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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M 평화 칼럼] (4) 30년을 이어온 질문, 30년을 이어갈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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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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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M 평화 칼럼] (4) 30년을 이어온 질문, 30년을 이어갈 질문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 30주년에 부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6년 6월 21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창립했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북한의 식량난이 전세계에 알려지던 때였다. 국제사회는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생존의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고, 우리 사회는 다음의 질문을 앞에 두고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정치와 이념을 떠나 고통받는 동포들을 외면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대답은 “같은 민족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 운동에는 종교계와 시민사회,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다앙한 사람들이 함께 했다. 생각과 이념은 조금씩 다르지만, 굶주리는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과, 그리고 언젠가는 화해와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희망만큼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다. 1997년 한겨레신문과 함께 한 동포 돕기 캠페인에는 100만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보탰다.
사진 설명: 1997년 4월 13일자 한겨레신문 기사돌이켜보면 30년 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창립은 단순한 인도주의 운동의 출범이 아니었다. 분단 이후 오랫동안 적대와 대결의 대상으로만 인식되었던 북녘 주민들을 다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 바라보기 시작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그 전환은 이후 한국 사회의 대북 인식과 남북관계의 흐름을 바꾸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지난 30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단순한 지원단체로 머물지 않았다. 긴급구호와 식량 지원으로 시작된 활동은 농업과 보건의료, 산림복원, 말라리아 공동방역 등의 협력사업은 물론 남북 주민 교류와 평화교육, 정책연구, 재외동포 연대 등으로 확대되었다. 인도주의와 개발협력, 평화구축을 함께 고민하며 민간 차원의 남북 협력 모델을 만들어 왔다.
사진 설명: 남과 북의 협력 경험은 북쪽 주민의 웃음에도 남아 있다. 또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활동은 단순히 물자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하고, 단절된 관계를 다시 이어가는 일을 함께 해왔다. 북쪽 협동농장의 농민들과 남측의 전문가들이 함께 농사짓는 방법을 고민하고, 병원과 진료소에서는 남북의 의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러한 접촉을 바탕으로 한반도에는 여러 차례 평화의 기회가 찾아왔다.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운영되었으며, 수많은 시민들이 남과 북을 오가며 서로를 만났다. 갈등과 긴장이 반복되었지만, 대화와 협력이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는 확인했다.
하지만 우리의 한계 역시 분명했다. 평화는 몇 번의 합의나 몇 차례의 정상회담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정부간 관계가 악화되면 어렵게 쌓아온 협력의 성과가 쉽게 흔들렸다. 민간의 교류와 협력 역시 정치적 환경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남북 주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충분히 넓고 깊게 만들어 내지 못했다.
사진 설명: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당시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교환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가 실질적인 평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그 결과 우리는 지금 매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남북간 대화와 교류는 사실상 중단되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있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 또한 새로운 대립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지금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걱정하고 있다.
창립 30주년에 앞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지난 한 해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회의와 토론회, 워크숍, 설문조사와 수많은 대화를 이어왔다. 변화한 시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평화를 위해 어떤 길을 새롭게 찾아야 하는지 고민해 왔다.
그 과정에서 다시 확인한 것이 있다. 평화 역시 관계에 기반하며 신뢰 없는 관계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국가와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평화를 지속시키는 힘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나온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 함께 미래를 상상하는 일. 그것이 평화의 출발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앞으로의 30년이 시작된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이제 한반도와 이웃이 평화롭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소통과 연대, 협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고 평화공존의 토대를 넓혀 가고자 한다.
남과 북의 주민들이 서로를 적이 아닌 이웃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한반도 안팎의 긴장과 적대감을 낮추고 평화로운 공존의 기반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시민‧청년이 참여하고 국제사회와 연대하는 평화의 플랫폼을 더욱 넓혀 나갈 것이다. 특히 청년세대와 함께 하는 평화운동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6년 6월 18일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그리고 우리가 창립 이후 국제사회에서 사용해 온 영문 명칭 Korean Sharing Movement, 즉 KSM을 국내에서도 대표 명칭으로 앞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체명 변경에 관해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받은 다양한 제안 중 KSM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KSM은 이미 해외 파트너와 국제기구 협력 현장에서 30년간 우리의 얼굴로 통용되어 오기도 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라는 이름은 KSM과 병기하면서 지난 30년의 역사와 정신을 이어간다. 한 세대에 해당하는 시간이 흐른 상황에서 이름에서도 변화를 시도한 셈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지켜온 가치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것. 고통받는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것. 대결보다 대화를 선택하는 것. 고립보다 연대를, 불신보다 신뢰를, 단절보다 연결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지난 30년 동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걸어온 길이었으며, 앞으로의 30년에도 변함없이 지켜갈 가치이다.
30년 전 우리는 한 가지 질문으로 출발했다.
“고통받는 동포를 외면할 수 있는가?”
3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또다른 질문 앞에 서 있다.
“어떻게 다시 남과 북의 사람을 연결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앞으로의 30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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