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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13) 이수구 대표, "북쪽과의 소통 위한 다각적 연구 필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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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2-04-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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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13) 이수구 대표, "북쪽과의 소통 위한 다각적 연구 필요"

[편집자 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시리즈를 기획하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대북협력과 평화운동에 매진하는 민간단체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게 기본적인 목적입니다. 창립 26주년인 올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되살리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열세 번째 인터뷰 자리에 모신 분은 이수구 공동대표입니다. 이수구 대표는 대한치과의사협회 27대 회장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3대 총재를 역임한 보건의료인으로, 저소득 장애인들의 구강건강 증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비영리단체인 스마일재단과 외국인 노동자,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 사업을 펼치는 열린치과의사회, 그리고 법무부에 등록된 사단법인으로 건강한 시민사회의 근간을 마련하고자 보건의료단체를 중심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건강사회운동본부 등 3개 민간단체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운동가이기도 합니다. 이수구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시청 뒤편에 있는 건강사회운동본부 이사장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대표님을 이렇게 직접 뵙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나이가 들다보니 그동안 맡았던 이런저런 자리에서는 다 물러난 상태입니다. 다만 지난 78년부터 운영한 치과가 있으니, 저를 찾아오는 환자만 오후 시간에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개인 건강이 더욱 중요한 상황인지라 오전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요.”

- 대표님은 치과가 전문인 보건의료인으로, 대힌치과의사협회장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는 물론이고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총재를 역임하시면서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오셨는데요.

“네, 그렇지 않아도 사무처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찾아보았는데요, 마침 어제(3월 24일)가 세계 결핵의 날이었습니다. 이전에 북을 다닐 때도고민이었지만 북한의 결핵 문제는 그 대처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결핵균이라는 것이 오래 가기도 하고, 치료도 잘 되지 않아요.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통계를 보면 북한의 결핵 발생율이 매우 높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북한의 결핵이 더 심각한 지점은 다제내성결핵(MDR)이 매우 많다는 점입니다. 결핵을 치료하려면 6개월간 집중적으로 약을 꾸준히 먹고 영양 보충도 제대로 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관리가 되지 않아서 약을 먹다가 안 먹다가 하면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거에요. 이게 다제내성결핵입니다. 약이 듣지를 않으니 치료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2020년에 보니 북한 결핵환자의 10~15%가 다제내성결핵이라고 해요. 게다가 지금은 코로나19로 북에 대한 결핵약 공급도 막혀 있는 상태지요. 우리도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결핵 환자 관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침을 하면 우선 코로나부터 의심해서 검사하다 보니, 결핵 진단에 시간이 더 걸리고 있지요. 예전에는 2~4일 걸리던 진단 시간이 지금은 열흘까지 길어졌다고 하네요.”

- 혹시 결핵과 관련해 진행했던 사업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을까요?

“요즘은 진엑스퍼트라는 좋은 기계가 있어요. 예전에는 결핵 진단까지 보름 정도 걸렸는데, 이 기계는 두 시간이면 끝나요. 제가 전에 개성공단에 가서 보니, 5만 명 가량의 북한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어요. 인구와 결핵 환자 비율을 보면, 개성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중에서도 거의 몇 천 명의 결핵 보균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지요. 그래서 개성공단 내에 건강검진센터를 만들 생각을 했어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하고, 진엑스퍼트 등의 기계로 결핵을 진단하면 조기에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지요. 그런데 남북관계가 막히고 KOFIH 총재 임기도 끝나면서 그 일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게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네요.”

- 결핵이나 말라리아 등 전염병은 북쪽이나 남쪽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한 것 같습니다.

“맞는 지적입니다. 사실 북한을 돕는 게 우리를 돕는 거에요. 만일 북쪽에 감염병이 만연해 있다면 당장 아무런 접촉을 못하는 거지요. 지난 3년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어떤 충격을 받고 있는 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남과 북의 화해, 협력을 바란다면 북한에 있는 우리 민족의 건강 상태부터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남과 북의 우리 민족이 건강 공동체를 만들지 않으면 교류도 힘든 겁니다.

- 북의 보건의료 상황 중에서 또 어떤 문제에 주목하고 계신지요?

