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북한의 식량난, 부족량 추산 방법은? 북 식량 통계자료로 추측하는 북 주민의 건강
해마다 봄이 되면 반복되는 뉴스 아닌 뉴스가 있다. 바로 북한의 식량 부족 예상치다. 국내외 언론은 전년도 북한의 식량 생산량 추정치와 북한의 한 해 식량 필요량을 바탕으로 당해 년도 북한의 식량이 얼마나 부족할 것으로 추산되는지 경쟁적으로 보도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CNN방송은 지난 3월 초 “북한 내 식량 공급이 ‘인간이 최소한의 필요를 채울 양 아래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국내 언론들도 유엔 북한인권보고서 초안의 자료를 인용해 “북한 인구 41.6%가 영양실조를 겪고 있으며 식량 부족에 따른 불안을 겪는 비율이 코로나19 이전 40%에서 2021년 말에는 60%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런 언론 보도에 항상 포함되는 내용은 전년도 북한의 식량 생산량과 부족량이다.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농촌진흥청이 추산해 발표하고 있다. 2022년 12월 농촌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451만톤으로 2021년의 469만톤에 비해 18만톤(3.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유엔 기구들이 산정하는 북한 주민들의 식량 필요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식량 필요량 산정에는 식품이 낼 수 있는 열량(칼로리)이 기본으로 사용된다. 사람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열량을 곡물을 통해 조달한다는 전제 아래 곡물 1g당 3.44kcal를 내는 것으로 계산한다. 여기에 사료용과 종자용, 수확 후 손실분을 포함해 북한의 한 해 식량 필요량이 계산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의 올해 식량 필요량을 대략 545만톤으로 산정했다. 그런데 FAO의 북한 식량 필요량은 한 사람의 일일 최소 열량을 1,640kcal로 계산한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가 기준으로 삼는 일일 최소 열량은 2,100kcal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북한의 올해 식량 필요량은 668만톤에 이른다.
FAO가 기준으로 삼는 하루 1,640kcal 의 열량은 인간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 열량이다. 이 정도의 열량만 섭취한다면 사람은 생산 활동 없이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만 한다. 반면 WHO가 기준으로 삼는 2,100kcal의 열량은 중급 수준의 생산 활동에 필요한 열량으로 계산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남성 청장년층(20-49세, 체중 68kg 기준)의 하루 권장 칼로리는 2,500kcal에 이르며, 여성 청장년층(20-49세, 체중 54kg 기준)의 하루 권장 칼로리는 2,000kcal 이다.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북한의 식량 필요량에서 식량 생산량을 빼면 나온다. 이를 정리하면,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FAO 기준으로 할 경우 95만톤 가량이며 WHO 기준으로 할 경우 217만톤 가량으로 계산된다. 그런데 언론들은 보통 북한의 식량 부족량에 대해 하루 최소 열량으로 계산한 FAO의 필요량을 바탕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는 곧 언론에서 흔히 보도하는 북한의 식량 부족량을 채우더라도 북한 주민들은 일상생활을 영위할만한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식생활과 국토 면적에서 북한과 비슷한 남한은 2021년 기준 식량 작물 생산량이 472만톤이었다. 남북의 식량 생산량을 얼핏 보면 북한과 우리나라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우리는 필요한 식량의 60% 정도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연간 10만~20만톤 가량의 식량을 들여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러한 수치에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중국의 식량 지원량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편 육류를 비롯한 식품 다양성이 부족한 북한은 열량 확보 차원에서 우리보다 곡물 의존도가 훨씬 크다. 해마다 봄이 되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식량 지원 방법을 모색하는 이유다.
(FAO 기준으로 북한 주민의 하루 열량을 계산하면 설령 북한의 식량 부족량을 충족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우리민족은 과거 여러 대북협력사업을 통해 단순히 식량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북한 주민들이 기술과 경험을 통해 직접 식량난을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사진은 2006년 북한 당곡리협동농장에서 남북이 함께 익은 벼를 수확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