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던 9월 5일 저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회의실에서 75번째 평화나눔 정책포럼을 진행했습니다. ‘북한의 코로나 방역전 승리 선언과 그 이후 : 북한 경제와 주민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라는 주제 아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직을 역임한 강영식 전 회장이 사회를,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을 맡고 있는 양문수 교수가 발표를 맡았습니다. 60여 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참여하여 열띤 질문과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양문수 교수는 북한의 산업구조 현황에 대해 “북한은 농업 위주의 국가가 아니라 제조업도 상당히 발달한 중진국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 이후 제조업이 큰 타격을 입었고, 2017년 대북 제재가 강화되며 상황이 악화되었다. 제조업 중에서도 특히 사회주의 국가들이 힘을 많이 쏟는 중화학 공업이 많이 무너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최근의 북한 경제 정책과 식량 사정에 대해서는 “2021년 북한이 새롭게 발표한 5개년 계획을 보면 ‘성장’이 아닌, ‘정비’와 ‘보강’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한편, 현재 북한이 내세우는 ‘자력 갱생’ 정책은 “북한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원해서 택한 것이 아니라, 상황 상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수동적, 소극적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년부터 자연재해와 코로나 확산이 이어지며 식량 문제가 북한 내 최우선 순위 문제로 급부상했고, 최근 인도와 캐나다에 식량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공개되었습니다. 양문수 교수는 북한의 방역 정책과 관련하여,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있지만 방역전 승리를 선언한 상황에서 향후 북한 내 정책 기조는 방역에서 경제로 이동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11년차를 맞은 시점에서, 고강도의 제재와 예상치 못한 코로나 국면으로 북한은 물적 토대가 많이 취약해졌습니다. 하지만 70년대부터 이어진 제재로 인해 주민들의 적응력은 높아지고, 북한 내부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낮아져 외화보유고가 0원이 되더라도 타격이 없는 현 상황, 최후의 버팀목인 중국의 존재와 최근의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심화까지. 이토록 복잡하게 얽힌 국제 정세 속에서, 북한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무역 중단은 일자리 축소와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한편, 대중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소비재의 가격은 폭등하고 북한 당국에 내야 하는 준조세가 확대되며 주민들의 경제 상황이 매우 악화될 것이라고, 양문수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사회를 본 강영식 전 회장은, 북한의 식량사정 평가 기준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은 96년 고난의 행군 시기 떠올리며 ‘죽지 않을 정도’의 양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수준 정도의 양을 기준으로 삼고 지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인권 중 ‘식량권’의 관점에서 봤을 때, 북한 경제 속에서 주민들의 식량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남북협력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75회 평화나눔 정책포럼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실 수 있으며, 자료집은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