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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14) 박준영 대표, "의료는 정치가 아니다."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2-05-02 13:22
조회/Views
277
[편집자 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시리즈를 기획하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대북협력과 평화운동에 매진하는 민간단체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게 기본적인 목적입니다. 창립 26주년인 올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되살리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열네 번째 인터뷰 자리에 모신 분은 박준영 상임공동대표입니다. 산부인과 의사로 을지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을지재단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2003년 평양에서 열린 평양의학과학토론회에 참석한 이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공동대표로 보건의료 분야의 대북 지원에 큰 힘을 보탰습니다. 조선적십자종합병원 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적십자병원 내 종합수술장을 설치하고 을지병원 의료진들과 북한 의료진들의 공동 수술을 진행토록 했으며 2008년에는 적십자병원에 약무병동을 신축하기도 했습니다. 박준영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4월 22일 오후, 마포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회의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 코로나19로 우리 모두가 지난 2년 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형 병원은 그 어려움이 훨씬 컸을 텐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을지병원도 지역거점병원이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받아 운영됐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병원의 임직원들이 모두 고생이 많았지요. 그래도 지금은 확산세가 한 풀 꺾인 상태이고, 우리 사회 모두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코로나19 같은 감염성 질환은 완전히 근절될 수가 없습니다. 발병한 지 100년이 넘은 홍콩 독감이나 스페인 독감도 아직 남아 있듯이 말입니다. 전세계가 코로나19와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봅니다.”

 

- 을지병원이 작년에는 의정부에서도 개원을 했죠? 의정부에 900병상에 달하는 대규모 종합병원을 지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네, 작년 봄에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을 개원했죠. 마침 오늘 오전에 병원 개원 1주년 기념식을 했습니다. 우선은 제대로 된 환경을 갖춘 병원을 지을 넓은 부지가 필요했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넓은 부지에 산책로와 헬스장, 마트 같은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어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올 수 있는 병원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게다가 경기 북부 지역은 그동안 의료 소외지역이었죠. 연천이나 포천, 동두천, 의정부에 사시는 분들은 지금까지 의료 혜택을 거의 못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남쪽에는 병원이 많은데, 의정부 쪽은 병원이 없으니 환자가 필요로 하는 곳에 병원이 가는 것이 옳다고 봤습니다. ‘병원은 환자가 필요로 하는 곳에 가야 한다’는 게 저희 선대 설립자님의 뜻이기도 했고요.

특히 제가 더 마음에 담았던 지점은 의정부가 갖고 있는 지역적 특성이었습니다. 의정부는 북과 가까운 곳인데, 이번에 병원이 들어선 곳은 미군 부대 부지였습니다. 53년 휴전협정 이후 지난 70여 년동안 그곳이 긴장과 대립의 장소였다는 의미죠. 그런 곳에 병원과 학교를 지어 그 장소가 지닌 의미를 좀 바꾸고도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병원을 지어보니 이제 그곳이 치유의 공간이 되었네요. 마침 병원 옆에는 경기도교육청 북부 청사가 있기도 하고요. 비무장지대(DMZ)와의 거리를 따지면 의정부을지대병원이 북과 가장 가까이 있습니다. 휴전선과 제일 가까운 종합병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그런 의미가 있군요. 대표님의 선친이신 박영하 박사님은 평양 출신의 의사로, 을지로에 산부인과를 개원하셨을 때 병원 입원실에서 생활하시며 환자를 돌보는 데에 열심이셨다고 들었는데, 이런 것들이 결국 대표님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보건의료 분야 대북 협력에 깊이 관여하셨던 것과 연결되는군요.

