농업기계화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측 관계자들은 "합의사항 외의 문제"라며 "정작 필요한 연구단지 조성은 왜 늦추고 있냐"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측의 논쟁은 "우리가 이해하고 가자"는 남측 방북단의 입장 때문에 크게 불거지진 않았다. 그러나 전남남북교류협의회와 사실상 교류사업을 진행할 평안남도 대동군 현장을 찾은 4월 3일부턴 양측 모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전남지역 자치단체장들은 "지원하게될 농기계 활용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북측 관계자는 "보다 현실성 있는 지원"을 요구했다. 남측 관계자들이 "이전에 지원했던 농기계의 활용을 직접 확인해야겠다"며 북측을 압박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3일 밤 남측 관계자들은 합의서 초안을 직접 작성하기 시작했다. 율사출신인 하승완 보성군수와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정영재 광주전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이 심야까지 문안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이 초안에 대해 북측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북측의 입장은 "지방간 교류"라는 문구를 절대 삽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대해 남측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방간 교류가 명시되지 않으면 합의서는 아무 필요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남측 대표단의 귀국 하루 전인 4일은 양측의 대결과 긴장이 극도에 이르렀다. 아침 일정에서부터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합의서는 예정 방문일정을 다녀온 뒤 논의하자"는 북측의 입장에 남측 대표를 맡고 있는 조충훈 순천시장이 "이런 식이라면 북측의 일정에 따라갈 수 없다"고 일정 포기선언을 했다.

북측 관계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상황이었다. 김흥식 장성군수가 "원만히 합의하자"며 양측을 모두 달랬지만 조 시장과 북측 관계자의 대립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서로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나중엔 북측 관계자들이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고 돌아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남측 실무자인 이용선 총장과 정영재 총장이 북측 실무자를 달래려고 안간힘을 썼고 일정은 다시 예정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양측은 "지방간 교류"를 명시하는 문구의 삽입을 둘러싸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의 전일적 지도와 통제체제인 북측으로선 "아무 실권도 없는 지방을 왜 교류대상으로 명시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방간 교류를 목표로 상호 의향서까지 체결한 전남남북교류협의회는 "약속위반이며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팽팽한 줄다리기와 신경전은 5일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마침내 "상부의 지침"을 다시 받은 북측이 남측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선에서 합의서는 작성됐다. 50년 동안의 분단은 글자 한 자에도 녹아 있었다.

2003/04/10 오후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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