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9) 원혜영 대표, “북 지역경제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 추진 필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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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1-05-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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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부터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창립 24주년을 맞아,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기억하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나가야 하는지,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를 기획하였습니다.
9번째로 인터뷰한 분은 원혜영 공동대표입니다. 원혜영 대표는 40여년 전 풀무원식품을 창업한 데 이어 2번의 부천시장과 5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으로,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습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총선에 불출마한 원혜영 대표는 지금 사단법인 웰다잉문화운동 활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원혜영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5월11일(화) 11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 코로나19가 여전한 상황인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웰다잉을 주제로 인터뷰와 강연이 많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밭을 일구는 농사 일을 하기도 하고요. 얼굴이 좀 타지 않았나요?”
- 30여년 정치권에 계시다가 지난해 총선에 출마를 하지 않으셨는데요, 소회를 좀 듣고 싶습니다.
“선거 출마를 기점으로 말한다면, 1988년에 양김정치를 비판하고 새로운 정치운동을 제창하면서 처음으로 정치에 참여한 곳이 한겨레민주당이었네요. 돌아가신 제정구 의원, 유인태 의원, 김부겸 총리 등과 시작한 게 3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20대 국회 임기를 끝으로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마음을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먹고 정치를 마친다는 계획으로 나왔습니다. 30여년간 5번의 국회의원, 2번의 부천시장 등 7번 선출직 공직자로 일할 수 있는 영광을 가졌는데, 이건 다 유권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명예롭게 마무리하는 것도 유권자에 대한 예의이다 싶었고 그러면 나부터 시작하자고 해서 출마를 안한 것이죠.”
- 주변에서 만류가 많으셨을 텐데요?
“다들 정계 은퇴를 말리고 아쉬워했었죠. 이를 테면 21대 국회의 의장을 누가 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있고, ‘당신이 빠지면 안된다’라는 말도 있었지만, 결국 제가 결정하고 선택해 나가는 것이니, 명예롭게 그만둘 수 있는 것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혜영 대표는 2번의 부천 시장을 지낸 것이 가장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부천 시장 재임 시기 버스 도착 시간 안내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서 실용화한 것이 제일 자랑스러운 업적이라고 밝혔다. 전세계에서 최초로 도입해 실용화가 성공하면서 서울에서도 당시 오세훈 시장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원혜영 대표는 “어떤 사회가 선진적이냐 아니냐를 나누는 데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나는 그 중 하나가 미래 예측이 가능하냐 아니냐 로 보고 있다.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고 기다리는 사람과 모르고 기다리는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 버스 도착시간 안내 시스템은 2001년도에 전면 시행하였고 중앙일보가 그 해의 가장 실용적인 행동으로 꼽기도 했다. 사실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 기술을 행정으로 갖고 오는 게 보통 공무원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렇게 좋은 시스템을 행정에 적극 도입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으니, 소위 발상의 전환을 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 현재 사단법인 웰다잉문화운동 대표를 맡고 계십니다. 웰다잉운동에 대해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웰다잉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연명의료의 자기 결정권 법안을 만드는 데 앞장서면서부터입니다. 현대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명 연장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거기서 발생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의학이 목숨을 유지시키되 실제 그 사람의 건강은 회복되지 않는 상태, 그로 인한 무의미한 연명 치료가 많이 늘어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자기 건강과 생명에 대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법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요구와 운동이 많았는데, 제가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그러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우리 인간은 모든 결정에 자기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대한민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미 작년에 인구의 14%가 노인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5년 뒤에는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전 인구의 20%, 즉 천 만 명이 고령화되면 자기 연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더더욱 중요해집니다. 사후 장기 기증이나 화장할 것이냐 매장할 것이냐, 재산 처리도 자신이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을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면 법으로 넘어가고 자식들끼리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죠. 노인들이 삶을 잘 마무리하도록 자기 결정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고 이에 대한 사회적 운동을 안하다보니 문제가 지속되어 이걸 좀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참여중입니다. 이 문제가 중요하다기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방치된 분야인 것 같아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으로 이 문제를 위해 살기로 결정한 셈입니다.”
- 웰다잉문화운동이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와 연결되어 있군요.
“초고령사회는 준비되지 않은 채 닥쳐올 미래라고 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5년 뒤에 바로 옵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적절한 대응을 놓치거나 부족하게 됩니다. 또 이 주제는 자식들이 먼저 꺼내기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라도 당사자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의 대표적 수익이 연명치료입니다. 그리고 연명치료에서도 마지막 한 달간의 치료에 가장 많은 돈이 들죠. 그 시기에는 개인이 결정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한 논의를 터부시하고 있어서 더 이런 것에 대한 이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유언장 작성도 미리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걸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죠. 한국은 유언장 작성에 관한 통계도 없습니다. 추정컨대 0.5% 미만입니다. 미국은 56%인데, 이 말은 아이들을 제외하면 다 쓴다는 말입니다. 당연히 쓰는 문화라서 다 쓰는 거죠. 한국은 아무도 안쓰는 문화니까 아무도 쓰지 않고 있는 거죠. 자신이 결정할 일을 자신이 안하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입니까? 자신이 평생 모은 돈을 크던 작던 내가 결정하지 않고 죽는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요?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는 문화가 없으니까, 주위에서 자극도 없으니 안하게 되는 셈입니다. 노인을 위한 복지에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이건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노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즉 연명치료만 안해도 연간 수조원이라는 금액도 절약됩니다. 웰다잉의 핵심 사업으로 제가 강조하는 것이 유산 기부 운동입니다. 일종의 십일조 운동으로 자신의 재산 중 10%를 유산 기부하는 방식입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많이 하고 있는데, 영국은 전체 인구의 1/3이 유산 기부를 한다고 합니다.
