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공지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딸 지형의 성장기” - '유령의 시간' 작가와 함께 한 북 콘서트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5-03-20 15:55
조회/Views
2181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딸 지형의 성장기”


- ‘유령의 시간’ 김이정 작가와 함께 한 북 콘서트


 

“우리 현대사가 서둘러 앞으로 나가면서 진실, 진정성 따위를 등 뒤에 흘릴 때 그것을 조용히 수습하는 문학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제24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선정 사유에 나오는 말입니다. 김이정 작가의 ‘유령의 시간’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화자인 딸의 시선에서 본 아버지는 분단된 나라에서 유령과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2025년 3월 19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회의실에서는 제81회 평화나눔 정책포럼이 열렸습니다. 이번 정책포럼은 그러나 이전의 포럼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이전까지 진행된 80번의 정책토론이 북한의 인도적 상황이나 남북관계를 주제로 주로 진행되었다면 이번 정책포럼은 소설 ‘유령의 시간’을 쓴 김이정 작가와 함께 하는 북 콘서트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정책포럼은 또 신한대학교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원장 남영호)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김성경 평화나눔센터 소장의 사회로 시작된 포럼에서 김이정 작가는 ‘유령의 시간’을 두고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딸 지형의 성장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의 김 작가는 소설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70년대 중반 시민아파트에 살았는데, “이 근처였다”면서 이날 포럼이 열린 마포에 오랜만에 찾아온 감회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김 작가가 준비해 온 파워포인트 자료는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되었다”라는 문구로 시작했습니다. 75년 8월 15일의 광복절 아침, 김 작가의 아버지(작중 김이섭)는 아이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자서전의 첫 페이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꼭 한 달하고 1주일 만에 갑자기 사망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아버지가 기록한 자서전은 원고지 22매. 김 작가(작중 지형)는 그 당시 느닷없이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혔다고 했습니다. “언젠가 저 미완의 원고를 자신이 쓰게 되지 않을까. 아니 꼭 쓰고 싶다는 마음에 가까웠다.”(282쪽) 아버지가 마무리하지 못한 그 22매의 자서전 초고가 3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소설이 된 것입니다.

김 작가는 아버지가 자신에게는 이상적인 사람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도 객관적인 거리두기가 너무 어려워서 책상 앞에 “미화하지 말자”라고 적어 두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만은 양보할 수 없었는데, “그는 내게 인간은 사랑하고 신뢰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가르친 사람이었다”라는 것입니다.

김 작가의 설명이 끝난 후 질의 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소설의 내용이 비극적이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매우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질문에 김 작가는 “어쩌면 그 부분이 이 소설의 한계이기도 할 텐데, 제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이 그랬다”면서 “실제 아버지는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지만 낭만주의적인 경향이 있었으며 분단된 나라의 남쪽에서 자신의 사회주의 전력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했던 사람이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작가는 또 ‘독자들이 이 소설을 어떻게 읽었으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버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 인간의 이야기이며, 남한 사회에서 사상범의 굴레를 짊어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도 하다”며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 아직 드러난 게 많지 않다. 분단의 시대, 이런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며 읽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북 콘서트라는, 조금은 다른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정책포럼은 분단이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들을 한층 더 미세하게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 자리였습니다.



 
전체 1,394
번호/No 제목/Title 작성자/Author 작성일/Date 조회/Views
공지사항
New [함께읽기][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13) 예측 불가능이 희망의 근거
관리자 | 2025.04.21 | 조회 255
관리자 2025.04.21 255
공지사항
[알림]2024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업보고서 발간
관리자 | 2025.04.07 | 조회 3255
관리자 2025.04.07 3255
공지사항
[알림]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성명서 - 윤석열 파면은 주권자 시민의 승리
관리자 | 2025.04.04 | 조회 3677
관리자 2025.04.04 3677
1391
[알림]2024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 명세서
관리자 | 2025.04.14 | 조회 408
관리자 2025.04.14 408
1390
[함께읽기][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12) 해방 80년의 남북관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관리자 | 2025.03.26 | 조회 6091
관리자 2025.03.26 6091
1389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딸 지형의 성장기” - '유령의 시간' 작가와 함께 한 북 콘서트
관리자 | 2025.03.20 | 조회 2181
관리자 2025.03.20 2181
1388
[알림]<참여신청> 제81회 정책포럼 - '유령의 시간' 김이정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
관리자 | 2025.03.04 | 조회 6779
관리자 2025.03.04 6779
1387
[함께읽기]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무국적 고려인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전합니다.
관리자 | 2025.03.03 | 조회 2454
관리자 2025.03.03 2454
1386
[스토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20기 첫 공동대표 회의가 열렸습니다
관리자 | 2025.02.28 | 조회 2685
관리자 2025.02.28 2685
1385
[캠페인]한반도 평화행동,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 발송
관리자 | 2025.02.21 | 조회 8246
관리자 2025.02.21 8246
1384
[스토리]학생들이 기부한 헌 교과서, 한민족어린이를 위한 사업기금이 되었습니다
관리자 | 2025.02.20 | 조회 7726
관리자 2025.02.20 7726
1383
[연대]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미국 평화 단체 연합의 서한
관리자 | 2025.02.05 | 조회 7580
관리자 2025.02.05 7580
1382
[스토리]알리나 멘샤코바의 김치 담그기 체험, 그 특별한 순간
관리자 | 2025.01.22 | 조회 3477
관리자 2025.01.22 3477
1381
[함께읽기]2025년, 북은 어떤 신년 메시지를 내놓았을까요? - 신년 토론회 후기
관리자 | 2025.01.06 | 조회 10279
관리자 2025.01.06 10279
1380
[함께읽기][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11) 공멸의 경쟁으로부터 전환하기 - 공동안보
관리자 | 2025.01.03 | 조회 10254
관리자 2025.01.03 10254
1379
[스토리]전쟁의 비극, 고려인 가족의 부서진 집과 끝나지 않는 피난 생활
관리자 | 2024.12.24 | 조회 5073
관리자 2024.12.24 5073
1378
[연대]동북아의 여성 평화활동가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다!
관리자 | 2024.12.19 | 조회 3095
관리자 2024.12.19 3095
1377
[알림]위난에 처한 재외동포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후기
관리자 | 2024.12.19 | 조회 4378
관리자 2024.12.19 4378
1376
[알림]위난에 처한 재외동포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관리자 | 2024.12.16 | 조회 6517
관리자 2024.12.16 6517
1375
[알림]2025년 북 신년 메시지 분석과 정세 전망 토론회
관리자 | 2024.12.11 | 조회 9208
관리자 2024.12.11 9208
1374
[알림]2024년 기부금영수증 발급 안내
관리자 | 2024.12.10 | 조회 11035
관리자 2024.12.10 11035
1373
[함께읽기][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10) 비상계엄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
관리자 | 2024.12.09 | 조회 8046
관리자 2024.12.09 8046
1372
[알림]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성명서 - 한반도 평화는 굳건한 민주주의에서 시작된다
관리자 | 2024.12.04 | 조회 8259
관리자 2024.12.04 8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