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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에 다녀왔습니다

[스토리]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3-07-18 17:36
조회/Views
5087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김규동 간사가 지난 6월 2일부터 5일까지 3박 4일간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후원으로 백두산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이 첫 백두산 방문이었다는 김규동 간사의 생생한 소회를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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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규동입니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활동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한 해외탐방 프로젝트로 백두산에 다녀왔습니다. 목적지로 백두산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장 북한에 가볼 수 없다면, 북한과 맞닿아있는 곳이라도 가보자.’ 남북의 교류협력이 어려워진 이후에 일을 시작한 활동가들은 상당수가 북한에 가본 경험이 없습니다. 거기다 지난 3년여 간의 팬데믹으로 접경지역인 중국조차 갈 수 없어 각자의 책상에만 있어야 했습니다. 현장 방문을 못하는 상황이 길어져 힘들어하는 주위 활동가들을 보면서, 당장 북한을 가지는 못하더라도 한반도를 대표하는 명산이자 북한과 맞닿아있는 백두산을 탐방하며 우리의 동력에 다시 불을 붙이고자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팀은 각기 다른 단체에 속한 네 명의 활동가로 꾸렸습니다. 이중 중국 비자를 갖고 있는 저와 다른 한 명이 백두산 현장을 방문하고, 다른 두 명은 한국에 남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출발일인 6월 2일, 인천에서 두 시간 남짓 비행기를 타고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중심도시인 연길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지인이 연변대학에 교수로 근무하고 있어, 함께 학교를 돌아보며 연길에서 백두산까지 가는 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연길시 중앙 터미널에서 백두산 앞 베이스캠프 격인 이도백하까지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일정 동안 백두산에 오를 수 있는 기회는 오늘뿐. 이동하는 세 시간 동안 천지를 볼 수 있기만을 바랐습니다.



(연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백두산 베이스캠프인 이도백하까지, 그리고 이도백하에서 셔틀버스와 승합차를 타고 천지까지, 반나절 넘게 수 많은 관광객들과 함께 천지를 보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이동했습니다)

많이 아시는 것처럼 백두산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에 위치하여, 백두산의 동남쪽은 북한, 북서쪽은 중국이 관리합니다. 중국에서 백두산을 오르는 방법은 크게 서파와 북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파’는 중국어로 언덕이란 뜻으로, 서파는 ‘백두산 서쪽에서 오르는 길’, 북파는 ‘백두산 북쪽에서 오르는 길’을 뜻합니다. 북파는 천지까지 차량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지만 천지를 바라보는 시야가 제한적인 반면, 서파는 1,400여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비로소 천지를 볼 수 있는 대신 시야가 탁 트여 전망이 좋다고 합니다.

기획 당시에는 더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 서파쪽 백두산행을 생각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백두산의 날씨에 따라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최대한 빨리 천지를 보고자 북파로 결정했습니다. 북파 코스는 전체 90분 정도 소요되며, 이도백하에서 백두산 중턱까지 대형 셔틀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을 올라간 후, 성인 여덟 명 정도 탈 수 있는 승합차로 갈아타고 다시 30분 정도를 달리면 천지를 볼 수 있는 기상관측소에 도착합니다. 승합차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도로 외에는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이동하는 동안에도 아름다운 백두산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차로 이동하는 90분 동안에도 해가 나왔다가 금세 구름이 뒤덮고, 또 다시 개었다가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는 등 백두산의 날씨는 정말 시시각각 변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백두산 천지는 6월임에도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다행히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천지를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마주한 백두산 천지. 사진으로 모두 담을 수 없는 웅장함에 압도되었습니다)

백두산. 갈라진 한반도가 다시 화합으로 합쳐지길 소망하면서,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한반도를 대표하는 백두산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비록 아직 통일이 되지는 않았지만 상상만 해왔던 곳에 실제로 오니 마음이 묘했습니다. 거친 날씨에 바람소리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천지를 처음 마주한 그 순간의 풍경은 참으로 고요했습니다. 천지의 구석구석을 눈에 담는 동안, 모든 소리가 멈춘 것만 같았습니다. 그 웅장한 전경을 마주하니, 어릴 적부터 그려왔던 꿈을 이루었다는, 더군다나 한반도 평화를 꿈꾸는 남북협력 활동가로서 이 자리에 왔다는 사실에 이루 말할 수 없이 벅찼습니다.



(수 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천지에 도착했다는 기쁨을 만끽하는 대북협력 실무자들)



(해발 2,620M에 올라 바라보는 백두산 천지)

천지를 마주한 지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오히려 풍경을 더 멋지게 만들어주는 듯하더니, 금세 눈발이 굵어져 사람들이 하나둘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와중에도 저희는 또 언제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겠냐며 좀 더 버텼는데, 내리던 눈이 어느새 우박으로 변하고 바람이 더욱 거세져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야를 가렸습니다. 결국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하려 했으나 도로 상태가 위험해 대피소에서 발이 묶였습니다. 2시간 정도 지나서야 안전하게 내려왔고 이후 한국으로 무사히 귀국했습니다.



(기상악화로 대피소에서 얼어붙은 몸을 녹이면서 만난 익숙한 음식)

변덕스러운 날씨로 30여 분 만에 천지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문득 우리의 남북협력사업이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사업을 열심히 준비해도 이런저런 외부의 상황으로 인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풀리기도 하는, 그래서 그 언젠가를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고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천지 등반과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너무 의미부여를 하는 것일까요?



(천지에 오른지 불과 30여분만에 시야가 가려질 정도의 매서운 눈보라가 치며 대피소로 향하는 모습)
서태지와 아이들, <발해를 꿈꾸며>(1994)
진정 나에겐 단 한가지 내가 소망하는 게 있어
갈려진 땅의 친구들을 언제쯤 볼 수가 있을까
망설일 시간에 우리를 잃어요
...
언젠가 나의 작은 땅에 경계선이 사라지는 날
많은 사람이 마음속에 희망들을 가득 담겠지
난 지금 평화와 사랑을 바래요
...
우리들이 항상 바라는 것 서로가 웃고 돕고 사는 것
이젠 함께 하나를 보며 나가요
이번 해외탐방 프로젝트 기간 내내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라는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망설일 시간에 우리를 잃지’ 않도록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협력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김규동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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