- 대표님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 동참하신 때가 2013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2013년에 공동대표가 되었는데, 상임공동대표이신 영담 스님께서 말씀을 주셨죠. 저도 2010년부터는 외통위에서 쭉 의정 활동을 하고 있었고요. 이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고, ‘통일대박론’이나 ‘비행개방3000’ 등 우리가 북한을 흡수하겠다는 기조의 정책이 나와서 당시 야당 입장에서 비판을 하고 개방적인 정책을 하자고 했는데, 야당 의원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었습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와서 최악의 상태로 악화되고 있던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를 개선하려고 했지요. 문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15만 평양 주민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이전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고, 북미 정상회담도 2차례나 이루어졌죠. 흔히 말하는 비가역적인, 통일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보았죠.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아 실망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에 한 번 더 노력을 해야 하고, 또 안할 수가 없는 일이기도 하죠.”
- 우리민족의 공동대표로, 단체 대표단과 북을 방문한 적이 있으신가요?
“2018년 11월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표단 평양방문이 있었는데 그때는 일정상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2018년 10월4일부터 6일까지 평양에서 10.4공동선언 11주년 민족공동기념행사가 민관합동으로 열렸는데 그때 국회를 대표해서 방문단에 참여하여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그 전에는 2015년 개성 만월대 발굴사업과 관련해 외통위의 국정감사 일환으로 발굴 현장을 시찰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개성을 다녀오면서 남북이 함께 추진해야 하는 멋진 프로젝트도 생각한 게 있는데요, 철원 지역의 비무장지대(DMZ) 안에 정확하게 사각형으로 태봉도성(궁예도성)이 있어요. 이걸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하고 관리하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변의 지뢰와 철책을 제거하고 남북의 공동 역사를 같이 복원하고요. 여기에 원산으로 가는 경원선의 기차역도 있습니다. 남북 교통도 복원하는 등 굉장히 다목적이고 멋진 그림을 전 세계에 보여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 두 번이나 관련 세미나를 국회에서 열었고요, 그 자료집을 2018년 평양에 갔을 때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게 전달했더니 매우 중요한 구상이라고 동의를 하더군요.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이러한 사업은 비정치 부분이니까 조금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철원이 DMZ 중앙에 있다 보니 철책을 제거하는 일을 하면 대치 상황을 완화하는 상징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접근이 너무 정치적인 부분에만 편중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민간의 교류협력, 지방의 교류협력이 중요합니다. 중앙 정부간의 관계보다 훨씬 더 가볍고 또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민간의 교류협력이 중요합니다.”
- 민간의 교류협력도 중요하지만 국회차원의 교류와 협력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야 정당간에 이견과 갈등이 많은 것으로 비쳐졌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냉전 시대에 우리 사회를 이끌어왔던 보수 세력이 지금도 엄연히 큰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입장이 국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그래도 정부 대 정부 보다는 국회가 좀 더 자연스럽습니다. 남북 국회회담도 우리가 제안을 했는데, 진전이 없어서 아쉽기는 하죠.”
- 우리의 대북 정책이 정권마다 자꾸 바뀌기 때문에 정책 유지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어떤 대북 정책이 있으면 항상 따라 나오는 지적이 실현 가능성입니다. 정책이 현실화할 수 있느냐의 문제 제기인 것이죠. 그런데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함께 생각해야 하는 것이 조건과 환경에 관한 내용입니다. 어떠한 조건에서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냐? 이런 측면에서 저는 조건이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중의 하나가 다양한 분야에서 작지만 일상적인 교류협력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이 축적될 때 어떤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 대북 정책과 관련, 최근 우리 정부에 대해 민간을 제쳐두고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 문제는 민간과 정부 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중앙과 지방 정부 사이에서도 나타났었죠. 이건 근본적으로 정부보다는 민간이 하는 게 편할 수 있고 중앙보다 지방 정부가 하는 게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중앙에서 이걸 놓지 못해서 혼자 갖고 가다 보니 일이 잘 안되고 문제가 발생하는 측면이 많다고 봅니다. 중앙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하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중앙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통제하려는 관료 중심의 경향이 있는데, 중앙 정부가 민간이 할 일은 그들에게 넘기는 것이 훨씬 더 큰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죠.”
- 민간 단체에서도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저는 오히려 민간단체가 공무원보다 전문성이 더 높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무원들은 순환보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부천 시장을 할 때에도 이 문제에 대해 지적을 하고 고쳐보려 했는데, 실현이 안되었죠. 아마 대통령도 고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일 좀 해서 적응이 되면 순환보직으로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죠. 그렇기 때문에 민간의 전문성이 높을 수밖에 없죠. 그리고 그것이 민간의 경쟁력 척도이기도 하고요.”
- 마지막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일찍부터 정계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고, 2018년에 ‘2년 뒤에 그만하겠다’라는 결심을 굳히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내가 정계를 떠나면 북한의 중앙 정부 인사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테고, 지역 단위에서 일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방의 특색있는 것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도 지방 협력을 주요 사업으로 생각해서 가지고 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지방 정부도 북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잘 모르니 낮은 수준의 막연한 구상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상황이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남쪽의 지방과 북쪽의 지방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 일을 하게 되면 저도 분과위원장 같은 역할을 맡을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