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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이웃이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듭니다.
[2026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5차 후기] ‘Peace Starts With Me, 평화는 나로부터’ – 라라 압둘라(Lara Abdullah)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작년에 이어 ‘2026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 모두를 위한 평화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5차 대화 후기]
’Peace Starts With Me, 평화는 나로부터‘
라라 압둘라 Lara Abdullah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전쟁이라는 개념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서,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은 어느새 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영역에서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전쟁과 지역 분쟁을 공부하면서 평화는 단순한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성격이 급한 나는 결국 ‘평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평화를 아직 포기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정말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 하나를 붙잡고 있던 중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를 알게 되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평화는 여전히 포기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함께 이야기해 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과연 이 프로그램은 내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5차 프로그램에서는 김동진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평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수님은 분노와 같은 감정을 총과 폭력이 아닌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해 주셨다. 특히 “인권을 위한 폭격 (“bombing for human rights”)”이라는 표현을 예로 드셨는데, 그 순간 정치 지도자들의 수사(rhetoric)가 얼마나 모순적일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평화를 위해 폭격을 한다니, 인권을 위해 폭격을 한다니. 생각할수록 참 이상한 말 아닌가.
또 하나 오래 남았던 말이 있다. 교수님은 “왜 우리는 지도자들이 버튼을 누르도록 내버려 두는가? 왜 그들이 우리를 대신해 결정하고 우리를 다치게 하도록 두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던지셨다.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지금까지 공부했던 수많은 전쟁과 국제 분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결국 소수의 지도자가 내린 결정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상처 입혀 왔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생각하는 것도 아픈 일이지만, 누군가 그 말을 직접 꺼내 주었을 때의 울림은 훨씬 더 컸다.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교수님은 갈등이란 양립할 수 없는 목표를 가진 두 집단이 존재하는 상태라고 설명하셨다. 우리는 평화, 갈등, 전쟁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정작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는 단순한 정의가 오히려 가장 본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대를 사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셨다. 오늘날 우리는 비인간화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모든 갈등과 전쟁, 그리고 평화 협상의 대상이 결국 우리와 같은 존엄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물론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인간 석상 만들기’ 활동이 이어졌다. 평화 프로그램에 신청했더니 돌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역시 인생은 예측할 수 없다. 조별로 하나의 키워드를 받아 이를 몸으로 표현하는 활동이었다. 우리 조는 ‘평화로운 공존’을 맡았고, 네 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악수하는 두 사람, 그 뒤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그리고 그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기자를 표현하기로 했다. 다행히(?) 다른 조는 우리의 훌륭한 예술 작품을 너무나 빠르게 맞혀 주었다. 아무래도 너무 쉽게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여기서 활동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교수님은 “이 석상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라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지셨다. 바로 그 순간부터 ‘나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떤 사람은 바로 의견을 냈고, 어떤 사람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평화와 적대라는 개념을 얼마나 다르게 해석하는지, 그리고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남았다.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간 석상 체험(?)을 마친 뒤에는 진해팀과 함께 우리가 바라는 한반도의 모습, 평화로운 한반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가장 오래 남았던 질문은 역시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였다. 사실 이 질문은 늘 어려웠다. 논문 하나 쓰는 것도 버거운 학생인 내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북관계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인 나는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결국 내가 내린 답은 ‘인식을 넓히는 것(awareness)’이었다. 사람들이 이 문제를 계속 이야기하도록 만들고, 그 대화가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 온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세대로서 우리는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오해를 줄이고 잘못된 정보나 선전을 바로잡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친구들과 한반도, 통일, 평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내용을 잘 알지 못하면서도 이미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역할이 아주 거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다고 해서 의미 없는 역할은 아니다.
평화는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에게서 시작된다. 나에게서, 그리고 당신에게서.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서 어떤 대화를 만들어 가는지가 결국 평화의 시작이다. 이 사실을 깨닫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이런 대화의 자리가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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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M 평화칼럼] (5) ‘적대적 두 국가’ 시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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