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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북교류협력사업,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최완규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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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0-05-2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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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협력사업,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최완규 신한대학교 설립자 석좌교수


2019년 남북관계는 정체 그 자체였다.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는 희망은 곧 실망이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남과 북 모두 한 가지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남의 대북정책과 북의 대남정책이 미국의 동북아와 한반도정책의 종속변수가 되는 한, 그 운신의 폭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2018년 남북이 힘을 합쳐 만들어 놓은 화해 평화와 교류협력의 공간이 사라져버린 것이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물론 미국의 정책은 한반도 정세, 비핵화문제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반도비핵화와 평화문제의 일차적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그렇다면 남과 북은 어떻게 남북관계의 시계를 2018년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의 동력은 어떻게 다시 확보할 수 있을까? 우선 한반도 문제해결의 핵심 고리는 어떤 경우에도 남북한이 쥐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실천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남북한 모두 미국바라보기 일변도정책의 부정적 결과들을 되새겨 보아야한다. 이미 남북한은 평창올림픽을 전후해서 평화올림픽을 명분으로 한반도의 평화문제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 이때는 남북한관계가 한미와 북미관계를 일정부분 견인해 나갔다. 반면에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의 결렬이후 남북관계와 남북미관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 결과 2019년 남북관계는 사실상 2017년의 위기 상황으로 되몰리는 퇴행을 경험했다. 정부와 지방정부, 민간단체가 북한과 합의했거나 논의 중에 있었던 각 분야의 교류협력 사업은 전면 중단상태에 있다. 주지하듯이 2018년 남북한은 판문점과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서 다방면에 걸친 교류협력사업을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정부차원에서는 동서해선 철도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갖고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사업을 우선 정상화하며 서해경제특구와 동해공동관광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밖에도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산림과 보건의료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미국과 유엔이 주도하고 있는 엄격한 대북제재 때문에 어느 한 분야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남한 정부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결렬을 예상한 대책을 준비하지 않고 있었다. 정부는 회담 이후 북미관계가 진전되고 한반도 비핵화도 잘 풀려나가면 이미 합의한 사업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회담이 결렬되고 대북제재가 더욱 강화되었다. 이 때 정부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면서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하지 않았다.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진전시키면서 그 힘으로 북미관계의 진전을 견인하는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우선 북미회담 재개와 관계 진전을 기대하면서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의 남한에 대한 실망과 불신감은 공개적으로 남한을 비난하는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남북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었다, 결국 2019년은 북미관계가 남북관계를 거의 완벽하게 기속하는 양상을 초래했다. 그 결과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문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서 이러한 정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치적 부담이 가장 큰 대통령이 나서기 전에 좀 더 앞서 관련 부처가 나서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미국과 유엔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제재의 틀은 북한의 전향적 자세전환이 없는 한 갑자기 완화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제재완화를 위한 치열한 노력 그 자체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 중요하다. 특히 대북제재의 의도하지 않은 영향(unintended impact of sanction)을 유엔과 국제사회에 강조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도 “북한의 주민들에게 불리한 인도주의적 결과를 가져오려는 결과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형성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정부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북정책 영역에서 만은 협치의 영역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는 야당과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사회세력과도 치열하게 대화하고 설득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물론 대북정책은 사안의 특성상 일정부분 이념 내지 체제논쟁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온전히 합의해 기초한 정책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가는 과정에서 협치의 절차와 과정, 형식을 밟는 것과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반대세력의 협조가 없는 정부의 대북정책의 운신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통해서 미국과의 협상의 목표와 조건을 회담 전보다 훨씬 상향 조정한 것 같다. 법과 제도(의회 인준)에 의해 뒷받침되는 제재해제가 아니면 미국과 핵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즉 부분적 제재완화나 해제 이후 다시 상황에 따라 다시 제재국면으로 다시 돌아갈 위험성이 있는 타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북미관계의 진전은 어렵다. 이런 어려운 조건하에서 먼저 중앙 정부가 나서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민감성과 휘발성이 크다. 자칫 반동적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지방정부와 민간단체들이 교류협력사업의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 때 중앙정부는 간섭은 최소화하면서 이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류협력사업도 과거의 단순한 인도적 지원 사업에서 상호 경제협력 사업, 공동경제 사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은 동등한 사업의 파트너이지 단순한 지원의 대상이 아니다. 북한도 더 이상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이라는 용어 자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미 일방적 수혜가 아니라 공동이익이 되는 교류협력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한편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 왔던 대부분의 대북 교류협력사업은 국내정치적 기대와 효과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제는 점진적으로 대북교류협력 사업의 탈정치화가 필요하다. 탈정치화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새로운 관계설정 속에서 재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위 글은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 Peace Brief 평화공감 No.1 에 기고한 글입니다.(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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