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금요일, 서울유현초등학교 4학년 대상의 평화축구교실이 끝났습니다. 지난 9월 12일 시작, 10월 초 추석 연휴 2주를 뻬고, 매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 10분까지 진행된 이번 평화교육에는 4학년 전체 학생 40명(2개반)이 참여했습니다. 작년에 이미 평화축구교실을 경험했던 4학년 어린이들은 평화축구교실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많은 친구들이 작년 얼굴을 익힌 코치 선생님과 인사하며 지난해의 기억을 얘기합니다.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평화축구교실에는 사무처 코치진 세 명과 우리민족 인턴 두 명이 보조 강사로 함께 했습니다. 매 시간 첫 15분 동안은 교실에서 존중, 책임감, 신뢰, 공평과 포용이라는 평화가치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한반도 문제와 환경 문제를 평화와 연결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 운동장으로 나가 열심히 뛰어 놀며 평화가치를 몸으로 익혀봅니다.
평화축구교실은 최선을 다해 뛰되, ‘이기는 것’보다 함께 ‘즐기고 배려하는’ 경기의 중요성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게임 도중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른의 개입 없이 어린이들 자신이 심판이 되어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익힙니다. 그러나 운동 경기에서, 그것도 축구 경기에서 ‘경쟁심’을 내려놓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팀을 짤 때도 자기 팀에 더 잘 뛰는 친구를 데려오기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집니다. 간혹 과도한 경쟁심에 ‘억울함’을 이기지 못한 친구의 ‘눈물바람’에 경기가 중단되기도 합니다. 이때 조금 기다리는 것도 코치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경기 종료 후 모두 둘러앉아 그날의 경기를 다시 복기하도록 합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상대팀 친구 중에 칭찬해 주고 싶은 친구는 누구이고 그 이유는 뭔가’, ‘교체를 해 주는 것은 어떤 가치를 구현하는 것일까’
단 4주의 평화교육으로 아이들의 생각이 확 바뀔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평화 가치에 대해서, 평화로운 남북관계에 대해서, 구조적 차별에 대해서, 환경과 평화의 관계에 대해서 듣고 고민해본 어린이와 그렇지 않은 어린이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유현초등학교가 7년 이상 꾸준히 평화축구교실 진행을 요청해 온 이유일 겁니다.
마지막 평화축구교실을 끝내고 담당 선생님께서 인사를 하러 오셨습니다. “내년에도 오실 수 있죠? 꼭 오셔야 합니다!” 어린이들도 “한 주만 더 하면 안돼요?”, “5학년도 해요!” 얘기합니다. 눈빛을 보니 진심이군요. 뿌듯합니다. 긴 명절 연휴로 다시금 ‘자유분방함’을 장착하고 나타나 코치들의 목청을 돋우더니...‘얘들아, 이런 마음이면 수업 시간에 우리 말을 좀 더 잘 들어 주지 그랬니...^^;’