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 경기지부 자원봉사 프로그램인 <고려인 한글문화센터 한국어 말하기> 1학기 수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총 9명이 참여한 이번 학기는 3월부터 5개월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주 1회씩 진행되었으며, 네모상자 강사단 및 외부 참여자가 한국어 선생님으로 활동해주셨습니다.
이번에 강사로 참여한 정일영 박사는 얼마 전 한국에 방문한 한국어 수강생과 직접 만났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수업에 참여한 소감과 수강생과의 만남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일영 박사님, 한글문화센터 수업에 참여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박사님은 어떻게 한국어 수업을 가르치게 되셨는지, 또 먼 거리에 사는 나탈리아 님과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한류에 관심을 갖고 우리 문화예술이 어떻게 해외 동포들과 세계인에게 영감을 주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왔습니다. 그러던 중 앞으로 한류의 세계화와 함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참이던 2020년에 2년에 걸쳐 한국어 교사(2급) 자격을 취득했는데 마침 평소에 잘 알고 있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중앙아시아지역의 고려인과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글문화센터 한국어 화상교육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4월부터 봉사활동에 강사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 수강생인 나탈리아는 러시아 남단의 흑해 동북쪽에 위치한 볼고그라드에 살고 있는 영어 교사입니다. 또 한국 아이돌인 BTS의 열혈 팬으로, “러시안 아미(ARMY, BTS 팬클럽 이름)”입니다. 나탈리아와는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온라인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한국어 교육 교재의 내용을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한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사진] 한국에 방문한 나탈리아 일행과 정일영 박사(왼쪽 사진, 맨 오른쪽)
박사님은 수강생을 가르치면서 어떤 기분을 느끼셨는지, 어떤 경험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실은 한국어는 가르치는 것도, 배우는 것도 쉽지 않은 언어입니다. 다른 언어보다 표현이 풍부하고 존칭어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나탈리아가 영어 교사인데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서,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써가며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는 그 언어 발생지의 문화가 만들어낸 창조물이라 생각합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배우는 나탈리아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저도, 한국어에 깃들어 있는 우리 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배울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이번에 나탈리아 님이 한국에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박사님과 만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비대면으로만 진행하다가 이번에 직접 만나니 어떠셨나요?
나탈리아가 BTS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아미(ARMY) 투어’를 한다고 하기에, 하루 동안 가이드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사실 온라인으로만 한국어 수업을 하다가 직접 만나려니 어색할 줄 알았는데, 나탈리아와 친구들이 모두 저와 나이가 비슷한 40대 후반인데다 영어를 잘해서 불편함 없이 즐겁게 여행 했습니다.
좀 더 특별한 기억을 줄 수 없을까 고민 끝에, 오전에는 나탈리아가 가고싶어한 경복궁과 고궁박물관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한국의 문화예술품들을 함께 둘러봤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방문한 김에 한반도의 분단에 대해서도 좀 더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강화도 통일전망대를 들렀습니다. 한국 군인의 검문도 받고 전망대에서 북한 땅을 보면서 남북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 강화도 통일전망대 방문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언어와 문화는 서로를 이해하고 평화를 나눌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한반도 정세가 좋지 않고 남북관계도 많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이렇게 언어와 문화를 통해 해외동포와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