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일한 지 20년이 지난 손종도 입니다. 2023년 정기후원자 확대 캠페인의 일환으로 세 번째로 드리는 이번 글에서는 정전 70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2023년 7월 27일은 정전협정이 조인된 지 70년이 되는 날입니다.70년 전의 이날 1953년 7월 27일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3년 1개월 2일째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 날 판문점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27일 상오 10시 정각. 판문점에 마련된 정전협정 조인식장 동쪽 입구로 유엔쪽 수석대표 해리슨이 입장했다. 동시에 서쪽 입구로는 공산쪽 수석대표 남일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파란색 탁자 위에 놓인 정전협정 문서에 서명하기 시작했다. 단 한마디의 인사말도 악수도 목례도 없었다. 해리슨과 남일은 펜을 바쁘게 움직여 각각 36번 이름을 문서에 적었다. 오전 10시12분, 해리슨과 남일은 서명을 마치자 조인식장을 서둘러 나가버렸다. 의례적인 기념촬영도 없이 참가자들은 해산하였다.” - 1953년 7월 29일자 조선일보 1면 중에서
당시 조선일보의 최병우 기자가 작성한 정전 협정 조인식 르포 기사의 일부입니다. 최병우 기자는 “거기에는 의식에 따르는 어떠한 극적 요소도 없고 강화에서 예기할 수 있는 화해의 정신도 엿볼 수 없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전’이지 ‘평화’가 아니라는 설명을 잘 알 수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사진)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현장의 모습
위의 문장처럼, 전쟁은 잠시 멈춰있을 뿐 한반도의 전쟁은 70년이 넘게 이어지는 중입니다. 적대적 관계 속에서 굳어진 분단 체제는 남과 북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분단국가에서 분단된 두 주체는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며 자신만이 정당하게 통일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의 정치적 주권을 보존하기 위해 상대방의 소멸을 바라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두 주체는 근원적으로 공격 의도를 가질 수밖에 없거나, 상대방에게 그렇게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2023년의 한반도 상황을 떠올리시면 바로 이해가 되실 듯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불안을 숨 쉬듯 느끼며 살아갑니다.얼마 전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했을 때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는 일상에 녹아있는 불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렇듯 ‘일상적인 불안’, ‘불안의 일상화’ 속에 살아가는 우리 국민 중 전쟁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전쟁이 어느 정도로 참혹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수많은 생명이 어떤 고난을 겪게 되는지를, 우리는 1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폭격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은 물론,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필품과 전기, 식수 확보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현지에서 전쟁 피해를 겪고 있는 고려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또 오염된 물로 인한 질병인 콜레라가 퍼지고 있다는데요, 폭격으로 토양이 오염되는데다 버려진 시신들이 부패하면서 식수원 오염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전 70년을 맞는 한반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전쟁의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정전’을 ‘종전’으로, ‘종전’을 ‘평화’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대북협력의 활성화와 우리 사회 평화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입니다.화해와 협력만이 한반도에 궁극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열쇠이며, 화해와 협력은 압박과 제재보다는 대화와 외교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최병우 기자의 르포 기사 제목은‘기이한 전투의 정지’입니다. 70년 전의 전투(전쟁)는 그 자체가 기이한 것이었으며 정전협정이 조인된 그 날의 모습 또한 기이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이함이 70년을 이어온 것도 기이한 일입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여러분과 함께 그 기이함을 ‘정지’시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