“북은 초기부터 예방의학과 고려의학, 두 가지를 북한 의학의 중심으로 삼아왔어요. 그런데 예방의학의 문제는 대부분 감염성 질환에 대한 것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뇌졸중, 흡연, 영양부족, 운동 부족으로 생기는 당뇨, 고혈압 등의 질환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어요. 북한 주민의 사망원인 중에서 1/3이 비전염성 질환(NCD)인 심혈관 질환이라고 해요. 왜 이렇게 심혈관 질환이 많은가 보면, 흡연하고 염분 섭취가 문제에요. 우리도 예전에 겪었지만, 음식을 짜게 해야 반찬을 조금씩 오래 먹잖아요. 그걸 생각해 보면 지금 북의 상황이 짐작이 가죠. 흡연율도 높고요.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중국과의 국경도 봉쇄했으니 장마당에서도 음식을 구하기 어렵고 당연히 영양 섭취도 부족해지지요. 앞서 말했던 결핵은 특히 단백질이 굉장히 필요해요. 결핵약의 독성이 강한데요, 영양학적으로 보면 결핵 환자는 최소한 계란 1개 정도의 단백질을 매일 섭취해야 결핵약의 독성을 상쇄할 수 있어요.”

- 말씀처럼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부터 북한이 모든 국경을 봉쇄하고, 또 외부에서 오는 물자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의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가능하면 북한에 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는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해요. 국제적인 다자기구들이나 UN 산하 기구들을 활용하고, 또 외부에서 전문가 단체의 학술대회를 진행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예를 들어 농업기술과 관계된 북한 사람들을 데려와서 회의를 진행하고, 북한에게도 이익이 가는 그런 시스템을 함께 만드는 것이죠. 남북이 합작으로 백신을 개발해서 국제사회에 판매해서 북한에 이익이 가게 한다든지, 북한의 고려의학을 현대화해서 국제사회에다 특허받도록 우리가 지원한다든지요. 북한의 보건의료 시스템은 우리보다 잘 되어 있는 게 있어요. 호 담당 의사제 같은 게 대표적이죠. 북한은 우리보다 의료기관이 훨씬 많고 의사 수도 많아요. 물론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이나 보건의료인의 역량 차이는 있지만 그건 교육시키면 되는 것이니까요. 여하튼 그렇게 북한 시스템의 장점을 활용해서 전문가도 초청하고 공부도 함께 해 나가야지요. 다양한 방법의 접근을 해 나가야 합니다.

- 저희도 사실 그런 고민을 하면서 특히 남쪽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대통령 선거 결과 정부가 이제 바뀌게 되었는데요, 앞으로의 전망을 좀 부타드립니다.

“보수 정부라도 인도주의적 지원과 정치 군사 부분은 별개로 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으로 하여금 인도주의적인 교류를 적어도 국제기구하고는 진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 방법을 정부와 같이 연구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지만 당뇨라거나 고혈압, 심혈관 질환, 치매, 흡연, 알콜 중독, 마약 등의 문제를 북한도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을 거에요. 그러니 전문가 단체들을 통해 북한 전문가들을 해외로 초청하는 한편 다자기구를 통해 지속적인 접촉을 해 나가야지요.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런 내용을 거부하지는 않을 거에요.”

- 그동안 사업 하시면 북을 여러 번 다녀오셨을 텐데요, 특히 기억이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금강산 관광 특구 옆에 온정리가 있습니다. 온정리 인민병원에 있는 구강과를 새로 리모델링하고 여러 차례 진료를 했었는데요, 어린 소학교 학생이 저한테서 치료를 받았어요. 여러 차례 진료를 하고 시간도 좀 지나면서 얼굴도 익숙해졌는데, 어느 날 치료가 끝나고 보니 종이에 싸여진 동그란 게 한쪽에 놓여 있어요. 이게 무엇인가 풀어보니 구운 감자더군요. 저한테서 치료를 받은 학생의 엄마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슬그머니 두고 간 것 같았어요. 저는 그게 작은 감사의 표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들의 작은 활동에 어떤 모습으로든지 북쪽의 인민들도 감사의 표시를 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지요.”

- 민간단체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해 나가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지금 제일 답답한 건 북쪽이 저렇게 문을 걸고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지요. 코로나19가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하면 북쪽과 소통을 할 수 있을지, 정부와 민간, 국제기구가 힘을 합쳐서 방법을 찾아야지요. 우리가 어떻게 접촉을 해야 할지 다방면의 연구가 필요합니다. 정부와의 지속적인 논의도 필요하지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공동 대표로서 이런 건의를 계속 하려고 합니다.”

- 긴 시간,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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