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공지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딸 지형의 성장기” - '유령의 시간' 작가와 함께 한 북 콘서트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5-03-20 15:55
조회/Views
3829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딸 지형의 성장기”


- ‘유령의 시간’ 김이정 작가와 함께 한 북 콘서트


 

“우리 현대사가 서둘러 앞으로 나가면서 진실, 진정성 따위를 등 뒤에 흘릴 때 그것을 조용히 수습하는 문학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제24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선정 사유에 나오는 말입니다. 김이정 작가의 ‘유령의 시간’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화자인 딸의 시선에서 본 아버지는 분단된 나라에서 유령과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2025년 3월 19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회의실에서는 제81회 평화나눔 정책포럼이 열렸습니다. 이번 정책포럼은 그러나 이전의 포럼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이전까지 진행된 80번의 정책토론이 북한의 인도적 상황이나 남북관계를 주제로 주로 진행되었다면 이번 정책포럼은 소설 ‘유령의 시간’을 쓴 김이정 작가와 함께 하는 북 콘서트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정책포럼은 또 신한대학교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원장 남영호)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김성경 평화나눔센터 소장의 사회로 시작된 포럼에서 김이정 작가는 ‘유령의 시간’을 두고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딸 지형의 성장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의 김 작가는 소설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70년대 중반 시민아파트에 살았는데, “이 근처였다”면서 이날 포럼이 열린 마포에 오랜만에 찾아온 감회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김 작가가 준비해 온 파워포인트 자료는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되었다”라는 문구로 시작했습니다. 75년 8월 15일의 광복절 아침, 김 작가의 아버지(작중 김이섭)는 아이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자서전의 첫 페이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꼭 한 달하고 1주일 만에 갑자기 사망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아버지가 기록한 자서전은 원고지 22매. 김 작가(작중 지형)는 그 당시 느닷없이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혔다고 했습니다. “언젠가 저 미완의 원고를 자신이 쓰게 되지 않을까. 아니 꼭 쓰고 싶다는 마음에 가까웠다.”(282쪽) 아버지가 마무리하지 못한 그 22매의 자서전 초고가 3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소설이 된 것입니다.

김 작가는 아버지가 자신에게는 이상적인 사람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도 객관적인 거리두기가 너무 어려워서 책상 앞에 “미화하지 말자”라고 적어 두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만은 양보할 수 없었는데, “그는 내게 인간은 사랑하고 신뢰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가르친 사람이었다”라는 것입니다.

김 작가의 설명이 끝난 후 질의 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소설의 내용이 비극적이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매우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질문에 김 작가는 “어쩌면 그 부분이 이 소설의 한계이기도 할 텐데, 제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이 그랬다”면서 “실제 아버지는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지만 낭만주의적인 경향이 있었으며 분단된 나라의 남쪽에서 자신의 사회주의 전력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했던 사람이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작가는 또 ‘독자들이 이 소설을 어떻게 읽었으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버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 인간의 이야기이며, 남한 사회에서 사상범의 굴레를 짊어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도 하다”며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 아직 드러난 게 많지 않다. 분단의 시대, 이런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며 읽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북 콘서트라는, 조금은 다른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정책포럼은 분단이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들을 한층 더 미세하게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 자리였습니다.



