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MBC 사장으로 재직하다 지난 3월 퇴직한 후, 지금은 오래 꿈꿔왔던 일을 시작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인연을 맺은 지는, 제가 MBC 통일방송협력단 피디로 활동할 때이니, 한 23년 됐나봅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지원단체의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처럼, 언론‧방송 부문에서도 많은 남북협력 프로젝트가 기획될 때였죠. 제 자랑 같지만 통일방송협력단은 그 선두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 남북 주민 간 오랜 불신을 깨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 갔습니다. 당시 협력단은 남북 주민들이 함께 추진하는 민간 남북협력사업을 조명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준비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리가 하고자 한 일은 단순한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남북의 지속적인 만남, 그리고 북쪽 사람들의 ‘진짜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었으니까요. 언제나 ‘진짜’를 찍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 법이지요.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다, 무작정 약속을 잡고 달려간 곳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었습니다. 당시 북을 가장 자주 오가던 단체였으니까요. 동갑내기인 강영식 사무국장을 만나며 ‘의미도 있겠지만, 재미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의 동행이 시작됐습니다. 2002년, 저는 열세 차례 우리민족의 농축산 지원사업 현장을 방문하며 가능한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예상하시겠지만, 처음에는 북측 담당자들의 눈총도 많이 받았습니다. 잘 정돈된 평양 시내에서조차 찍을 수 있는 것, 찍을 수 없는 것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던 북에서, ‘아무데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제가 눈엣가시였을 겁니다. 그러나 자주 만나며 친해지기도 했고, 진심이 통했는지, 나중에는 담당자들도 못 본체 해 주더군요.
그러한 과정 끝에 2002년 12월 3일, MBC 창사특집 「현지보고, 통일 염소의 대장정, 1년의 기록」 이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2월 말, 인천항을 출발한 320마리 젖염소가 황해북도 봉산군 은정리 목장에 도착하는 것부터, 북한 농촌의 풍경과 모내기 현장, 북녘 사람들의 생활상 등, 당시까지도 베일에 가려져있던 북, 특히 농촌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낸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고 자부합니다. 모든 장면들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산비탈에서 30분이나 진통을 겪는 어미 염소의 출산 장면과 이를 돕던 17살 관리공 소녀의 모습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통일 염소의 대장정」이 세상에 방영된 지 23년이 지났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대로만 가면, 통일까지는 몰라도, 남북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제 바람처럼 풀리지는 않더군요. 2008년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막히더니 2010년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잇달아 터지며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각됐고, 2018년 잠시 찾아왔던 해빙기도 이듬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어그러지며 남북관계는 더욱 험악해졌습니다. 요즘은 ‘자유 왕래’는 고사하고 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저의 실망과 걱정이 크다한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식구들만 할까요. 게다가 남북 간의 강대강 대치를 생각하면 조만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방북한다는 소식을 듣기는 쉽지 않을 것 같으니 우리민족 식구들의 고민이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날을 하루라도 앞당기자는 마음으로 조용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같은 마음이실 겁니다. 마음은 있지만 후원은 미뤄 온 분들이 계시다면, 오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정기 후원을 시작해 주시면 어떨까요? 우리민족의 오랜 친구로서 부탁드려 봅니다.
올 여름은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거라고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조만간 우리민족이 진행하는 좋은 프로그램에서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응원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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