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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특별견학 소회 - 시선의 방향이 바뀌면 생각의 방향도 바뀐다.

[스토리]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2-05-30 10:28
조회/Views
589
※편집자 주 : 지난 5월 25일 수요일, 통일부에서 '판문점 특별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발하였으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서명희 총무실장과 양두리 기획홍보팀 부장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판문점 첫 방문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것을 보고 느꼈을지, 양두리 부장이 대표로 글과 사진을 통해 소회를 나눕니다 🙂




 

이상하다. 스무 걸음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절대 갈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게. 그곳과 나 사이에는 벽이 있지도, 철조망이 있지도 않다. 그저 높이 5cm의 나지막한, 앞구르기를 하면서도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콘크리트가 있을 뿐이다. 가까울 거라 상상했지만, 상상보다 더 가까이에 판문각이 있었다.

 

사진. 멀리 보이는 북의 기정동 마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계양대에서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통일부에서 진행한 판문점 특별 견학에 당첨된 나는 오늘 세 개의 선을 넘었다.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민통선', 군사분계선 아래로 2km를 그어진 '남방한계선', 그리고 '군사분계선'. 물론 군사분계선의 경우, 실제로 넘지는 않았고 군사정전위원회 본 회의실(T2) 내에서 넘었다. 군사분계선의 효력이 없는 공간은 마치 무중력의 우주처럼 느껴졌다. 사상 논리, 체제 대결, 전쟁과 혐오. 우리를 잡아당기는 무거운 추를 잠시 빼둘 수 있는 곳.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사뿐사뿐 자유롭게 분계선을 넘나들었다. 북한쪽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건물의 창문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넘어온 5cm 콘크리트를 보았다. 이 방향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바라보며 걸어왔겠구나. 그는 어떤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을까. 자연스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된다. 기분이 이상하다. 시선의 방향이 바뀌니, 생각의 방향도 바뀐다.

 

사진. T2 건물 창문을 통해 바라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선 방향. 흙바닥이 북측, 자갈바닥이 남측이다.

서울에서는 그다지 중요도를 체감할 수 없었던 '9.19 군사합의'는 판문점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우리가 흔히 보았던 사진 속 그 장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서 있던 남과 북의 군인이 없다. 합의 내용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가 있기 때문이다. 초소도 모두 빈 건물이라고 했다. 견학팀을 경비하기 위한 군인만 잠시 우리와 동행했다. 조용한 판문점에는 우리가 만드는 소음만 울려 퍼졌다. 군사합의가 완전히 이행된다면, 공동경비구역 내 지역은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다고 한다. 자유의 집과 판문각 사이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뛰노는 아이들을 제지하지 않아도 된다. ‘평화롭네-’ 라고 생각할 참에 총탄 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2017년 북한 병사의 귀순 사건 때 남은 총격 흔적이라고 했다. 평화 속에 전쟁이 있고, 전쟁 속에 평화가 있다. 이상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여전히 전쟁과 아주 가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 '돌아오지 않는 다리'. 포로 송환 시에 사용했으며, 넘어가면 돌아오지 않아서 이름이 그리 붙었다고 한다.

DMZ는 한국군의 관할이 아니다. 한국군 소속인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는 '경비권'만 가질뿐, 지휘권과 통제권은 UN군에 있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이 있다. 일례로, 비무장지대에 산불이 나면 조기 진압이 어렵다. UN군 사령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불이 나서 우리나라 소방관이 출동해야 하는데 허락이 필요하다. 한국전쟁 당사자는 남한과 북한이 아니라, UN군과 북한이라는 사실이 떠오른다. 총탄에 맞아 죽고, 가족과 원치 않는 이별을 해 평생을 그리워해도, 이 땅 위의 모든 존재들이 괴로움을 겪었음에도,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다. 이상하다.

 

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나누었던 도보다리 부분을 떼어 전시해두었다. 테이블과 의자 모두 그 당시 사용된 실물이라고.

모든 견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 가이드가 이상하고도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첫 번째, 무중력의 우주 같았던 공간,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은 'T2' 라고 불리는데 'Temporary 2'의 약자라고 한다. '일시적인, 임시의' 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다. 말 그대로 '임시로' 쓰려고 세운 컨테이너 가건물이라는 것. 그렇게 가벼이 세워진 건물들이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존재할 줄이야. 반어법처럼 느껴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T2를 비롯한 분계선 위 가건물들은 회의실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설치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이 시설을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실외기의 위치 때문에 기술자가 간혹 군사분계선을 넘기도 한단다. 당연히 상호 통지를 미리 한 후 넘는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놀라운 비하인드였다. 역시 더위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걸까. 그 맥락에서는 군사분계선도 그저 에어컨 고치러 가는 길에 있는 돌 정도일 수도 있겠구나.

 

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심었던 소나무.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는 말 그대로 UN군과 북한군이 '공동'으로 경비하는 구역이란 뜻이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경비선이 따로 없었고, 남과 북의 병사들이 자유롭게 왕래했다고 한다. 그게 벌써 46년 전. 그들은 그때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어떤 표정을 주고받았을까. 공동경비구역이 '공동' 경비구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올까. 우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상하다' 하고 떠오른 물음표를 더 높이 띄우고 더 멀리 퍼뜨리며 함께 답을 찾아가는 일이다.

/ 기획홍보팀 양두리 부장

 

사진. 판문점 특별견학에 참여한 서명희 실장(오른쪽)과 양두리 부장(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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