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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10) 비상계엄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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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4-12-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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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와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 공동 칼럼을 발표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비상계엄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


손종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국장)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시민들과 국회의 재빠른 대처로 해제되었지만, 윤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의결 정족수인 200명에 미달해 투표 자체가 불성립되었다. 12월 9일 현재 한국 정치는 시계 제로 상태다. 2024년 연말의 이러한 사태는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지난 6일 “K팝과 독재자들: 민주주의에 가해진 충격이 한국의 양면을 드러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그동안 한류 열기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하던 한국의 군사독재 등 어두운 면을 조명했다. 기사는 최근의 한류 열풍을 짚으면서, 민주화 이후 한국이 일궈낸 눈부신 경제, 문화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 남은 권위주의적 문화의 잔재는 이번 계엄 선포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해외 언론이 지적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은 주지하다시피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 윤대통령은 지난 3일 계엄을 선포하면서 북한을 언급했다.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계엄 선포문의 전체 내용은 우리 국회와 야당을 겨냥한 것이었다. 윤대통령의 이번 계엄 선포는 분단 상황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한 극단적인 한 사례에 불과하다.

한반도의 독재권력은 분단 상황을 활용하여 권력을 강화해 왔다. 그리고 이른바 적대적 공생 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해 왔다. 민주화와 분단 상황의 극복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바로 이 때문이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한민국은 민주화 이행에 접어들었지만,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민주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분단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반공주의 등으로 한국의 정치지형은 다양한 견해와 입장을 포괄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정치가 사회에 존재하는 갈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인 대립과 경쟁, 갈등이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못했다. 민주주의가 정치적 민주화 차원을 넘어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질적 발전을 해 나가야 할 때, 남북 분단이 높은 벽으로 민주화의 진전을 가로막았다.

분단 초기에는 평화와 분단 극복의 과제가 분리되지 않았다. 분단 상태를 극복하고 남북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 폭력적 갈등의 소지를 없애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분단이 장기화하고 1970년대 긴장 완화 시기를 거쳐 간헐적으로나마 남북대화가 진행되면서 평화 정착을 도모하는 단계와 분단 극복을 추구하는 단계가 점차 구분되어 갔다. 최근에는 통일 문제는 접어두거나 보류하고 남북한의 평화공존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타났다. 분단이 80여년 이어져 온 상황에서 평화와 통일의 문제를 분리하여 남북한 평화공존, 또는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것을 실질적으로나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화와 통일의 문제를 이처럼 분리하는 것은 평화의 질적인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야기한다.

평화학자 요한 갈퉁에 따르면, 평화란 단순히 전쟁이 없거나 물리적 폭력이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와 경제 구조에 스며 있는 구조적 폭력과 이러한 폭력을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 합리화하는 문화적인 폭력도 문제이다. 남북의 대치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군사주의의 폐해는 말할 것도 없다. 분단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거나 현상을 유지하면서 달성되는 평화는 이와 같은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폭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통일이라 불리고 있는 분단 문제의 해결과 민주, 평화의 과업은 여전히 상호 연결되어 있다. 곧 한반도에서 분단 문제의 해결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분단 문제 해결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연결시켜 나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한편 탄핵의 불성립으로 우리 정치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 유지에 관한 더 큰 경각심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의 ‘평양 무인기’ 사건이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증언에 이어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한 ‘원점 타격’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 행위에 대한 세밀한 감시와 남북간의 분쟁을 야기하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강력한 경고를 해 나가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의 힘이다. 지난 3일 계엄의 밤, 약 4,000명의 시민이 국회 인근에 모여 국회 진입을 시도한 군부대를 막아섰다. 시민들이 군인들의 진입을 막아서지 않았다면 그날 밤의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 밤 시민들의 마음 속에는 한 인간으로서의 자각과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질문과 탐구가 있었을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식 일정으로 지금 스웨덴에 가 있는 작가 한강의 다음과 같은 말처럼.

젊은 경찰 분들, 젊은 군인 분들 태도도 인상 깊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뭔가 판단을 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의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

※ 참고 자료: 홍석률, “민주, 평화, 통일의 현재와 우리의 길”, 「평화+통일」 2021년 6월호(통권 176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 이미지 출처: 1) 오마이뉴스 2) 한겨레신문


* 단체 소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분단의 현장에 자리하고 있는 천주교의정부교구가 2015년 9월에 설립하였으며,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이웃 종교인들, 그리고 시민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이 땅의 화해와 평화 정착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의 식량난이 가장 극심했던 1996년 6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6대 종단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함께하는 국민운동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교류협력사업,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 시민참여활동, 국제연대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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