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2026년 1월 16일, 「남북 간 작은 교역 재개를 위한 실질적 제도 기반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남북 간 민간 분야 교역의 재개와 점진적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과 함께, 「북한산 식품의 수입검사 절차에 관한 고시」 제정, 「남북 교역물품의 원산지 확인에 관한 고시」 개정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번 제도 개선은 단일 조치라기보다, 교역 중단 기간 동안 누적된 제도적 불일치를 정리하고, 변화된 남북관계와 국제 제재 환경 속에서도 교역이 제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재설계한 결과물에 가깝다. 이 글에서는 그 배경과 개선 내용을 짚고, 정책적 의미와 향후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 설명: 「북한산 식품등의 반입 절차 등에 관한 고시」에 대한 통일부 공고(출처: 통일부)
1. 교역 중단 이후 누적된 제도적 불일치
2016년 개성공단 중단 이후 남북 간 교역은 사실상 멈춰 섰다. 그러나 교역이 중단된 동안 관련 제도까지 함께 멈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국내의 수입식품 안전 관리 체계는 국민 안전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강화되었고, 북한 내부의 행정 체계와 남북 간 합의 구조는 크게 변화했다.
그 결과 북한산 식품 반입을 둘러싼 제도 환경에는 세 가지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었다.
첫째, 해외제조업소 등록과 현지 실사를 핵심으로 하는 수입식품 안전 관리 체계의 강화,
둘째, 북한 측 원산지증명서 발급 체계의 붕괴,
셋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거래 방식과 결제 구조의 제약이다.
이로 인해 북한산 식품 반입은 더 이상 ‘반입 승인 여부’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제도들이 현실에서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교역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 과제로 전환되었다.
2. 현장에서 드러난 제도의 한계: 북한산 주류 반입 사례
이러한 제도적 불일치는 2025년 9월 한 민간업체가 추진한 북한산 주류 반입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통일부의 반입 승인을 받아 북한에서 생산된 주류를 중국 중개업체를 통해 반입했다.
그러나 물품이 인천항에 도착한 이후 통관 절차는 장기간 지연되었다.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외제조업소 등록과 현지 실사에 준하는 서류 제출을 요구했지만, 남북관계 단절이라는 현실 속에서 이를 충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 결과 해당 물품은 수개월째 보세구역에 묶여 있는 상태다.
이 사례로 교역 재개에 대한 정책적 결정과 교역이 실제로 작동하는 실행 단계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반입 자체는 허용되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절차가 정비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교역을 실행할 수 없었 던 것이다.
사진 설명: 통관 대기 중인 북한산 주류 (사진 출처: 통일뉴스)
3.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 내용
(1) 반입 승인 단계로 전진 배치된 식품 안전 관리 체계
기존 제도에서는 통일부의 반입 승인과 식약처의 수입식품 안전 관리가 서로 다른 단계에서 작동했다. 이로 인해 반입 승인 이후 통관·검사 단계에서 해외제조업소 등록이나 현지 실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통관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남북관계 단절 상황에서는 이러한 요건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제도와 현실 간의 괴리가 드러났다.
이번 제도 개선은 이러한 분절 구조를 해소하고 제도가 상호 맞물려 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남북교류협력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을 반영하였다. 그래서 반입 승인 단계에서부터 수입식품 안전 관리 요건을 함께 검토하도록 하고, 해외제조업소 등록과 현지 실사에 필요한 서류를 반입 승인 신청 단계에서 일괄적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승인 이후에야 문제가 드러나던 구조를 사전에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북한산 식품이 제3국을 경유해 반입되는 경우를 고려해, 물품이 단순 환적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환적 또는 복합환적 관련 서류를 반입 승인 단계에서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제3국에서의 가공이나 원산지 변경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이후 통관 단계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한편 남북관계 단절로 인해 해외제조업소 등록이나 현지 실사가 어려울 경우 다른 방식으로 요건을 보완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구체적인 방식은 통일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 등이 참여하는 “북한산식품반입실무협의회”를 구성하여 논의하기로 했다. 대신 그에 따른 안전성 우려는 반입 시마다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통일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동으로 「북한산 식품 등의 반입 절차 등에 관한 고시」를 제정하여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규제를 완화한 조치가 아니라, 사전 검증이 어려운 조건을 감안해 사후 검사를 강화한 것이다. 그 결과 북한산 식품은 일반 수입식품보다 더 엄격한 안전 관리 체계를 적용받게 되었다.
(2) 원산지증명서 발급 체계 붕괴 → 종합 판단 방식으로 전환
기존의 북한산 교역 물품의 원산지 증명은 특정 북한 기관이 발급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북한이 대남 기구를 전면 해체하면서 이러한 전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원산지 확인의 기존 방식이 현실과 맞지 않는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번 「남북 교역물품의 원산지 확인에 관한 고시」 개정은 이러한 구조적 공백을 보완하는 데 있다. 특정 기관이 발급한 단일 증명서에 의존하던 방식이 아니라, 통일부·관세청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원산지 확인 실무협의회’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도록 전환했다.
(3) 민간 교역자의 예측 가능성과 과도한 초기 리스크 해소
기존 구조에서는 민간 사업자가 최종 승인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3국 운송을 먼저 감행해야 했다. 사전 협의가 사실상 필수였지만, 그 성격과 구속력은 불분명했다.
이번 제도 보완은 반입 승인 이전 단계에서 원산지 확인과 해외제조업소 등록 요건을 사전에 검토하도록 절차를 전진 배치했다. 이를 통해 민간 사업자는 북한 출발 이전에 승인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고, 제3국 운송 여부도 보다 예측 가능한 조건에서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4. ‘작은 교역’의 정책적 의미
이번 제도 보완의 정책적 의미는 남북관계 단절과 대북제재라는 제약된 조건 속에서도, 남북간 교역 재개를 촉진하고, 교류협력을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다만 ‘작은 교역’만으로 대규모 경제협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이는 남북관계 악화와 제재 환경 속에서도 교류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향후 확장의 기반을 축적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제재를 회피하거나 완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제재가 유지되는 조건 속에서 교역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실행할 수 있을지를 모색한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한반도 평화구상을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제도와 규칙을 통해 현실에서 구현해 나가는 하나의 실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5. 남은 과제
앞으로는 실제 집행 과정에서 축적되는 경험을 토대로, 반입·통관 절차를 단계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는 기준과 조건을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여전히 민간이 감당해야 하는 초기 리스크가 절차에 남아있다. 이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해소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현장 실행 주체들(민간업체 등)과 함께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협의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