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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15) 최완규 대표, "인위적 경계는 결국 무너지기 마련...북이 변화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야"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2-06-16 10:08
조회/Views
498
[편집자 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시리즈를 기획하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대북협력과 평화운동에 매진하는 민간단체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게 기본적인 목적입니다. 창립 26주년인 올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되살리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열다섯 번째 인터뷰 자리에 모신 분은 최완규 상임공동대표입니다. 최완규 대표는 경남대 정외과 교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및 총장, 북한연구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신한대 석좌교수 겸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최완규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5월 17일 오전, 마포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회의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공동주최한 2021년 대북협력 국제회의 개회사 중인 최완규 대표)

- 대표님들 인터뷰 하면서 먼저 근황을 여쭙고 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장직을 여전히 맡고 계신 거죠?

“네, 그렇습니다. 2015년 연구원을 개설했으니 벌써 7년이나 지났네요. 연구원을 개원했을 때 가졌던 목표 중 반 정도는 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목표의 반을 달성하셨다는 말씀을 들으니, 연구원을 처음 만드실 때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명칭이 다소 생소하죠? 우선 탈분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탈분단이라는 개념이 ‘통일’과는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가까운 장래에 단일국가 방식의 완전한 통일은 어려운 일이죠. 그렇다고 지금의 분단 상태가 계속되면 그로 인한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분단 체제 안에서 겪어야 하는 모순들을 하나하나 ‘덜어내자’라는 차원에서 ‘탈분단’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입니다. 또한 세계 각 지역에 존재하는 수많은 경계들을 살펴보면서 어떻게 경계를 넘나들면서 융합하고 또 경계 접촉지대에서 어떻게 소통이 일어나며 새로운 형태의 문화가 만들어지는지, 더 나아가 지역에서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경계’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남북 간의 경계는 일반적인 경계라고 하기에는 다소 모호한 지점이 있는데, 그래도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교류와 소통의 경계’보다는 폐쇄적이고 대립하고 경쟁을 했던 경계였습니다. 경계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이러한 ‘갈등의 경계’가 아닌 다른 형태의 경계를 만들어 내고 싶었습니다. 탈분단과 경계를 넘나드는, 그래서 궁극적으로 지금의 경계를 넘어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저는 통일로 가는 현실적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 예전에 중국과 러시아 국경 근처에 있는 도시에 가 보았더니 두 국가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로 안내판에도 중국어와 러시아어 두 언어가 같이 적혀 있기도 했고요. 반면 남북간에는 소통하는 경계를 경험한 적이 없고 닫힌 경계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이 있지요. 남북 간 경계는 대외적으로 단일의 국가 주권을 대표하는 완전한 주권국가 간의 경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 나라 안의 경계라고도 할 수 없지요. 더욱이 다른 나라들 간의 경계에 비해 매우 폐쇄적이고 대립과 갈등, 치열한 경쟁만이 있는 어두운 경계죠. 이러한 경계를 보다 화해하고 융합하면서 접촉하는 경계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경계 행단연합’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중앙 정부에선 대립해도 경계 지역에서는 기능적으로 협력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지역 일부에서는 중앙 정부와 상관없이 경계 지역에서 공동 방역, 공동 하천이나 강 관리 등을 위해 작은 연합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는 공동이익이 아닌 상황도 남과 북의 접경 지역 단위에서는 협업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2018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단 방북 당시, 김영대 민화협 회장과의 회의 중인 최완규 대표)

 - 지난 5월 초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논의를 해야겠지만, 우선은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간단히 평가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제로 규정한 이른바 87년체제가 출범한지 어느덧 35년이 지났네요. 저는 남북관계가 이미 구조화되어 있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성향에 따라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대북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선거전에서 보다 많은 표를 얻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경쟁 상대와 다른 정책을 내세워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는 있지만 막상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구조적 한계 때문에 본질이 다른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였죠. 이전 정부의 햇볕정책 혹은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을 모으는 데는 좋았지만 실제 당선 후 그 정책이 추진되었을 때는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면서 정책의 적실성이 없음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지요. 지금껏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 집권하면서 남북관계가 주는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새 정부의 공약을 봐도,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한미관계, 한중관계의 비중에서 다소 전 정부와 차이점을 가질 텐데, 남북관계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부든 큰 틀의 원칙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 남북관계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요?

