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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평화대화 후기] ‘나의 작은 변화, 또 다른 이의 작은 변화를 기대하며’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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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6-06-04 10:22
조회/Views
8495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작년에 이어 '2026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 모두를 위한 평화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2차 평화 대화 이후 참가자가 작성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1/2차 대화 후기]



'나의 작은 변화, 또 다른 이의 작은 변화를 기대하며'


고지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사실 나는 ‘한반도’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없었다기 보다는 어떻게 들여다 보아야 좋을지 몰랐다. 솔직히, 들여다보기 꺼려지는 마음도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변명하자면,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기존의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 관점이라 함은 지금은 점차 희미해져가는 ‘민족’을 포함한 통일 담론이다. 공론장에서 늘상 하나의 이유로 등장하는 민족은 그것의 일원으로서 스스로를 인식할 기회를 얻기 어려운 청년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선뜻 공감하고 나서기 어려운 것이었다. 오히려 세계화의 도래, 한반도 안팎에서 일어난 민족 개념의 분절화 등 통일과 민족이라는 연결이 수명이 다했다는 인상을 강화해주는 현상들만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오늘날 그 ‘민족’의 공백은 지정학적 이행기 논리로 채워졌고, 나에게 한반도는 미중 경쟁의 유력한 단층선에 있는 지역으로 더 가깝게 느껴졌다.

<2026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는 이런 생각마저도 하나의 의견으로 수용되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곳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단순히 분단은 과거의 상처요 통일은 먼 미래의 소망이라는 막연한 구도에서 벗어나 ‘북한’이라는 말의 사용을 점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 비록 참여 인원이 많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질문들 덕에 이후에도 미처 생각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를 테면 당장 북미 수교가 이뤄진다면,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질문에 북미간 화해로 남한의 고립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의견은 갈등 해결 이후 단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겪을 수 있는 혼란의 가능한 시나리오 일부를 엿본 듯 했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반도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 역시 ‘그럼에도’ 선뜻 남북이 적대관계라는 평가를 내리기 꺼려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대화 이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그저 과거의 담론을 공감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했던 것이 아닐까 하며 한 차례 반성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남북의 대중이 동일시되던 분단 초기 사회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그로부터 나는 세대간 통일 의식의 단절이 현재의 ‘분단’과 과거의 ‘분단’이 구분되어 존재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가설을 얻었다. 공교롭게도 며칠 뒤 두 번째 대화 시간에 분단의 체감 정도와 분단이 우리 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얻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분단’이라는 것의 시대적 구분이 세대, 지역, 그리고 젠더와 같은 사회학적 속성에 교차되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두 대화와 그 사이에 들었던 생각을 종합해 보았을 때, 나는 분단을 체현한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분단을 가장 둔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위치에 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분단처럼 통일 역시 다양한 형태로 해석될 여지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통일은 분할된 것을 다시 모은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통일에 필수적인 우리 사회의 ‘내부적 통일’은 ‘분단’이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짐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지방선거 국면에서 ‘주적 논쟁’이 부활하고 거리에는 성조기를 든 사람들이 중국과 북한을 타도하는 집회를 여는 마당에, 분단의 의미를 돌이켜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그저 이 모든 것이 분단 때문이라고 퉁 치고 넘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에게 분단의 영향이 생애 어떤 지점에서 스며들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나의 모순만이 오로지 고통이 아님을 인정하며, 타인에게는 어떠한 모순이 있는지 들여다 보고 그것들이 같은 역사적 뿌리에서 탄생했음을 이해하는 것은 비단 통일 문제만이 아닌 평화와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의 출발점이다. 이런 점에서 두 번째 대화 막바지에 가졌던 통일을 위해 필수적인 것을 적어보는 시간에, 다른 조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붙은 메모를 보았을 때 나는 새삼스럽게 공감해야 했다.



그렇지만 아직 내가 무엇을 더 노력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드넓은 우주의 한 점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이해관계 사이에서 무난한 평화를 상상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대화 공간에서 내가 얻은 작은 변화가 있듯, 평화 대화와 같은 공론장이 주어진다면 또 다른 이의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많은 대화의 시간이 남아있기에 이런 고민과 실천을 모색해볼 기회를 적극적으로 묻고 또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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