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 특집 후기] 「사진으로 보는 우리민족 이야기」가 마무리됐습니다.
[창립 20주년 특집] 사진으로 보는 우리민족 이야기 후기
I.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지난 2016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특집으로 마련한 「사진으로 보는 우리민족 이야기」가 20번째 글인 ‘북한의 가을 들녘’을 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대한항공 비행기 평양 공항에 내리다’라는 제목의 첫 번째 글이 홈페이지에 게시된 날이 2016년 3월 29일이고, 마지막 20번째 글이 게시된 날이 2017년 10월 23일이니, 거의 19개월에 걸쳐 특집 글이 연재된 셈입니다.
당초 이 특집을 기획한 목적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지난 20년간 펼쳐왔던 사업(특히 대북지원사업)의 과정과 맥락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의 사업 하나하나가 어떠한 맥락에서 만들어졌고 그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의 중심에는 남쪽과 북쪽 사람들의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2016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20년 백서’를 제작하면서 지난 활동에 대한 반성이 많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북지원이 활발하던 시기, 저희들은 말 그대로 북쪽 지역을 방문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지원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 달에 두세 번씩 북을 방문하고, 북에서 돌아와서는 그 다음 방북을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지원 물자를 챙겼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 새로운 사업의 방향을 고민하고 이를 북쪽과 어떻게 같이 해 나갈지 고민에 고민을 더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활동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인데, 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우리의 일들을 우리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대북지원의 과정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 과정에 남과 북의 사람들이 만나 어떤 갈등을 겪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가는 지를 제대로 정리해 공유하지 못했습니다. 실제 대북지원사업이 진행될 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실제의 다양한 일들을 바로바로 공유하지 못했습니다. 가슴 뿌듯함을 느꼈던 일들과 동시에 얼굴 붉히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모습까지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우리의 활동을 넓히지는 못했습니다. 그 결과가 대북지원에 대한 남남갈등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II.
물론 지난 19개월간 연재된 창립 20주년 특집이 당초의 목적을 달성했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고 한계도 많았습니다. 글들에 소개된 대부분의 이야기, 특히 대북지원과 관련한 내용들은 벌써 10여년전의 이야기들입니다. 게다가 기본적인 내용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한 단체의 사례에 국한돼 있어, 그 범위를 좀 더 넓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기획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앞으로 대북지원 전반을 아우르는 더 넓은 차원의 기획과 시도를 해 보려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결국 한반도 전체의 평화 구축 과정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III.
지금까지 연재된 20편의 글 중 일부는 ‘일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일상’이 왜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되었는지를 말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지지고 볶는 일이 다반사로,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음 글을 읽은 후엔 일상의 삶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더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치유의 핵심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일상성의 복원이다. 부당 해고를 당한 해고자들이 몇 년씩 한뎃잠을 자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예전의 평범한 일상이다. 퇴근길에 동료들과 삼겹살을 구우며 일상의 고단함을 털어내던 시간, 아이를 목말 태우고 봄꽃을 보여주던 순간, 그런 일상의 시간들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그게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라서가 아니다. 그런 일상성이 확보돼야 다음 수순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다(<한겨레>, ‘이명수의 사람그물’, 2014년 3월31일)
우리의 일상이 중요한 것은 ‘그 일상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일상성이 확보돼야 다음 수순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입니다.
이를 남과 북의 사람이 만나는 것으로 바꾸어 봐도 좋을 듯 합니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만나는 것은 그때가 단순히 좋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대북지원의 과정에도 남과 북 사람들이 만나 서로 얼굴 찌푸리고 싸우는 일도 많습니다. 때로는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의 사람들이 만나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만나야만 그 다음의 일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의 평화로운 삶은 바로 만남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 위에 인용한 <한겨레> 기사는 시사인 제525호에 실린 김세윤의 글 “모로 갔더니 감동이 있더라“에서 재인용했습니다.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창립 20주년 특집] 사진으로 전하는 우리민족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좀 더 넓은 차원으로 새로운 특집을 기획해 선보이겠습니다.
[창립 20주년 특집] 사진으로 전하는 우리민족 이야기 목록
1편: 대한항공 비행기 평양 공항에 내리다
2편: 옥수수죽 한 그릇의 기적
3편: 만경대의 얼음보송이
4편: 당곡리 협동농장의 탄성
5편: 여정의 시작
6편: 밥은 같이 먹어야 밥이다
7편: 평양에 제자가 있다구요?
8편: 남북 기술자들의 주먹과 손바닥
9편: 남북 의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다!
10편: 북 ‘체네’ 약제사들의 일상
11편: 북으로 보낸 ‘마늘’이 ‘깐마늘’이 되어 남으로 내려오다!
12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받은 상
13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외국인 인턴
14편: 남과 북에 서로 도움되는 말라리아 사업
15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근활동가 2명이 영국에 간 이유
16편: 13년 전 룡천, 재난에서 배우는 지혜
17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20년의 기록
18편: 대북지원에 관한 유일한 국제회의
19편: 하늘에 맞닿은 수평선 너머가 동해에요?
20편: 북한의 가을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