“그랬지요. 요즘은 교류가 전혀 되지 않아서 마음이 아파요. 차근차근 이어졌기만 했어도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지금 북한이 문 닫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코로나19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북한의 지방까지 코로나19가 퍼지면 정말 위험합니다. 이런 부분에선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우리가 빨리 백신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쪽에서는 이제 백신이 남아 돌아서 폐기하는 형편이잖아요. 지원도 지원이지만 전달하는 방법도 개선해야 합니다. 인도적 지원이라면 조용하게, 상대방의 입장도 헤아리면서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서로 간에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신뢰가 생기면 지금은 풀기 어려운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되죠. 우선은 믿고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의료는 정치가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지금 현충원에 있는 선대 설립자의 묘지 비석에는 ‘의료가 복지다’라는 글이 쓰여 있습니다. 입는 옷이나 사는 집은 빌릴 수 있지만 먹는 것과 건강은 어디서 빌릴 수도 없어요. 그런데 치료를 받을 수 없어 목숨을 잃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지요. 이런 말을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사진) 2005년 10월 14일, 적십자병원 종합수술장 준공식에 참여한 박준영 대표  (왼쪽에서 네 번째)

 

- 대표님은 북쪽과의 보건의료 분야 협력에서 많은 역할을 하셨습니다. 조선적십자종합병원 현대화사업에 관여하시면서 약무병동까지 짓기도 하셨는데요,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아쉬운 부분이나 향후 추진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지요?

“저는 평양이 아닌 지역에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기본적인, 적어도 폐렴이나 맹장, 결핵과 같은 (현대 의학으로 쉽게 치료가 가능한) 병으로  죽지는 않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필요해요. 결핵 같은 질병은 증상이 폐에만 나타나지 않고 전신에 나타나요. 감염 후 몇 십 년 후에 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데, 평양을 벗어난 다른 지역은 의료 시설이 더욱 부족하죠. 그래서 평양보다는 지방 군 단위에 의료 시설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료는 진단이 90% 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병원에 가는 첫 번째 이유가 궁금해서 가는 거예요. 왜 아픈지 진단만 받으면, 상황에 따라 처방 받고 치료 받으면 됩니다. 그런데 그 진단 기능이 북한에 없기 때문에, 가볍게 항생제 일주일만 먹으면 나을 수 있는 병을 치료 못해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겁니다. 그래서 군마다 제대로 된 진단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결핵이나 감기, 식중독, 장염 같은 흔한 질병들을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싶어요.”

 

- 그밖에 또 관심두고 계신 사업이 있을까요?

“또 하나 가장 시급한 것은, 의료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꿈은, 북한에 을지대학의 분교를 만들어서 보건의료특성화종합대학을 운영하는 겁니다. 지금 북에 있는 간호사는 6개월 코스나 1년 코스로 교육 받을 뿐, 4년 코스를 받은 간호사가 없다고 합니다. 의료기사, 물리치료, 방사선, 병리, 안경 검안사 등 이런 분야의 기술자가 다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임상선과 방사선만 있어요. 그러니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대학을 만들거나, 아니면 평양의 대학과 교류하면서 직접 주민들을 치료할 수 있는 보건의료인 양성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을지재단에서는 지금 방글라데시 다카에 암 등의 특수질병을 관리하는 7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지어서 개원을 앞두고 있는데요. 현지에서 근무할 행정직과 의료진들이 매달 한국에 와서 교육받고 갑니다. 병원 운영부터 물건 구매까지 모든 부분을 교육하고 있어요. 방글라데시 사업을 진행하면서, 한편으로는 북과도 이렇게 함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동독과 서독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보건의료 분야의 교류가 먼저 시작되어야 합니다.”

 



 

- 앞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어떤 일을 해나가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의료나 음식은 기본입니다. 허가 받아서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분야야 말로 정말 인도주의적이지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계속 그 길을 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라고 봅니다. 남에서는 남북교류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후원하면서, 나의 응원과 지지가 북에 전해질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겠고요. 북에서는 ‘우리민족이 하는 건 편하게 받을 수 있다’ 혹은 ‘우리민족과는 언제든지 협력할 수 있다’라는 신뢰를 심어줄 수 있어야겠지요. 신뢰를 바탕으로, 가장 기본적인 분야는 정치를 떠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추진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 , 긴 시간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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