 
전체 1,414
번호/No 제목/Title 작성자/Author 작성일/Date 조회/Views
공지사항
[함께읽기][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후기 4] '전쟁'이 사라진다면 '평화'가 올까
관리자 | 2025.06.30 | 조회 1549
관리자 2025.06.30 1549
공지사항
[스토리]‘새로운 남북관계, 적대 해소를 위한 노력에서부터’ -82차 정책포럼을 마치고
관리자 | 2025.06.27 | 조회 1593
관리자 2025.06.27 1593
공지사항
[함께읽기][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16) 평화, 가까운 미래에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관리자 | 2025.06.23 | 조회 2396
관리자 2025.06.23 2396
공지사항
[알림] [제82차 평화나눔 정책포럼] 새로운 남북관계 - 정부와 시민사회, 무엇을 해야 하나?
관리자 | 2025.06.13 | 조회 3245
관리자 2025.06.13 3245
공지사항
[캠페인]‘적대를 멈추고 평화로!’ - DMZ 생명평화걷기, 그리고 평화대회
관리자 | 2025.06.10 | 조회 3280
관리자 2025.06.10 3280
공지사항
[알림]우리민족, ‘민간 남북협력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보고서 발간
관리자 | 2025.05.27 | 조회 3813
관리자 2025.05.27 3813
1408
[알림][제82차 정책포럼 자료집] 새로운 남북관계 - 정부와 시민사회, 무엇을 해야 하나?
관리자 | 2025.06.26 | 조회 1019
관리자 2025.06.26 1019
1407
[함께읽기][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후기 3]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분단’
관리자 | 2025.06.09 | 조회 3012
관리자 2025.06.09 3012
1406
[함께읽기][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후기 2] ‘우리는 적대와 혐오, 편견을 넘을 수 있을까?’
관리자 | 2025.05.31 | 조회 3366
관리자 2025.05.31 3366
1405
[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15) 남북관계는 끝난 걸까?
관리자 | 2025.05.31 | 조회 3457
관리자 2025.05.31 3457
1404
[함께읽기][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후기 1] ‘통일은 먼 이야기지만, 평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관리자 | 2025.05.25 | 조회 3154
관리자 2025.05.25 3154
1403
[연대]북민협∙민화협∙시민평화포럼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가 서명한 정책협약서(전문)
관리자 | 2025.05.22 | 조회 1895
관리자 2025.05.22 1895
1402
[연대]북민협∙민화협∙시민평화포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와 정책협약 체결
관리자 | 2025.05.22 | 조회 1606
관리자 2025.05.22 1606
1401
[연대]차기 정부에 전달하는 남북관계와 평화통일분야 정책제안 토론회
관리자 | 2025.05.22 | 조회 1646
관리자 2025.05.22 1646
1400
[연대]<초대합니다> 남북관계 및 평화통일분야 정책토론회 - 차기 정부에 바란다!
관리자 | 2025.05.16 | 조회 3470
관리자 2025.05.16 3470
1399
[연대]6.6 모이자 임진각으로! - DMZ순례단과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대회
관리자 | 2025.05.15 | 조회 5019
관리자 2025.05.15 5019
1398
[함께읽기][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14)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를 준비하는 마음가짐
관리자 | 2025.05.12 | 조회 4422
관리자 2025.05.12 4422
1397
[함께읽기]'아이들은 어떻게 평화를 배우지?' - 계수초 선생님의 평화축구 수업후기
관리자 | 2025.04.28 | 조회 6436
관리자 2025.04.28 6436
1396
[함께읽기]'아일랜드 청년이 바라본 한반도와 그 너머의 평화'
관리자 | 2025.04.22 | 조회 6839
관리자 2025.04.22 6839
1395
[알림]'평화, 미래를 만나다' -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관리자 | 2025.04.22 | 조회 8481
관리자 2025.04.22 8481
1394
[함께읽기][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13) 예측 불가능이 희망의 근거
관리자 | 2025.04.21 | 조회 6800
관리자 2025.04.21 6800
1393
[알림]2024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 명세서
관리자 | 2025.04.14 | 조회 3723
관리자 2025.04.14 3723
1392
[알림]2024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업보고서 발간
관리자 | 2025.04.07 | 조회 6516
관리자 2025.04.07 6516
1391
[알림]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성명서 - 윤석열 파면은 주권자 시민의 승리
관리자 | 2025.04.04 | 조회 7155
관리자 2025.04.04 7155
1390
[함께읽기][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12) 해방 80년의 남북관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관리자 | 2025.03.26 | 조회 9287
관리자 2025.03.26 9287
1389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딸 지형의 성장기” - '유령의 시간' 작가와 함께 한 북 콘서트
관리자 | 2025.03.20 | 조회 3829
관리자 2025.03.20 3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