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전문위원 댄 가즌이라고 합니다. 저는 20대 초반,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만에 한국에 왔습니다. 사회생활 경험의 대부분인 지난 15년을 한국에서 보냈고, 이제 한국은 제가 정말 사랑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 15년 중 13년 동안 저는 여러 형태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연결되어 활동했습니다. 인턴을 시작으로, 자원봉사자, 평화 축구 코치, 후원자, 그리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상근 활동가로도 함께 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얻은 뜻깊은 인상과 소중한 배움에 대해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사진) 북중 접경 지역에서 찍은 사진, 댄 가즌 본인 제공
저는 한국에 오기 전에 대학에서 평화학을 전공했습니다. 풀기 어려운 갈등 속에서 ‘우리’와 ‘그들’을 분리하는 서사가 세대를 거쳐 수십 년 동안 어떻게 이어져 내려오는지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한반도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한국에 와서야 반공 교육이라든가 ‘빨갱이 콤플렉스’ 같은 국민에 대한 극단적인 국가 폭력의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국 민중이 그러한 서사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구축했다는 사실은 저에게 정말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의 현대사는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같은 민간 단체들의 활동입니다. 그들은 갈등의 분열을 넘어 상대에게 다가가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며 악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투쟁하고, 한반도의 미래에 전쟁이 아닌 다른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들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1990년대 한국에서 북한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남과 북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낸 것은 정부가 아니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북한 동포들을 돕고자 전국적인 운동을 만들어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정부가 아니었습니다. 차이를 인정하고 북한 주민들을 존중하며 여러 사업 현장에서 그들과 협력한 것도 정부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정부만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화를 위해서 시민단체만이 할 수 있고, 또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도 있으며 이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평화를 만드는 길고 긴 과정에 시민단체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간 이어왔던 평화 구축 과정이 바로 무너지고 맙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활약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군사적 긴장이 발생할 때마다 저는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합니다. 핵무기 사용은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미사일 발사 버튼에 손가락을 대고 있는 군인들의 변덕에 인질이 되어야만 할까요? 결국엔 평화밖에 답이 없습니다.
(사진) 어린이 평화축구교실을 진행 중인 댄 가즌
남북 갈등의 장기화, 과거 정부가 추진한 평화 프로세스의 실패와 그에 따른 실망, 사회에 퍼진 갈등의 부정적 영향과 그에 대한 적응. 최근의 이러한 문제들은 시민들로 하여금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남북 관계에 대해 둔감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강경하고 야당은 관심이 적고 젊은이들은 무관심한 지금, 일반 시민과 국내외의 여러 단체, 다양한 전문가들을 연결하여 한반도 긴장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평화를 옹호하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 이제까지의 성과를 보호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응원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처의 추진력에 대해서도 여러분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처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보다 몇 배 더 거대한 조직만큼이나 큰 사업을 완성도 높게 만들어냅니다. 일례로, 평화 축구 프로그램은 2015년부터 대규모의 평화 축구 코치 트레이닝을 진행해 왔는데요. 영국에서 온 교육자들과 한국 각지에서 온 참가자, 그리고 100여 명의 어린이들을 완벽하게 조직해 한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평화 교육을 위한 토대를 구축했습니다. 당시 저는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일했기 때문에 큰 행사를 준비하는 것을 몇 번 봤습니다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단 서너 명의 활동가로 모든 것을 해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거의 매년 개최되었던 대북협력(대북지원) 국제회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각지의 국제기구, 민간 단체, 정부 기관 등 북한 관련 최고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덕분에 한국·유럽·북미 간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함께 전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작은 나라의 작은 조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매년 이런 모임을 만드는 유일한 곳이며, 마치 시계처럼 완벽하게 운영합니다. 정책토론회, 헌 교과서 수거, 후원의 밤, 그밖에 눈에 잘 띄지 않는 모든 사업 또한 파트너들과 섬세하게 협력하여, 효율적으로 완성도 높게 진행합니다.
저는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을 떠나 다른 곳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배운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정신은 평생 가져갈 것입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기회가 있으면 성과를 내는 단체이고 정말 열심히 일합니다. 우리는 이들이 계속 활동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시민의 힘으로 정의롭고 건강한 한반도 평화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사진) 2019년 파리에서 열린 <파리평화포럼>에 참여한 평화축구팀과 댄 가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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