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목요일 2시 종각에 위치한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정전 70년 국제 심포지엄 – 휴전에서 평화로’가 열렸습니다. 400여개 한국 시민사회단체와 80여개의 국제 단체들이 참여하는 ‘정전 70년 평화행동’ 등이 주최한 이번 국제회의는 정전 조약일을 맞아 국내외 인사들의 지혜를 모아 다시 평화의 희망을 찾고자 기획됐습니다. 그런만큼 참여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현장에는 100여명,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100여명이 4시간 넘는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한반도 평화행동’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개회 인사를 한 강영식 우리민족 공동대표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구시대의 격언은 지금 한반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평화는 오직 평화적 수단으로만 지속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한,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는 이들을 향해 “한반도에서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날, 세계에는 확실한 평화가 올 것이다”라고 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1989년 유엔 총회 연설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비장하게 시작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 한반도는 위기 상황입니다. 이는 비단 한국 시민사회만의 인식이 아닙니다. 회의에 참여한 해외 인사들은 대화와 외교적 노력이 끊긴 채 군사적 긴장만 높아져가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이제는 과거의 관성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영상을 통해 하와이에서 참여한 댄 리프 前 미군 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은 자신이 ‘전형적인 국제회의 참가자’는 아닐거라며 자신을 군인, 특히 ‘전투기 조종사’로 소개했습니다. 그는 현재의 군사적 위기, 특히 우발적 충돌에 의한 전쟁 가능성이 실재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것이 답이라며, 평화협정을 통해 오랜 전쟁을 끝내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첫 단계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런가하면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 남측 사람들의 적대적 대북관의 근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우리민족 평화나눔센터 소장)는 정치권에서 기승을 부리는 냉전적 이데올로기는 우리 사회와 근본적으로 유리돼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퇴화할 것이지만, 문제는 그 자리를 신자유주의적 경제주의가 대체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는 냉전적 사고와 신자유주의적 경제주의 모두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과 힘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정치화하여 가시화하는 것에 학계와 시민사회가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첫 번째 세션이 현재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을 진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두 번째 세션은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습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참여한 10명의 발제자들은 자신들의 향후 평화행동 계획을 공유하며, 멈추지 말고 함께 달려가자고 한 목소리로 호소했습니다.
한편, 국외에서도 한반도 정전 협정 70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미국의 평화활동가들은 3일간 워싱턴 DC에서 'Korea Peace Action'을 개최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Barbara Lee, Judy Chu, Delia Ramirez 하원의원, 이산가족의 일원인 Joy Gebhard, 한국 포로/실종자 가족 연합의 Rick Downes, 위의 국제심포지엄에 영상으로 참여했던 Dan Leaf 전 사령관 대행 등이 함께했습니다. 아래의 링크에서 기자회견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