“남과 북은 온전한 단일 주권국가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자남과 북 모두 자국의 체제와 이념, 그리고 국가정체성 안으로 상대방을 완전하게 포획하여 완전한 주권국가를 만들려는 주권게임을 하고 있는 불완전 주권국가라고 할 수 있어요. 남과 북 모두 국제법적 주권과 영토, 국민의 차원에서 온전한 틀을 갖추었다고 하기 어렵죠. 남과 북의 헌법이나 당 규약에도 이러한 사실이 적시되어 있죠. 따라서 어느 정부도 정책의 선택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도 유사하죠. 그러나 양안관계는 남북한과 달리 비대칭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한반도 상황과는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요컨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무엇인가 크게 달라질 것처럼 말하지만, 지나고 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을 알게 돼요. 그게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보는 것이에요.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이 점을 인정하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그런 점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떤가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드러난 내용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굳건한 한미동맹 체제의 틀 속에서 정치군사적 문제와 인도적 문제를 분리해 대처하겠다라는 정도의 언술은 있었죠? 어찌 보면 새로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네이밍을 하지 않은 것 자체가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죠.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집거나 크게 차별성을 두겠다는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하지 않았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대북 정책만큼은 이어달리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나름 긍정적이죠. 물론 후보자는 동시에 ‘지금은 제재의 시간’이라는 결이 다른 이야기도 하기는 했는데, 그처럼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성찰을 하고 그 바탕으로 대북 정책에 대한 변화를 추구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2010년 1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단 방북 당시 최완규 대표)

- 내년 2023년은 휴전협정 70년이고 2025년이면 한반도가 분단된 지도 80년을 맞게 됩니다. 70~80년이면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고, 그 긴 시간을 떨어져 살았으면 이제 그 떨어져 있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데, 그런 속에서도 남과 북의 통합 노력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아까 이야기한 불완전한 주권국가로서 남이든 북이든 그 ‘온전성’을 꾸준히 지향해 나갈 것이라고 저는 봐요. 그 시도가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슈가 사라지지는 않을 거에요. 흔히 과학에서도 우연과 필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필연은 우연적인 현상을 통해 드러나죠. 코로나와 같이 자연적인 상황이 우연적인 모멘텀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희망을 강화시킨다는 면에서도 굳이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긴 역사적 호흡에서 보면, 인간이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든 경계선은 결국 무너지게 마련이에요. 강과 하천, 산맥 등의 자연적 경계선은 그대로 있지만 인위적인 경계는 결국 무너져요. 시간의 문제일 뿐이죠. 남북의 경계라는 것도 이념이나 강대국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인위적 경계선이죠. 인위적인 것이니 무너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나는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우연적 요소가 필연이 될 수는 없죠. 북이 변화된 길을 만들 수 있는 대내적 여건을 만드는 데 우리가 동참하고 노력을 해야죠. 기간을 당길 수도 있고. 북을 우리 정책의 일방적 대상으로만 보고 내 기준으로만 상대방을 판단하면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여건은 무엇일까요?

“우선은 핵이 없어도 북한 체제 혹은 정권이 보장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필요하죠. 체제 혹은 정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북한이 다른 옵션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북한이 스스로 갈 수 있는 길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럼 북한 체제를 지지하고 존속시켜 주겠다는 것이냐?’고 공격하는 사람이 있죠. 그런데 그 사람들은 뭐 다른 대안이 있나요? 남과 북이 또다시 전쟁을 할 수는 없잖아요. 북의 안전 보장은 그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여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이 그것뿐이기 때문이에요. 느리고 어려운 문제에다, 게다가 불만족스럽기도 하지만, 북이 외부로 나올 수 있는 길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다 보면 신뢰가 쌓이게 되죠.”

- 참 쉽지 않은 지점인 것 같은데요, 그러한 일을 위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요?

“오래 전부터 이야기를 해 왔죠. 이름에 걸 맞는 운동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새로운 문제 제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봐요. 명칭에 걸맞게 일방적인 교류협력 사업이 아니라 남과 북이 서로 돕고 협력하는 사업들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과정에서 해외동포들과의 연계의 틀도 새롭게 구성해 볼 수도 있겠죠. 또한 체제 및 이념논쟁, 선거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나오는 기사나 구호, 메시지 등 때문에 시민들이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특정 진영에 편입되지 않는 북한 제대로 보기 운동도 한 번 해 볼만 한 사업 아닌가 생각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보다 글로벌 차원에서 남북 간의 보건의료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과 협력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어찌 보면 보건의료니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과정에서 평화운동의 새로운 모멘텀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 , 긴 시간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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