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6일과 17일 양일간 일본 도쿄에서 <동북아 여성평화안보 회의>가 열렸습니다. UN 정치‧평화구축국(UN DPPA)과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글로벌네트워크 동북아위원회(GPPAC Northeast Asia)가 주최한 이번 회의에는 UN 사무국과 UNWOMEN은 물론 동북아 지역의 여성 평화활동가, 연구자 30여명이 함께 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도 작년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여성평화안보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2000년 UN 안보리는 여성평화안보(Women, Peace and Security, WPS)에 관한 결의안 1325를 채택했습니다. 분쟁지역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 분쟁해결 과정에서의 여성 참여의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동 결의안은 크게 예방(Prevention), 참여(Parcipation), 보호(Protection), 구호 및 회복(Relief and Recovery)이라는 4개 부문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UN 회원국들은 WPS 결의안의 이행을 위한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을 수립, 이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4년 처음으로 제1기 국가행동계획(2014-2017)을 수립하였고 올 해 제4기 국가행동계획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평화 전환 과정에서의 여성 참여의 확대 등 전통적인 여성평화 이슈는 물론, 디지털‧IT 기술과 여성평화안보의 관계를 깊이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조금은 동떨어져 보이는 이 두 가지 부문은 사실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다양한 사이버범죄는 여성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일반 여성도 물론이지만 특히, 온라인상에서 여성 인권‧평화운동가, 여성 언론인 등에 대한 범죄는 만연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반면, 온라인은 여성평화 활동가들이 더 긴밀히 만나고, 연대하고, 교육하고, 옹호사업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렇듯 IT기술은 양날의 검입니다. IT기술을 ‘평화 파괴의 도구’가 아니라 어떻게 ‘평화 조성의 도구’로 사용하느냐는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여성평화안보 부문의 활동가들은 IT 부문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가 떨어집니다. 또한 IT 부문 종사자들은 성인지 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요. 따라서 참여자들은 여성평화안보 부문과 IT 부문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 차원, 정부 차원, 국제적 차원의 협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효과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회의를 마무리하며 참가자들은 회의를 평가하고 차기 회의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참석자는 국제제재 등으로 인해 IT 관련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국가도 국제적 논의의 장에서 배제되지 말아야 하며 이를 위해 UN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합니다. IT도 평화의 영역 –그것이 일상의 평화이든, 지역의 평화이든- 으로 들어온 지 오랩니다. 인간이 발전시켜온 다양한 도구와 기술을 어떻게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더 열심히 공부하고 고민해야 하는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