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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8) 오직 평화!

[함께읽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4-10-24 13:02
조회/Views
9975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와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 공동 칼럼을 발표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오직 평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나타나자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나서 ‘끔찍한 참변, 혹독한 대가’를 위협하고 있고, 우리 국방부는 ‘즉‧강‧끝, 정권종말’을 다시 공언하고 나섰다. 급기야 북한이 접경지역 포병 부대의 사격준비태세를 명령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한반도가 정전체제라는 불완전한 상태에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고개를 들어 세상을 둘러보면 우리보다 더 시끄럽고 험악한 상태에 놓인 지역도 많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2년 반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으며, 중동에서의 전쟁도 확전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전쟁들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우선 러-우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압박할수록 북한에게 기회의 창이 열리는 구조를 만들었다. 러시아가 북한을 필요로 할수록 북한은 러시아에서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보냈다면, 그 반대급부로 북한이 요구하는 것의 수준은 과거와 차원이 다를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공격무기 제공 등에 대해서 우리가 숙고해야 하는 이유이자, 이 전쟁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근거이다. 이스라엘은 어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테러한 하마스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공격할테니 이곳을 떠나라’면서 ‘움직이면 쏜다’를 반복하는 네타냐후의 전쟁 방식은 너무나 비열하다. 그런데 지금 이스라엘이 공세를 펴고 있는 레바논에는 우리 동명부대가 나가 있어 마냥 강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볼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이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리와 무관한 일은 거의 없는 듯 하다.



두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11월 초에 있을 미국 대선이 전쟁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것임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 전쟁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분명해졌듯이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는 중동을 헤집어놓고 있으며, 미국과 서방이 일심동체가 되어 지원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일주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 주장한다. 그것은 아마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등 젤렌스키가 원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는 최고 정책결정자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최고 정책결정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국내정치적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선거제도와 미국 국내 정치의 양극화가 맞물린 결과이다. 국제사회를 위한 공공재의 생산이나 제도를 수호하는 것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은 관심은 높지 않으며,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은 이러한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국이 우리의 혈맹이지만 한국과 미국의 이해가 항상 같을 수는 없는 이유이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사례는 더욱 끔찍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후 젤렌스키의 지지율은 30%대에서 90%대로 치솟았으며, 네타냐후 역시 추락한 국내 지지율 회복을 위해 확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국내정치적 위기를 외부 위기 조성을 통해 극복하는 방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정자들의 선택지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문제는 그러한 선택이 낳은 결과는 민초들의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다시 한반도로 돌아와보자. 한반도가 지정학적 단층대에 놓인 국가라는 점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지정학적 단층대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위험한 지역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한반도의 남북에는 ‘동족’임을 그만 두라 명령하면 동족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도자와 매주 지지율 최저치를 갱신하는 지도자가 서로의 종말을 위협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위험한 곳에서 위험한 선택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지역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에서는 한국이라는 머니머신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후보와 전략적 인내를 전략적 인내라고 말하지 못하면서 결국 전략적 인내를 할 것 같은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상황이 급박한데 중재할 이도 마땅치 않다는 의미이다.



한반도의 안보위기는 내외부에서 점점 더 위험한 경로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나 서방보다 앞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 지원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은 많은 우려를 낳게 한다. 어떤 성격의 부대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파병되는지 상황이 보다 분명해진 다음에, 그리고 미국 대선이 끝난 다음에 우리의 입장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 정부의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 이미지 출처: 1) AP 연합뉴스  2) 연합뉴스


* 단체 소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분단의 현장에 자리하고 있는 천주교의정부교구가 2015년 9월에 설립하였으며,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이웃 종교인들, 그리고 시민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이 땅의 화해와 평화 정착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의 식량난이 가장 극심했던 1996년 6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6대 종단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함께하는 국민운동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교류협력사업,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 시민참여활동, 국제연대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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